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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 개막총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 개막총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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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가 개막했지만, 핵심 의제인 환율과 경상수지 문제를 두고 각국의 입장 차이가 커 공동선언문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상회의에 앞서 실무적으로 공동선언문 문구를 조율하기 위해 모인 재무차관·교섭대표(셰르파)회의의 경우, 10일 격론이 컸던 탓에 11일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G20 서울정상회의에서 환율 분쟁(수출을 늘리기 위해 자국 통화의 가치를 낮게 유지하려는 중국 등의 신흥국과 이로 인해 무역적자가 쌓이는 미국 간의 갈등)과 글로벌 무역 불균형(미국이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반면, 일본·독일과 중국 등의 신흥국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환율·무역수지 관련, 의견 대립 팽팽... 오늘 회의 일정도 못 잡아"

김윤경 G20 정상회의준비위원회 대변인은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G20 서울정상회의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10일 열린 재무차관·교섭대표 회의에서 프레임워크(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협력체계) 부문 중 환율, 경상수지 문제와 관련해 여전히 주요국가 간의 의견 대립이 팽팽하게 지속됐다"고 밝혔다.

그는 "교섭대표는 각 나라 정상들과 커뮤니케이션이 되기 때문에 정치적인 입장이 강하다"며 "10일 오전부터 밤 12시 30분까지 재무차관·교섭대표회의를 진행했지만, 쟁점에 대한 합의를 하지 못했다, 오늘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오늘(11일)은 쟁점 사항에 대해서 재무차관들과 교섭대표들이 정상들에게 보고하는 시간을 가진다"며 "정상들에게 보고하고 각 나라의 입장을 정리한 후 다시 모이기로 했지만, 회의가 언제 속개될지는 현재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경주에서 합의한 내용보다 더 진전된 내용에 대해 합의하려고 하기 때문에 논란이 많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G20 서울정상회의가 환율 분쟁이 일단락되는 자리가 아닌 '환율전쟁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된 것이다.

지난달 22~23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시장 결정적 환율제도를 이행하고 경쟁적인 통화절하를 자제함', '과도한 대외불균형을 줄이고 경상수지는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유지'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것을 두고, 당시 정부는 "환율 분쟁이 봉합됐다"고 했지만 합의에 대한 구속력이 없다는 우려가 많았다.

결국 이러한 우려는 지난 3일 미국의 2차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 조치로 증명됐다. 양적 완화란, 한 국가의 정책 금리가 '0'에 가까워 더 이상 금리인하를 통해 시중에 돈을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국채 등을 매입해 시중에 돈을 공급하는 정책을 말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2008년 11월~2010년 3월 1조7500억 달러를 시중에 푸는 1차 양적 완화를 시행한 데 이어 지난 3일 6000억 달러의 국채를 매입하는 내용의 2차 양적 완화를 발표했다.

양적 완화는 이미 달러 가치의 하락을 가져와 환율 분쟁 재점화의 원인이 됐다. 양적 완화로 인해 시중에 풀리는 달러가 신흥국으로 흘러들어가 신흥국 자산 가격의 거품과 통화가치의 상승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연준 QE2(2차 양적완화)의 효과에 대한 평가와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1차 양적 완화 때 달러화는 주요 통화와 비교해 6.5% 절하(통화가치 하락)됐고, 지난달 21일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미국 의회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2차 양적 완화를 처음 언급한 이후 8일 현재 달러화는 주요 통화에 대해 6.9% 절하됐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이어 "신흥시장국들이 자국 통화가치의 과도한 절상을 막기 위해 환율방어정책을 재시행할 경우, 환율 분쟁이 재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정상회의에 대한 회의적 시각 확산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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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 완화 등으로 인해 G20 서울정상회의에서 환율 분쟁이 매듭지어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는 10일(현지 시각) "오바마 대통령이 서울에 도착하는 동안, 연준의 결정이 G20 논의에 먹구름을 드리우다(As Obama arrives in Seoul, Fed decision clouds G-20 debat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G20 정상회의의 전망이 어둡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연준의 결정(2차 양적 완화)은 세계 지도자들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양적 완화는) '환율 조작'(currency manipulation)과 마찬가지라고 했다"며 "G20이 무역과 환율에 대해 일반적인 원칙을 뛰어넘는 합의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은 어두워지고 있다(hopes have dimmed that the G-20 will go beyond general principles on trade and currency)"고 보도했다.

환율 논쟁과 함께 G20 서울정상회의의 핵심 의제인 글로벌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구체화 작업 역시 의미 있는 합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 경주 회의에서 경상수지 목표제를 제안했던 미국은 이미 발을 뺀 상황이다.

경주 회의에서 "서울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도출할 수 있다"고 밝혔던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가 끝난 후 일본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경상수지 목표제는) 우리의 의제가 아니다(That is not our intention)"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Reuters)>이 보도한 바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1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에서 열린 서울 G20 비즈니스서밋 공식 오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1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에서 열린 서울 G20 비즈니스서밋 공식 오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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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11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 초청 연설에서 "경상수지를 관리하자는 것은 경제적으로 유용하지 않고, 금융과 재정 측면에서도 효과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상수지 문제는 노사 단체교섭처럼 정부 차원에서 영향을 끼치기 쉽지 않은 문제로 무역불균형 문제는 경상수지만이 아닌 각국의 경쟁력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 개막 총회에 참석해 "경주 재무장관회의 이후 각국 간에 경상수지를 어떻게 관리할지를 놓고 논의했다"면서 "경주 합의 이후 조금 진전이 있으나 현재 신흥국, 선진국 대표 간에 견해차가 있다"라고 전했다.

11일 오후 6시 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환영리셉션 시작으로 G20 본격 개막

한편, 11일 오후 6시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G20 국가(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당선인, 헤르만 판 롬파워 유럽연합 상임의장 포함)와 5개 초청국의 정상, 국제기구 대표 등 모두 34명 정상급 인사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열리는 환영 리셉션을 시작으로 G20 서울정상회의가 본격적으로 개막한다.

정상들은 이어 오후 7시부터 '세계경제 및 프레임워크 I'을 주제로 진행되는 업무만찬에서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세계경제 현황 보고를 시작으로 주요 의제들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다.

12일 오후 G20 정상회의가 끝난 후, 이명박 대통령은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G20 정상회의의 성과를 담은 서울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태그:#G20 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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