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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감염 가축 매몰지의 침출수로 인해 지하수가 오염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27일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경기도 이천시로부터 의뢰를 받아 이천시 백사면 모전리 매몰지 주변의 지하수를 정밀검사한 결과 농업용수와 생활용수에서 모두 가축사체유래물질이 나왔다.

이는 매몰지의 침출수로 인해 지하수가 오염됐음을 확인시켜준 첫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침출수로 오염된 곳은 한 군데도 없다"고 주장해온 경기도측의 견해와 전혀 다른 결과이기도 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검사결과가 나온 이후 이천시측도 "침출수가 관을 타고 용출돼 지하수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 사실을 인정했다.

매몰지에서 가까운 곳일수록 가축사체유래물질 많이 나와

3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모전리 260번지 구제역 살처분으로 형성된 매몰지 주변에서 한 인부가 관정을 통해 지하수를 뽑아내고 있다.
 3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모전리 260번지 구제역 살처분으로 형성된 매몰지 주변에서 한 인부가 관정을 통해 지하수를 뽑아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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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연구원이 지하수를 정밀검사한 매몰지는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모전리 298번지 일대다. 이곳에는 지난 1월 18일 9016마리의 돼지가 매몰됐다. 이천시에 위치한 단일 매몰지로는 상당히 큰 규모다.

하지만 이곳에서 사용하는 농업용 지하수 관정 8개 가운데 2개에서 악취가 나고, 토양에서 흰색의 지방성분이 보인다는 민원이 제기됐다(2월 9일). 심지어 악취나는 관정 때문에 하우스 안 상추 속이 오그라든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이천시는 농업용 지하수와 생활용수를 채수해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의 검사결과, 농업용 지하수와 생활용수의 경우 암모니아성 질소와 염소이온이 각각 7.98mg/L과 14mg/L(농업용지하수), 2.58mg/L과 16mg/L(생활용수)이 나왔다.

이천시는 "암모니아성 질소는 기준치를 초과하나 염소이온은 기준치 이내로 침출수 또는 가축분뇨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향후 원자력연구원 분석결과를 토대로 종합판정 예정"이라고 밝혔다.

'냄새나는 상추' 민원이 제기됐던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모전리의 매몰지. 이천시에서는 매몰지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냄새나는 상추' 민원이 제기됐던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모전리의 매몰지. 이천시에서는 매몰지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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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천시는 지난 2월 16일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백사면 모전리 298번지 일대 매몰지 지하수 오염 검사를 의뢰했다. 이에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가축사체유래물질분석' 방법으로 검사를 실시했다.

'가축사체유래물질분석' 방법은 침출수에 포함된 단백질과 중간산물의 농도, 총유기탄소(TOC)의 농도비율을 이용해 가축매몰지 침출수 유출 여부를 판별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쓰면 30분-1시간 안에 침출수 유출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정밀검사 결과(2월 26일), 검사한 4곳의 지하수에서 가축사체유래물질이 각각 3.817mg/L(하우스1)과 1.120mg/L(하우스2), 0.250mg/L(하우스3), 0.597mg/L(가정집)이 나왔다. 가축사체유래물질은 매몰지와 가까울수록 많이 나왔고, 멀리 떨어진 하우스3과 가정집 지하수에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나왔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이천시 가축매몰지 주변 지하수 분석' 보고서에서는 검사 결과를 이렇게 분석해놓았다.

- 하우스1, 하우스2, 하우스3, 가정집 지하수는 현재 환경부가 고시한 먹는 물 수질기준에 의거 암모니아성 질소, 일반세균, 총대장균군, 병원성 미생물 항목이 일부 또는 전부 초과된 것으로 분석되어 상기 지하수를 음용수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것으로 판단됨.

- 하우스1과 하우스2의 오염도가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가축사체유래물질의 농도 및 총유기탄소농도 등으로 미뤄보아 가축매몰지에서 침출수 또는 매몰지 표면 용출가가 유출됐거나 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됨(과거 침출수가 유출된 가축매몰지 주변 지하수 분석 결과에 근거함.

유원일 의원은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가축사체유래물질 수치가 1 이상이면 침출수로 인한 오염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따라서 가축매몰지와 가까운 하우스1과 하우스2의 지하수는 가축사체유래물질에 의해 오염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호한 매몰지에서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 확인"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전수리의 한 상추재배 하우스. 가까운 곳에 대형매몰지가 있어 지하수에서 침출수 냄새가 났다.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전수리의 한 상추재배 하우스. 가까운 곳에 대형매몰지가 있어 지하수에서 침출수 냄새가 났다.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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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지난 2월 22일과 3월 3일 두 차례에 걸쳐 이곳을 방문했을 때 비닐하우스 관정에서 나오는 물에서 악취가 났고, 그 물을 뿌린 하우스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이천시는 매몰지 주변에 소형관정 6개를 박아 지하수를 저류지로 퍼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지하로 흘러들어간 침출수를 제거하기 위한 이천시의 조치였다. 

지난 3일 만났던 조병돈 이천시장은 "소형관정 6개를 설치해 실험한 결과 3개에서 냄새가 났다"고 침출수 유출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15일 동안 채수했는데도 냄새가 계속 날 경우에는 근처 분뇨처리장으로 매몰지를 옮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천시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검사 결과가 지난 2월 26일 나왔는데도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25일이나 지난 23일에서야 매몰지를 근처 분뇨처리장으로 옮겼다.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가장 양호하게 조성한 매몰지에서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천시는 그동안 "침출수 유출 등 2차 오염을 막기 위해 쓰레기매립장용 차수막를 시공해 침출수 유출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다"고 공언해왔다.

유원일 의원은 "가축 매몰지 현황카드를 보면 매뉴얼지침대로 매몰한 상당히 양호한 매몰지인데도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이 확인됐다"며 "지금까지 매뉴얼대로 매몰할 경우 지하수 오염이 없다는 정부 발표는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이번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분석 결과는 가축 매몰지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이 확인된 첫 번째 사례"라며 "매몰지침에 따른 양호한 매몰지에서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이 밝혀진 이상 정부는 전체 매몰지에 대한 정밀검사를 실시해 지하수 오염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유 의원은 "현재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침출수 오염지표(암모니아성질소, 질산성질소, 염소이온)로는 가축 매몰지 오염원과 가축폐기물 및 축산 폐수, 질소비료, 생활폐수 오염원과의 구분이 모호하다"며 "정부는 가축사체유래물질분석 등과 같이 오염원이 침출수인지 축산폐수인지 생활하수인지를 현장에서 신속하게 정성적으로 판별가능한 기법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그:#구제역, #유원일, #한국원자력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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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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