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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따사로운 햇볕이 추자도의 봉글레산 정상에 내려앉았다. 산 정상에서 순효각으로 통하는 올레는 오르막 소나무 길이었다. 초록의 동산 길은 마음까지 파랗게 물들였다. 추자항을 가슴에 안고 걷는 재미가 쏠쏠했다.

 

100m 앞서 걷고 있는 젊은이는 정신없이 카메라를 눌러댔다. 대서리 6길에서 순효각으로 이어지는 올레는 아주 좁은 마을 길, 그 길이야말로 제주올레가 아닌가 싶었다. 켜켜이 쌓아올린 추자도 밭담과 집담은 바람을 막기 위해서인지 사람의 키보다 놓게 쌓아져 있었다.

 

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산자락에 둥지를 튼 추자도 사람들이 사는 집은 그리 넓지 않다. 좁은 마당의 한켠 우영밭에는 감자며 콩의 이파리가 제법, 좁은 방에 비해 한길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올레길은 집에 비해 너무 낡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영밭에서 자라고 있는 강낭콩과 감자 싹이 이제 막 새순을 틔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올레꾼들의 방문을 환영하듯이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어 댔다.

 

나바론절벽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은 숲길과 흙길, 5월의 신록을 흠뻑 들이마실 수 있는 길이었다. 추자도 하면 바당올레만 걷는 줄 알았다. 하지만 산과 산으로 이어진 산의 능선을 걷는 재미는 추자올레의 특색이다.

 

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암벽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암벽올레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행여, 발을 잘못 디디면 바닷속으로 풍덩 빠져 버릴 것 같은 암벽길이다. 하지만, 암벽 속에 가까스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야생화와 소나무, 그 길은 생명 애착을 갖게 하는 길이었다.

 

제주올레를 걷는다는 것은 늘 재미있는 길만 걷는 것은 아니다. 때론 척박한 돌부리길, 때론 한적하고 고독한 길이 추자도 올레가 아닌가 싶다. 그 길이야말로 인생길 같았다.

 

다시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숲 속에 숨어 있던 추자 등대전망대에 이르렀다. 데크 시설로 이어진 등대 길은 여느 산책로처럼 아늑했다. 등대 앞 의자에 앉아 누리던 5분의 달콤한 휴식은 추자올레의 매력이랄까. 이곳에서는 유인도와 무인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아지트 같았다.

 

암벽길을 타고 오르내리다 보니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를 연결해주는 추자교에 이르렀다. 추자교 오른쪽 갯바위에는 바다를 낚고 있는 강태공들의 분주한 모습이 보였다. 파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암벽 길에서 벗어나 추자교를 걷기 시작했다. 바다 한가운데를 걷는 기분이다.

 

묵리 고갯길은 숲길, 단숨에 오를 수 있었다. 내리막길에서 묵리마을을 내다보니, 여느 시골집 같은 풍경들이 펼쳐졌다. 빨갛고 파란 지붕들이 특색있는 마을이었다.

 

한적한 섬마을은 사람들의 모습은 물론 개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언덕배기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묵리마을, 추자도를 운행하는 공영버스 기사님은 올레꾼들의 추자도 입성을 축하라도 하듯이 흔들어댔다. 묵리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서 잠시 갯바위와 어우러진 바다를 흠뻑 들이마셨다.   

 

흙길과 숲길을 지나 암벽길, 나바론절벽 올레부터 추자 등대길을 거쳐 묵리마을까지 이어진 4.7km 추자올레는 외롭고도 고독한 길이었다.

덧붙이는 글 | 덧붙이는 글 | - 추자도 가는 배편 
* 제주-추자 : 9시 30분(핑크돌핀호. 요금:11,500원) 
* 제주-추자 : 13시 40분(한일카페리3호. 요금:8,600원) 
* 추자-제주 : 10시 30분(한일카페리3호. 요금: 8,600원) 
* 추자-제주 : 4시 10분(핑돌핀호. 요금:11,500원)  

<이 기사는 제주의 소리에도 연재 됩니다>


태그:#제주도-추자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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