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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건설 예정지로 레미콘이 들어서고 있다. 입구에 주민 한 명이 깃발을 들고 마지막까지 저항의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는 60여 대의 레미콘이 투입되었다.
▲ 공사현장 입구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로 레미콘이 들어서고 있다. 입구에 주민 한 명이 깃발을 들고 마지막까지 저항의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는 60여 대의 레미콘이 투입되었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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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해군과 제주도가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추진하려고 했던 해군기지 건설 사업이 27일, 사실상 시작됐다.

이날 오전 해군기지 예정지에서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던 종교인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연행됐다.

앞서 지난 15일 제주지방법원에서는 해군기지 건설에 있어 분수령이 될 중요한 재판이 열렸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올해 초 제기한 '절대보전지역 변경(해제) 처분 효력정지 및 무효 확인 등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이 나오는 재판이었다.

강정마을 해안은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데다, 경관보존지구 1등급으로 지정된 곳이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의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 상에는 절대보전지역에서 매립행위를 할 수가 없게 돼있기 때문에, 김태환 지사 재임 시절인 지난해에 제주도는 해군기지 예정지를 절대보전지역에서 해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와 관련 강정마을 주민들은 "제주도가 취한 이 같은 조치가 경관보전지구 1등급 지역을 절대보전지역에서 해제할 수 없다고 명시한 특별법과 도조례를 위반하였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

그동안 강정마을 주민들은 이 행정소송의 결과를 낙관하며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또 행정소송에서 승소한다면, 강정마을 해안에서의 각종 공사가 중단될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제주지방법원 행정부(재판장 박재현 수석부장판사)는 15일 재판에서 "원고 자격이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주민들이 문제 삼았던 제주도의 행정행위 절차에 대해 재판부는 사실상 판단을 회피했다. 재판부의 판결에 대한 도내 사회단체의 비난이 이어졌고, 강정마을 주민들은 분노했다.

주민들은 지난 24일 다시 항소장을 제출했고,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서도 법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해군측은 판결 결과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5일 판결로 공사 강행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27일, 해군기지 건설이 강행되었다. 현장에서 '기지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던 성직자와 시민단체 회원들은 경찰에 무더기 연행되었다.
▲ 강제연행 27일, 해군기지 건설이 강행되었다. 현장에서 '기지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던 성직자와 시민단체 회원들은 경찰에 무더기 연행되었다.
ⓒ <제주의소리> 이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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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건설이 눈앞에 현실로 다가오자 그동안 주민들과 함께 해군지지 투쟁을 이끌어온 천주교제주교구평화의섬특별위원회, 평화를위한그리스도인모임, 제주군사기지저지와평화의섬실현을위한범도민대책위범대위 소속 성직자들과 회원들은 17일 강정마을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강정마을 주민들도 22일 총회를 다시 한 번 열고 '해군기지 결사반대' 의지를 천명했다.

우근민 도정의 출범 이후 강정마을회가 조건부 수용안을 제출하면서 걸었던 '정치적 해결'을 향한 기대와 노력은 결국 허무한 물거품이 돼 되돌아온 상황.

해군기지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성탄절을 맞았다. 천주교 제주교구 평화의섬 특별위원회는 25일 오후 3시에 강정마을 중덕 해안에서 '제주 생명·평화를 지키기 위한 성탄절 미사'를 열었다.

천주교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의 집전으로 진행된 이날 미사에는 사제단, 수녀 ,도내 신도, 강정마을 주민들 등을 합해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치러졌다. 김재윤 국회의원, 오옥만 국민참여당 제주도당위원장 등이 미사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강우일 주교는 이날 미사에서 "아기 예수야말로 어떤 권위나 가식도 없이 강정 주민의 처지와 슬픔을 이해하실 분"이라며, 강정마을과 함께하겠는 의지를 밝혔다.

성탄절 연휴가 끝나고 27일 월요일을 맞았다. 해군에서 공사를 강행할 움직임이 보이자 도내 사화단체 회원들이 속속 강정마을로 집결했다. 그리고 범대위 소속 회원들과 종교인들은 오전 9시 40분부터 "공사강행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10시를 넘기자 경찰의 해산 경고방송이 이어졌고, 이에 응하지 않는 종교인들과 범대위 소속 회원들은 전·의경들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돼 경찰서로 연행돼다. 이날 체포된 이들은 고병수 신부, 이정훈 목사, 현애자 전 국회의원, 홍기룡 범대위 집행위원장 등 총 37명이다.

성직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무더기로 연행된 서귀포경찰서. 대문은 굳게 닫혀 있고, 일부 시민들이 연행된 성직자들과 회원들의 석방을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는 장면이다.
▲ 서귀포경찰서 입구 성직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무더기로 연행된 서귀포경찰서. 대문은 굳게 닫혀 있고, 일부 시민들이 연행된 성직자들과 회원들의 석방을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는 장면이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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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미신고 집회'와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기자회견 현장에 있던 이들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연행된 이들은 제주동부경찰서(10명), 제주서부경찰서(10명), 서귀포경찰서(17명) 등에 분리 수감되어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은 후, 오후 10시가 넘은 뒤에야 모두 석방되었다.

현장에서 시민단체 회원들과 종교인들이 모두 연행된 후, 해군과 해군기지 건설업체인 대림산업·삼성물산 등은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실제로도 27일 하루 동안 공사현장에는 레미콘 60여대가 투입됐다.

공사현장 입구에는 주민들과 공사 업체 간 분쟁을 차단하기 위해 경찰 병력이 배치되어 있었다. 일부 주민들은 현장 입구에서 '해군기지 반대' 깃발을 들고 마지막까지 투쟁 의지를 과시했고, 나머지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공사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주민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공사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3년 7개월간의 싸움을 거치면서 지칠대로 지쳐있는 상황이다.
▲ 주민들 주민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공사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3년 7개월간의 싸움을 거치면서 지칠대로 지쳐있는 상황이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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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7일 이후 10일간 강정마을에서 천막농성을 이어온 범대위 소속 회원들은 28일부터 천막을 제주도의회로 옮겨 농성을 이어가기로 했다. 주민들이 해군기지 건설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가운데 공사를 강행하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는 제주도의회를 압박하기 위한 결정이다.


태그:#강정마을, #해군기지, #해군기지 건설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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