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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원릉. 동구릉에 있는 영조와 그의 계비 정순왕후 김씨의 능이다
▲ 왕릉 눈 덮인 원릉. 동구릉에 있는 영조와 그의 계비 정순왕후 김씨의 능이다
ⓒ 이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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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년 역사를 관통하는 조선왕조는 42기의 왕릉을 조영했다. 그중 2기가 북한 땅 개성에 있고 나머지 40기는 서울과 경기도 일원에 산재해 있다. 충청도와 경상도 전라도, 그리고 이북 땅에도 명당이 있을 텐데 왜 서울 경기권에 몰려 있을까?

용상에 오른 임금의 덕목 중 가장 으뜸으로 칭송되는 것은 선왕을 추모하고 태왕을 숭모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선조들이 잠들어 있는 능을 참배하는 것이 자손으로서 효도였고 우매한 백성과 영악한 신하들을 다스리는 고도의 정치행위였다.

만백성의 어버이 임금이 능행에 나섰을 때 변고가 발생하면 국가가 위태롭다. 임금은 서둘러 환궁해야 한다. 항공기는 물론 고속도로와  KTX가 없던 그 시절, 임금이 재빨리 돌아오는 길은 멀리 나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때문에 궁성 주변에 몰려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왕릉에 무인석이 하나이지만 강력한 왕권을 행사했던 태종의 헌릉은 무인석이 둘이다.
▲ 무인석 대부분의 왕릉에 무인석이 하나이지만 강력한 왕권을 행사했던 태종의 헌릉은 무인석이 둘이다.
ⓒ 이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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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릉이 사가의 묘와 다른 것이 있다. 능상을 감싸고 있는 석조물이다. 호랑이와 말, 양을 형상화한 석물이 군사가 왕을 호위하듯 감싸고 있고 칼을 쥔 장군석이 떡 버티고 서있다. 무인석이다. 사가의 묘에 무인석을 세우면 역적으로 처단했다. 군권을 넘보는 역심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정승판서를 지낸 사대부의 묘에 문인석은 있지만 무인석은 없다.

능침에 잠들어 있는 혼령이 나와 노니는 곳이다
▲ 혼유석 능침에 잠들어 있는 혼령이 나와 노니는 곳이다
ⓒ 이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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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물 중에서도 사가의 묘와 극명하게 가장 차별화 되는 것이 있었으니 혼유석(魂遊石)이다. 혼유석은 능상 앞에 놓인 넓은 돌을 지칭하는데 사가에서는 이를 상석이라 하지만 왕릉에서는 혼유석이라 부른다. 능상에 잠들어 있는 혼령이 나와서 노니는 곳이라는 뜻이다. 이 혼유석 위에는 임금도 올라가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시장시절 광주 망월동묘지를 방문하여 상석을 밟고 올라서 구설수에 오르더니만 이번에는 집권여당 대표가 상석을 밟아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명박 후보가 지난 5월 13일 5.18묘지를 방문해 묘역을 둘러보던 중 '상석(床石)'을 밟아 논란이 됐던 장면.
 이명박 후보가 지난 5월 13일 5.18묘지를 방문해 묘역을 둘러보던 중 '상석(床石)'을 밟아 논란이 됐던 장면.
ⓒ 광주드림 임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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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지도부와 함께 26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박관현 열사의 묘비를 만지며, '상석'(제사 때 제물을 올려 놓는 곳)을 두발로 밟고 올라 서 있다.
▲ 5.18묘지 '상석' 밟고 올라 선 안상수 대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지도부와 함께 26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박관현 열사의 묘비를 만지며, '상석'(제사 때 제물을 올려 놓는 곳)을 두발로 밟고 올라 서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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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석(床石)은 글자 그대로 돌로 만든 상이다. 묘를 방문한 유족과 참배객이 술과 음식을 올려놓고 절을 하는 곳이다. 실례라고 변명할 수 없는 결례의 극치다. 옛날 같으면 '애비 없는 후레자식'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조상에게까지 욕을 먹이는 무식의 극치다. 보온병, 자연산에 이은 못 말리는 상수다.

덧붙이는 글 | 이정근 기자는 2010년도에 '신들의 정원, 조선왕릉'을 펴냈다.



태그:#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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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事實)과 사실(史實)의 행간에서 진실(眞實)을 캐는 광원. 그동안 <이방원전> <수양대군> <신들의 정원 조선왕릉> <소현세자> <조선 건국지> <뜻밖의 조선역사> <간신의 민낯> <진령군> <하루> 대하역사소설<압록강>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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