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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이 얽힌 대학 내 갈등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곧이어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해당 대학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교육과학기술부가 특별감사에 착수한 정황 역시 포착됐다. 대통령 친인척의 '힘'으로 권력 기관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는 것이다.

 

15일자 <한겨레>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의 사촌오빠인 서일대학 재단 세방학원 이사 김재홍씨와 대학 설립자인 이용곤 전 이사장은 학교 문제를 두고 다툼을 벌였다.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이 전 이사장을 찾아와 "김 이사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전 이사장의 아들 이문연씨는 14일 "지난 1월 초, 아버지와 김 이사가 학교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가 아버지가 김 이사에게 홍차를 끼얹은 적이 있다"며 "그 뒤 청와대 민정수석실 유아무개 행정관과 김아무개 과장이 1월 12일 집으로 찾아와 아버지에게 '김 이사에게 사과하라'고 종용했다"고 말했다.

 

갈등의 이면에는 비리재단의 복귀 시도가 있다. 2000년, 이 전 이사장의 회계 부정으로 관선이사가 파견돼 정이사 체제로 전환된 서일대학에 이 전 이사장이 아들을 이사장으로 세우려 했다. 그러나 김 이사가 이를 반대해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지난 1월 초에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호텔에서 이 전 이사장이 김 이사에게 홍차를 끼얹은 것도 같은 이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이사장은 "김재홍씨가 학교를 장악하려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김 이사는 "(나를) 나쁜 데(이사장 복귀) 이용하려다 말을 안 들으니 망신을 주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김 이사는 이 전 이사장의 추천으로 지난 2009년 세방학원 이사로 취임한 바 있다.

 

이 전 이사장 집에 간 적 없다던 청 민정수석실... "찾아간 건 사실" 말 바꿔

 

김 이사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몇십 명이 있는 곳에서 펄펄 끓는 홍차를 덮어 씌웠다"며 "내 개인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의 친인척이니까 민정수석실 친인척관리팀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쪽에 사과를 받아달라고 부탁하지는 않았지만, 사과를 하라고 이야기 하지 싸움 붙이려고 이야기 하겠냐"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처음엔 이 전 이사장의 집에 간 사실 자체를 부정했다고 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유아무개 행정관은 3월 말에는 "집에 간 적이 없다"고 했으나 보름 뒤인 14일에는 "설립자의 집에 찾아간 것은 사실"이라고 실토했다는 것이다.

 

유 행정관은 "(집에 간 것은) 김재홍 이사가 잘못한 것이 있는지 확인하러 갔다"며 "사과하라고 말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친인척 관리팀은 청탁 등의 유혹으로부터 대통령 친인척을 관리하는 주 임무임에도, 이와 무관하게 '친인척이 연루된 단순한 다툼'에 개입한 것이다.

 

이 전 이사장의 아들 이문연씨는 "(집에 찾아온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내게 여러 정보기관을 통해 보고가 올라와서 절차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입장에서 우리가 나왔다고 말하며 사과를 하지 않으면 김 이사가 명예훼손으로 문제를 삼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그는 "(행정관이)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고 명함도 내밀지 않고 '청와대에서 왔다'고만 말하는 등 매우 무례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 수사 진행, 교육과학기술부도 특별감사

 

서일대학에 대한 압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방문한 직후인 2월 초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서일대학 주변에 대한 내사를 벌인 것. <한겨레>에 따르면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5일 이 전 이사장을 국고보조금 횡령 혐의로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서일대학 박아무개 교수에 대해서도 레크리에이션 자격증을 팔아 얻은 수익금 일부를 개인 상가와 주택을 산 혐의로 수사 중에 있다. 여기에 교육과학기술부도 나서 1월 말 제기된 민원을 중심으로 지난달 7일부터 5일간 특별감사를 벌였다.

 

경찰청 특수수사과 관계자는 "첩보를 통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영부인 가족과 이용곤씨의 다툼은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수사에 착수한 시점을 보면, 청와대와의 교감에 의해서 수사에 들어갔다는 추정이 가능하다"며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00년 청와대 하명수사를 주로 하던 '사직동팀'이 해체된 뒤 그 업무를 이어받은 조직으로, 경찰청 핵심 수사팀이 수사력을 집중하기에는 서일대학이 규모나 명성 면에서 너무 작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수사 자체도 이 전 이사장의 학사운영 개입이 초점이었다. 세방학원 직원 이아무개씨는 "4~5시간 조사를 받았는데, 설립자의 학사개입 문제 등을 주로 물었다"고 말했다. 이 전 이사장이 회장으로 있는 한국게이트볼협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도 '돈을 횡령해 학사에 개입하려는 정황이 있다'고 적혀 있다. <한겨레>는 "같은 시기에, 교육과학기술부가 서일대학에 대해 특별감사를 진행한 점도 의혹을 불러일으킨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그쪽(설립자 쪽)이 (대통령의) 친인척을 이용하려다 잘 안 된 것 같다"며 "(경찰 수사, 교과부 특감은) 김재홍씨가 사외이사 하다가 느낀 걸 직접 (경찰과 교과부에) 얘기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태그:#대통령 친인척, #김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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