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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21일 경춘선 복선전철이 개통된다.

복선전철(複線電鐵)이란 선로가 두 가닥이 있으며, 전기로 운행되는 철도라는 뜻이다. 기존의 경춘선은 선로가 한 가닥 밖에 없었다. 이러한 단선철도에서는 열차가 운행하면서 각 역에서 마주 오는 열차를 비켜주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열차가 운행될 수 없다. 또한 기존 경춘선은 전철화가 되어 있지 않았다. 따라서 소음과 진동, 매연을 내뿜는 디젤기관차가 운행되어 주변 환경에 피해를 주었다. 국가적인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와도 어울리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복선전철이 개통되면 더 많은 열차가 운행될 수 있고, 또한 전기로 운행되는 열차가 운행되어 열차 운행이 편리하고 쾌적해진다.

경춘선에서 운행될 신형전동차
 경춘선에서 운행될 신형전동차
ⓒ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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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춘선은 우리에게 '춘천가는 기차'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경춘선은 서울의 청량리역과 강원도의 춘천역을 잇고 있으며, 무궁화호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그러나 경춘선이 복선전철로 바뀌면 기존의 수도권 전철에 편입된다. 즉 '춘천가는 전철'이 되는 것이다. 경춘선 복선전철에는 1호선 전동차 같은 전동열차가 운행되며, 요금제도 버스와 환승되는 수도권 통합요금제로 바뀌게 된다.

경춘선 복선전철은 수도권의 마지막 '서울 출발 기존 철도 복선전철화'라는데 의의가 있다. 수도권 주변의 철도는 1974년 경인선과 경부선, 경원선을 시작으로 차례로 복선전철화되어 왔다. 1호선 전철은 2005년에 천안까지, 2008년에는 충청남도의 신창까지 연장되었으며, 1974년 개통 당시 성북까지만 운행되었던 경원선 전철은 2006년에 소요산까지 연장되었다. 아울러 단선이던 중앙선은 2005년 덕소까지, 2009년에는 용문까지, 역시 경의선은 2009년 문산까지 복선전철화되었다. 이렇게 수도권 주변 철도들이 차례로 복선전철화되는 와중에 마지막까지 단선 비전철로 남아있던 경춘선이 이번에 드디어 복선전철화되는 것이다.

경춘선 복선전철 노선도
 경춘선 복선전철 노선도
ⓒ 한국철도시설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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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만큼 많은 혜택... 전화위복의 경춘선

이 같은 경춘선은 비록 복선전철화는 늦었지만, 늦은 만큼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우선 노선의 선형이 크게 좋아진다. 예전 사업은 기존 철도 선형을 유지한 채 복선전철화만 하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요즘 복선전철화는 아예 선로를 새로 깐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직선화하여 건설한다. 실제로 현재 경춘선 길이는 성북 기점으로 87.3km이지만, 새로 개통되는 경춘선 복선전철은 망우 기점으로 79.0km로 줄어든다. 이는 노선의 직선화에 기인한 것이다. 승객 입장에서는 그만큼 속도가 빨라지고 승차감이 개선된다.

또한 경춘선에는 급행열차가 본격적으로 운행된다. 기존의 복선전철들은 개통 시점에 급행열차가 운행되지 않거나, 매우 드물게 운행된다거나 하여 급행열차 이용이 힘들었다. 수도권은 나날이 광역화되고 광역철도 노선은 계속 길어지는데 급행열차가 부족하여 광역철도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경춘선은 개통 시점부터 급행열차가 운행될 예정이다. 또한 내년부터는 좌석형 급행열차라는 새로운 급행열차가 경춘선에 국내 최초로 도입된다. 이 열차는 경춘선의 관광 이미지에 맞게 새로운 디자인되었고, 기존 차량보다 속도가 더 빠르며, 2층 객차가 있어서 전망이 더 좋은 등 광역철도 급행열차의 서비스 수준을 한 차원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경춘선의 신형 좌석형 고속 급행열차 모습
 경춘선의 신형 좌석형 고속 급행열차 모습
ⓒ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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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경춘선은 정부의 '기존선 고속화 시범사업' 대상 노선이기도 하다. 원래 경춘선은 시속 110km급 노선으로 설계되었지만, 설계 변경과 추가 시공 등을 통해서 내년부터는 시속 180km급 노선으로 변모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선로 분기기의 성능 개선을 통해 통과속도를 높이고, 전력 분야의 용량을 높이며, 신호 체계를 고속화에 맞게 개량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앞서 소개한 시속 180km급 고속 전동차가 도입되면 경춘선은 '준(準)고속철도'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경춘선은 복선전철화 사업은 진행이 늦었지만 이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수도권 전철 중 가장 뛰어난 노선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경춘선의 기대효과

이렇게 경춘선이 복선전철화되면 다양한 효과가 기대된다. 첫째로 춘천이 본격적으로 수도권에 편입되게 된다. 원래 춘천은 천안보다 서울에서 더 가까운 도시이지만, 심리적으로는 춘천이 더 멀게 느껴져왔는데 이는 전철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춘선 전철이 개통되면 춘천이 본격적인 서울 출퇴근권이 되고, 춘천에 있는 대학들이 수도권 학생을 유치하기 쉬워지는 등 지역 교류가 활발해질 것이다.

둘째로 경춘선 주변의 관광개발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지금도 경춘선 주변은 천혜의 관광지이다. 대학생들의 MT명소인 대성리와 청평은 물론이고, 가평의 남이섬, 강촌 유원지 등 북한강을 따라 관광지들이 즐비하다. 경춘선 주변은 이 같은 관광개발의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불편한 교통 때문에 발전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경춘선 전철이 개통되면 이 같은 제약이 없어지면서 관광 산업이 한 차원 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춘천의 대표 유원지인 강촌유원지
 춘천의 대표 유원지인 강촌유원지
ⓒ 춘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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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경춘선 전철은 지역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수도권 광역철도가 운행된 곳은 예외 없이 지역발전이 뒤따랐다. 80년대만 해도 서울과 수원 사이의 전철 노선 주변에는 논밭이 즐비했지만 지금은 완전한 도시 지역으로 변모했다. 경춘선도 마찬가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서울의 인접한 위성도시이면서도 저평가를 받아왔던 남양주시의 발전이 기대되며 수도권 남부에 비해 오랫동안 소외되어 왔던 수도권 동부의 부상을 예측할 수 있다.

경춘선의 과제

한편 이 같은 경춘선의 기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경춘선이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도 많다. 우선 수도권 전철의 제 2간선축으로서 운행계통을 정립하는 것이다. 기존의 수도권 전철은 경인선, 경부선, 경원선으로 구성된 1호선 전철이 대표적인 간선축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강을 따라 달리는 다양한 광역전철 노선들이 속속 개통되면서 수도권 전철의 제 2간선축이 구성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문산~용산의 경의선, 인천공항~서울역의 공항철도, 용산~용문의 중앙선(경원선 포함), 상봉~춘천의 경춘선이다. 이들 노선은 수도권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1호선과 달리, 수도권을 동서로 관통한다.

한강변 광역철도(경의선, 공항철도, 중앙선, 경춘선)의 운행계통
 한강변 광역철도(경의선, 공항철도, 중앙선, 경춘선)의 운행계통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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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하나의 노선으로 시민들에게 잘 인식된 1호선과 달리, 경춘선을 포함한 이들 노선은 파편화되어 있어 시민들에게 제대로 인식되어 있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는 전철의 이용률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새로운 통합 간선축임을 시민들에게 안내할 필요가 있다. 노선색을 통일하거나, 역번호를 정리하고, 통일된 노선명을 붙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경인선과 경부선이 구로역에서 입체교차로 효율적으로 연결된 1호선과 달리, 공항철도와 경의선, 그리고 중앙선과 경춘선은 각각 수색과 망우에서 입체교차가 없어 효율적인 직통운행이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 전철은 복선이기 때문에 두 노선이 갈라질때는 상-하행간 교차가 발생하며, 이는 입체교차 처리를 해주어야 효율적인 열차 운행이 가능하다. 이 같은 입체교차가 시행된다면 열차가 자유롭게 노선을 넘나들며 운행을 할 수 있다. 인천공항을 출발한 열차가 수색에서 경의선에 들어가고, 망우에서 다시 경춘선에 들어가서 춘천까지 곧바로 운행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수색에 건설 예정인 경의선과 공항철도의 입체교차 연결선
 수색에 건설 예정인 경의선과 공항철도의 입체교차 연결선
ⓒ 한국철도시설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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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부의 '공항철도 활성화 사업'에 따라 수색에서는 공항철도와 경의선의 입체교차 연결선이 신설될 예정이지만, 망우역에는 중앙선과 경춘선의 입체교차 계획이 없는 상태이다. 망우역에 입체교차가 설치되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경춘선 일반열차의 상봉역 종착 문제도 해결될 수 있는 만큼 경춘선 경쟁력 개선을 위해 정부와 시민의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에 따라 경춘선 주변에는 많은 폐선부지가 생겨나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폐선부지가 생기면 흔히 공원을 만들거나 선로를 그대로 두고 레일바이크 설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더 좋은 방법을 찾아볼 필요도 있다. 도심지라면 기존 철도 구간을 도로나 노면전차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고, 풍광이 수려하다면 특별하게 제작된 소규모 관광열차를 운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폐선부지는 지자체, 철도회사, 역세권 주민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는 만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최선의 활용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으며, 기존의 방안에 매몰되지 않은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할 것이다.

1939년 첫 개통된 경춘선은 드디어 올해 복선전철화라는 새로운 도약을 앞두고 있다. 주말마다 열차가 만석이 되고 입석이 가득해지는 경춘선의 인기를 생각해 볼 때, 이번 경춘선 복선전철화 개통은 늦은 감이 있다. 그래도 개통이 늦은 만큼 다양한 경쟁력 강화방안이 함께 시행된다고 하니 다행이다. 다음달 21일 개통될 경춘선 전철이 주민의 교통편의를 제공하고, 지역발전을 견인하며, 관광산업을 발전시키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한우진의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 운영자(frdb.railplus.kr), 코레일 명예기자입니다.



태그:#경춘선, #철도, #코레일,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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