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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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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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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가 유성기업 파업 등으로 입은 경제 손실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크게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차 등은 파업으로 인해 천문학적인 손실이 예상된다면서, 공권력 투입을 요청했었다. 정부 역시 이들 업계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경찰력을 조기 투입했다.

결국 노조의 정당한 파업을 두고 정부가 기업의 과장된 경제손실 추정치에 매몰돼, 공권력을 동원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공권력 투입 빌미줬던 경제손실, 실제 들여다보니

1일 오후 4시께 현대기아차는 유성사태로 인한 자동차 생산차질 규모를 공개했다. 지난달 20일 기아차 소하리 공장에서 처음으로 잔업이 중단된 이후 31일까지 전국 공장에서 집계한 수치였다.

회사쪽에서 밝힌 생산차질 자동차 대수는 모두 6610대였다. 자동차 종류별로 보면, 현대차의 스타렉스 960대를 비롯해, 싼타페 820대, 기아차 카니발 740대 등 주로 디젤을 연료로 쓰는 차들이 대부분이었다.

현대차가 생산차질 대수를 전격적으로 공개한 것은, 이날 오전 <경향신문>의 보도에 대한 해명성이 짙다. 이 신문은 고용노동부 고위간부의 말을 인용해, "현대차가 (파업으로) 생산중단될 것처럼 얘기했는데, 현대차에 속은 느낌이 들어서 나중에 화가 났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유성기업 부품 공급으로 실제 현대기아차의 생산차질 대수는 현대차 316대(56억), 기아차 670대(160억)에 그쳤다는 것. 두 회사 생산차질을 합쳐도 986대, 금액으로 따지면 216억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잔업이 중단된 20일부터 24일 공권력 투입때까지 생산차질 규모"라고 말했다. 그는 "25일부터는 다른 생산라인까지 생산차질이 커지지 않았고, 그 이전에 사태가 마무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4일 오후 충남 아산시 소재 유성기업에서 경찰이 농성하던 노조원들을 연행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오후 충남 아산시 소재 유성기업에서 경찰이 농성하던 노조원들을 연행하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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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이 회사는 지난달 23일 유성기업의 파업이 5월말까지 계속될 경우 4만8000여 대의 생산차질과 8270여억 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게다가 파업이 6월까지 이어지면 24만4000대의 생산차질과 4조 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4만8000대는 사라지고...현대차의 이상한 파업 손실 계산법

현대차는 당시 '국내 자동차 생산라인 올스톱 위기'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단 자료를 내기도 했다. 쏘나타 등 가솔린 자동차의 생산 차질도 언급했다.

문제는 현대기아차 쪽의 파업 손실액을 부풀렸다는 것 뿐 아니라, 뒤늦게 내놓은 해명 역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이다.

유성기업 파업 탓에 엔진부품 공급 문제로 공장 가동에 문제가 생긴 시기는 지난 20일 기아차 소하리 공장부터다. 이후 공권력이 투입됐던 24일까지 생산 피해 대수는 현대기아차 양쪽을 합쳐도 986대였다. 당초 회사 쪽 예상 규모의 2.1% 수준에 불과했다.

현대차는 유성의 공권력 투입이후 25일부터 전 생산라인이 정상화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유성의 생산라인은 여전히 노조원의 현장 투입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아,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였다.

현대차는 1일 오후 뒤늦게 생산차질 규모를 내놓으면서, 5월 말까지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어왔다고 밝혔다. 그동안 생산라인이 정상 가동되고 있다는 주장을 뒤집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놓은 생산 차질 규모가 6610대였다.

회사 쪽 말대로 계산해보면, 공권력 투입 이후인 지난 25일부터 31일까지 일주일동안 생산차질은 5624대다. 이는 실제 유성기업 파업과 직장패쇄로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됐던 이전 5일동안 보다 훨씬 자동차 생산을 못한 것이다.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당초 회사 쪽에서 주장한 손실규모가 과장됐던 것 같다"면서 "카니발을 비롯해 이미 시장에서 큰 인기가 없는 모델의 경우 잔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실제 생산 손실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태그:#현대기아차, #유성기업, #생산차질, #파업, #직장패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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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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