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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진 숭실대 부총학생회장, 김준한 서강대 총학생회장(서울지역대학생연합 의장), 권기홍 동국대 총학생회장이 1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총학생회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좌담회에서 손을 모으고 있다.
 강혜진 숭실대 부총학생회장, 김준한 서강대 총학생회장(서울지역대학생연합 의장), 권기홍 동국대 총학생회장이 1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총학생회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좌담회에서 손을 모으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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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3학년 나, '1000만원 빚쟁이' 되다'.

2008년 3월 당시 대학생이던 기자가 <오마이뉴스>에 쓴 글 제목이다. 기사의 부제는 '4년 만에 100만원↑... 지방 유학생에겐 너무 벅찬 등록금'. 당시 기사는 이렇게 끝난다.

"4년간 100만 원이나 오른 등록금이 정작 우리에게 해준 건 무엇일까. '학교발전'을 위해서 라고는 하지만, 그것이 '나의 발전'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그 실체조차 알 수 없는 '발전'을 위해 나는 그리고 나의 부모님은 언제까지 힘들어야 하는 것일까. 도대체 얼마나 많은 '나'와 '나의 부모님'이 생겨야 이 살인적인 등록금 인상이 멈출까. 나는 남은 1년 반 동안 잘 버틸 수 있을까."

그로부터 3년 후, 이제는 '700만 원 빚쟁이'가 된 나는 <오마이뉴스> 사회팀에서 글을 쓰며 '밥벌이'를 하고 있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살인적인 등록금 인상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개나리 투쟁'으로 그쳤던 등록금 투쟁이 수십 년 만에 치러지는 전체 학생총회를 통해 늦봄까지 이어지는가 하면, 지난 5월 29일에는 1000여 명의 대학생들이 '반값등록금 실현'을 외치며 청와대로 행진했다. 이 과정에서 73명의 대학생이 연행된 것은 대학생들의 분노에 더욱더 불을 지폈다.

5월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반값등록금과 청년실업 해결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들이 청와대로 행진을 시도하다가, 한 대학생이 경찰들에게 강제연행되며 울부짖고 있다.
 5월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반값등록금과 청년실업 해결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들이 청와대로 행진을 시도하다가, 한 대학생이 경찰들에게 강제연행되며 울부짖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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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김제동·김여진씨 등이 참여하는 '30대 날라리 선배부대'가 지원사격하는 촛불집회까지 예고되면서, 반값등록금 투쟁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제2의 촛불'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3년 전의 내가 높은 학점을 받고,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의 방식으로 '홀로' 싸웠다면, 이제 대학생들은 '함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

지난 1일, 숭실대 총학생회에서 반값등록금 투쟁에 앞장서고 있는 세 명의 대학생을 만났다. 강혜진 숭실대 부총학생회장(벤처중소기업학과 07), 권기홍 동국대 총학생회장(법학과 07), 김준한 서강대 총학생회장(컴퓨터 공학과 07).

24살 동갑내기 대학생들은 서로를 '총님(총학생회장)', '부총님(부총학생회장)'이라고 불렀다. 권기홍씨와 서울지역대학생연합 의장이기도 한 김준한씨는 지난달 29일 집회에서 연행됐다 31일 풀려났다. 전날 늦은 시간까지 동국대에서 '석방학생 환영대회'를 했다는 이들은 이날 저녁에도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 계획이라고 했다. 다음은 세 대학생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이게 대한민국에서 대학생들 대하는 태도인가' 분노"

서울지역대학생연합 의장인 김준한 서강대 총학생회장.
 서울지역대학생연합 의장인 김준한 서강대 총학생회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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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한, 권기홍 두 학생은 지난 5월 29일 연행됐다 풀려났는데.
권기홍(이하 권) : "제가 제일 먼저 끌려갔을 거다. 앞에 있어서."
김준한(이하 김) : "전 오후 3시 좀 넘어서."

- 연행과정에서 폭력은 없었나.
권 : "연행 자체가 폭력이죠."
김 : "팔, 다리 개구리처럼 다 잡고."
권 : "목 조르는 건 기본이고, 사람이 발버둥을 치니까 힘 빼려고 팔 다리 누르고 때리고 안 되면 들어 올리고."


- 연행된 건 처음인가.

(둘 다 고개를 끄덕인다)
권 : "어우, 색다른 경험이었다.(웃음) 흥미진진한."

- 학생회 활동 4년 넘게 하지 않았나. 
권 : "그동안 정세가 '연행을 불사하더라도 뚫어보자' 이런 게 없었다. 가두시위 제대로 한 것도 이명박 정부 들어서 얼마 없었다."

- 이번에 가두시위까지 하게 된 이유가 뭔가.
김 : "학생들이 분노하는 게,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서 이런 이야기(반값 등록금)가 나왔다는 점과,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 여러 가지 조건들이 계속해서 하나씩, 하나씩 달리고 있다는 점. 처음에는 소득하위 50%였다가, 장학금 형태로 지급하겠다고 했다가, 대학 구조조정과 동반해서 하겠다고 했다가, 이제는 B학점 이상 기준까지 나오면서 대학생들이 더 분노한 것 같다. 이게 진짜 대학생들을 생각하는 건지, 정치쇼인지."

권 :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를 안 했다는 점도 크다. 정부 출범한 지 꽤 시간이 흘렀고 그 동안 등록금 이야기가 계속 나왔는데 이제 와서 반값 등록금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하려면 먼저 사과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게 진정성인 거고. 신뢰가 부족한 거다."

- 강혜진 학생은 연행이 안 됐는데.
강혜진(이하 강) : "네. 운이 좋게."
권, 김 : "운이 나쁘게. 완전 힘들었을 것 같다(웃음)."
강 : "그날 정말 더웠다. 2시부터 5시 반까지 거의 4시간을 구호를 외치는데, 그날 분위기가 어땠냐면 대학생들이 정말 참을 수가 없어서, 죽기 싫어서 나간 거다. 당연히 악을 쓰게 되는 거다. 시민 분들이 많이 오셔서 물도 주시고 그랬지만 탈진한 학생들도 있었다.

그런데 경찰들이 또 '힘들면 나가라' 이러니까 '아니 누구 때문에 우리가 이러고 있는데' 싶고. 그리고 당시 학우들이 매우 폭력적으로 끌려갔다. 한 학우는 전경 네 명이서 옷을 잡아끌고, 저희는 그 학우를 보낼 수 없어서 붙잡고. 그 때 막 참을 수 없는 분노라고 해야 하나. '이게 대한민국에서 대학생들을 대하는 태도일까' 그런 걸 느꼈다." 

- 그날 매우 더웠다.
강 : "엄청 더웠다. 분수에서 노는 시민들이 부러웠다.(웃음)"
권 : "저희는 전경차 타니까 에어컨을 제 쪽으로 틀어주시더라고요." 

- 어느 경찰서로 갔나.
김 : "전 금천서."
권 : "전 양천서."
김 : "73명을 8군데로 분산시켜서 보냈다."

권기홍 동국대 총학생회장.
 권기홍 동국대 총학생회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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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가본 경찰서, 어땠나.
권 : "유쾌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죄를 안 지었다고 생각했다. 대학생들은 그야말로 (등록금 때문에) 죽기 직전에 나와서 폭력을 쓴 것도 아니고 플래카드 들고 거리 걸은 게 다다. 그걸 강제로 틀어막고 연행하는 것이 이해가 안 갔다. 그런데 저를 죄인취급하더라. 전제가 깔려 있더라. '너네는 범죄자고 현행범으로 잡혀왔으니까 빨리빨리 이야기를 하고 나가라'. 묵비권 행사하면서 이름 이야기 안 하니까 '왜 당당하지 못하냐. 이름도 못 밝히면서 뭐가 당당하다고 반값등록금 이야기 하냐'.

아니, <오마이뉴스> 기사 사진을 들이대면서 '이거 너지' 묻는 거다. 누가 봐도 난데 '모르겠는데요, 형사님(웃음).' 제가 끝까지 신원 안 밝히니까 수색영장 발부 받아왔더라. 그리고는 저를 다른 방으로 불러서 경찰 6명이 제 팔을 뒤로 꺾어서 (지장을) 찍더라. 강제로."
김 : "동작서에서는 수색영장 발부도 없이 강제날인한 사례도 있다." 

- 부모님께서는 아셨나.
권 : "아시더라. 경찰에서 묵비권 행사하고 있는데 전화 오셔서 우리아들 거기 있냐고. (총학생회 측에서) 학교에 '권기홍 총학생회장 잡혀갔다'고 선전물을 다 붙여가지고 아신 것 같다."
김 : "저희 부모님도 아시더라. 면회 오셨더라. 안타까웠다."
권 : "부모님 이야기는 하지 말자."
강 : "한숨만 나오고."
권 : "전화하면 '죄송해요, 갈게요 엄마'."
강 : "쩜쩜쩜."

"웬만하면 돈 안 쓰려고 화장도 안 한다, 다 돈 드니까" 

- 나도 학자금 대출을 1000만 원 정도 받았다. 다들 등록금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김 : "부모님이 내주신다."
권 : "처음 2~3학기는 부모님이 내주시다가 동생까지 대학 들어오니까 감당이 안 돼서 다 대출받고 있다. 한 2000만 원 정도 쌓였을 거다. 이자는 부모님이 내주신다."
강 : "저도 부모님이 내주시는데 우리 형제가 대학생 2명에 고등학생 한명인데, 막내 동생 학교가 자립형 사립고다. 학비도 비싸고 사교육비도 들고. 그리고 바로 밑에 동생은 지방대라서 자취비용도 든다. 아마 부모님이 대출을 받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너무 미안해서 못 물어봤다."

- 각각 등록금이 얼마인가.
강 : "저희 학과가 저희 학교에서 제일 싸다. 352만 원."
권 : "저도 저희 학과가 제일 싸다. 360만 원 정도."
김 : "전 제일 비싸다. 공대라서. 485만 원 정도."

강혜진 숭실대 부총학생회장.
 강혜진 숭실대 부총학생회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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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바이트는 하고 있나.
강 : "총학생회 활동하면서 아르바이트하기 어렵더라. 웬만하면 안 쓰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 여자애들 왜 옷이나 이런 거 한창 꾸미고 싶지 않나. 그런데 화장을 안 한다. 다 돈이 드니까. 옷도 단체복 입고. 지금 이것도(목에 맨 손수건을 가리키며) 단체 손수건이다."
권 : "요즘 생동성(생물학적 동등성 실험) 알바, 이런 거 많이 한다."
강 : "제 남자친구도 하더라. 시간대비 소득이, 벌이가 좋다더라."

권 : "아우, 훌륭하다. 주말 일정 2번만 빼면 30~40만 원 들어오니까. 저도 몇 번 하러 갔었는데 총학생회 활동하다 보니까 술도 많이 마시고, 생활이 불규칙해서 신체검사에서 떨어졌다. 돈 부족해서 그거라도 하려고 갔는데 비참하더라.

가서 (생동성 알바) 했던 사람들 이야기 들으면 이건 '실험쥐'다. 주는 밥 먹고 책 읽다가 때 되면 피 뽑아주고. 그러다 안 좋게 반응 나와서 구토하고 설사하고 그러면 그냥 나가야 한다. 돈 못 받는다. 페이가 셀수록 그런 위험 부담이 크다. 예전에 한 달에 2~3번 (생동성 알바) 뛰면서 80만 원 받는 걸 했던 형이 있었다. 그런데 그 형이 막 구토하고 그래서 돈 못 받고 나왔다더라."  

강 : "저도 그런 알바는 정말 어려운 친구들이나 하겠거니 했는데 아니더라." 
권 : "많이 한다. 많이. 전문 카페도 있고."

[좌담회②] "분위기 장난 아니다... 이번엔 '명박산성' 넘는다"


태그:#반값등록금, #강혜진, #권기홍, #김준한, #등록금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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