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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로 곤부(こんぶ, 昆布)라고 불리는 다시마는 흔히 염분 보충과 함께 우리에게는 국수 국물을 내는 재료로 쓰이거나, 튀각. 간혹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약재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그 쓰임이 많지 않은 해산물이다.

 

나 역시도 다시마나 미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즐겨 먹지 않는다. 하지만 집사람과 아들 연우가 국수를 좋아해 멸치와 함께 국수물을 내는 경우 가끔 사용하기는 한다. 그러나 전지(全紙) 크기로 한 장 정도면 1~2년은 족히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먹지는 않는다.

아무튼 일본은 정말 재미난 것이 많은 나라다. 동경에서 유학하던 시절 우에노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낚시박물관을 발견하고선 웃음이 나왔다. 진보쵸의 서점가에서 피카소의 전집을 수십 권 그것도 여러 곳의 출판사에서 간행된 것을 발견하고서 놀랐던 느낌 그대로 나는 다시마 박물관 안으로 들어섰다.

 

제법 큰 규모의 다시마 박물관에는 홍보관과 판매장을 각각 두고 있었으며, 주로 북해도 연안에서 채취가 가능한 다시마를 가공한 사탕, 쥬스, 젤리, 다시마 차, 튀각, 간장조림, 튀김, 다시마 분말 등등 수도 없이 많은 종류로 가공된 다시마를 볼 수 있었다. 아무리 일본인들이 다시마를 즐기고 건강에 좋다고 하지만, 이렇게 여러 형태로 가공하여 파는 능력이 놀라웠다.

       

특히 사과와 감귤을 배합하여 만든 사과 다시마 푸딩과 감귤 다시마 푸딩은 정말 먹을 만 했다. 30분 이상 이런 저런 물품들을 보고 살피면서 나는 사과 푸딩을 샀다. 연우에게 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샀지만, 실은 너무 맛이 좋아 하코다테 시내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내가 전부 먹고 말았다.

 

몰랑몰랑한 것이 전혀 다시마 향도 없고 약간 소금기가 있다는 것을 제외하곤 사과 젤리를 먹을 때와 별 다른 차이가 없어 무심결에 전부 먹고 말았다. 이튿날 호텔에서 먹은 메론 푸딩도 너무 좋았다.

 

다시마 박물관에서는 한류의 영향 때문인지, 판매원 아가씨가 한국 노래를 부르면서 가사의 내용을 알고 싶다고 해서 어렵게 몇 마디를 해석해 주었다. 한국어에 서툰 판매원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특히 아이돌 가수의 노래를 듣고 가수가 누구인지 무슨 노래인지 잘 알 수 없어서 노랫말을 풀이하는 것이 쉽지 않아 애를 먹었다.

 

아무튼 이런 시골도시에서도 한국 노래를 배우는 일본사람이 있고, 한국 식품점과 음식점도 몇 개 있다는 말에 놀랐다. 마지막으로 나오는 길에 다시마로 만든 종이를 이용하여 제작한 스피커를 통하여 들려오는 고음질의 음악에 나는 감동을 했다. 대단한 기술력이다.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오니 오후 4시 30분 정도 되었다. 서울보다 50분 정도 일찍 해가 지는 관계로 벌써 밤이 된 느낌이다. 다시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백만 불짜리 야경을 보기 위해 하코다테산으로 향했다.

       

버스 주차장이 있는 공회당 앞에 내렸다. 초기 개항지라서 그런지 서양식 건물도 많고,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노면 전차로 간간히 보인다. 페리제독의 내항 기념비를 지나 모토마치 공원, 구 하코다테구 공회당, 사진 역사관, 구 개척사 서적고 등을 지나 후나다마 신사를 스쳐지나간다.

           

일본의 여느 시골 길과 별반 차이가 없이 조용하고 깨끗했지만, 간간히 보이는 서양식 건물들이 남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골목 사이사이에 위치한 작은 갤러리와 공방도 보이고, 찻집과 식당도 있다.

         

길을 좀 더 가다보니 프랑스식으로 지어진 모토마치 성당과 러시아식으로 지어진 해리스티스 정교회, 영국식인 성공회의 성요한 교회가 있고, 아래에는 일본신사가 있다. 한 골목 안에 여러 가지 종교가 외형적으로는 융합하고 있는 것이 특이했으며, 남다른 건물의 형태도 멋졌다.

       

케이블카와 비슷한 모양의 로프웨이를 타기 위해 산록역에서 해발 334미터의 하코다테산 산정역 전망대까지 2분 정도 만에 오른다. 정상에 돌출한 멋진 전망대에는 가게와 레스토랑, 파티와 결혼식도 가능한 티 라운지, 이벤트 홀 등을 갖추고 있었다.

     

낮은 이국적이고 밤은 드라마틱한 도시 하코다테의 일몰과 야경은 장관이다. 하지만 홍콩, 나폴리와 함께 세계 3대 야경이라고 불리는 경치를 우리들은 겨우 보았다. 죄진(?) 사람이 많아서 인지 일행이 산정에 올랐을 때는 갑자기 몰려온 바람과 구름으로 인해 멋진 풍광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백두산 천지에 오르면 정말 운이 좋은 사람들만 맑고 깨끗한 천지의 물과 전망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흔히 죄를 짓지 않은 사람들이 많으면 그 운이 따른다고 한다. 죄 많은 우리 일행들은 멋진 전망과 야경을 감상하지 못하고 쓰린 속을 달래야 했다.

          

우리들은 한국인 특유의 정신으로 무장을 하고 미리 공수해간 소주를 3층 라운지에서 칙칙한 야경을 보면서 한잔씩 하면서 찬바람을 맞았다. 나도 여러 차례 카메라를 조작해가면서 사진을 몇 장 찍어 보다가 이내 포기를 하고는 연거푸 소주를 2잔 마시고는 2층 매점으로 내려와 사탕 몇 개와 작은 인형을 샀다.

            

심한 바람과 갑자기 찾아든 추위로 잠바를 다시 입고는 산 아래로 향했다.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방문한 일본 식당에서는 어묵 국, 튀김, 생선회, 채소, 밥이 준비되어 있어 간단하게 요기를 했다. 양이 약간 부족한 것과 김치가 없는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나름 맛은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일행은 근처의 호텔로 이동하여 한 시간 정도 온천을 즐기고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유명한 삿포로 맥주를 마시며 피곤한 여정을 달랜 다음 잠들었다. 팍팍한 일정이었지만 재미있고 즐거운 하루였다. 

       


태그:#일본 , #북해도 , #다시마, #하코다테 ,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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