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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진 숭실대 부총학생회장, 권기홍 동국대 총학생회장, 김준한 서강대 총학생회장(서울지역대학생연합 의장)이 1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총학생회에서 '반값등록금'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혜진 숭실대 부총학생회장, 권기홍 동국대 총학생회장, 김준한 서강대 총학생회장(서울지역대학생연합 의장)이 1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총학생회에서 '반값등록금'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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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조건이 변했다.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자기 혼자 잘 나서는 살아갈 수 없다. 정부한테 요구를 하고, 받을 건 받아내야 한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그 중에 등록금 문제가 가장 두드러지는 거고."

권기홍 동국대학교 총학생회장은 올해 들어 등록금 투쟁이 주요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준한 서강대학교 총학생회장 역시 "지금까지는 모이고, 목소리를 내자고 해도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라는 회의적인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등록금, 청년실업, 주거문제 등에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대학생들이 '불안감에 질식된 무기력한 존재'로 규정되었다면, 이제 대학생들은 하나의 '정치세력'이 되고 있다.

강혜진 숭실대 부총학생회장은 "각 정당들에게 대학생들이 '나에게 표를 줄 수 있는 집단'이라는 것이 분명하게 인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준한 회장은 "대학생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정치는 대학생들이 투표로 심판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세 명의 대학생과 나눈 대화의 일문일답이다.

"학교랑 협상해서 얻어낼 수 있는 건 잘해야 등록금 동결이다"

강혜진 숭실대 부총학생회장.
 강혜진 숭실대 부총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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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금 투쟁의 양상이 이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예전에는 '개나리 투쟁'이라고 봄에만 했는데 지금까지도 등록금 투쟁이 진행되고 있는 대학도 있더라. 각 학교마다 등록금 투쟁 어떻게 진행했나. 
김준한(이하 김) : "서강대는 22년 만에 전체학생총회를 성사시켰는데 결국 공동행동을 하지 못했다. 학내의 모든 문제가 학생들이 많이 원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만 변화가 가능한 건데 학생들의  마음을 이끌어내지 못한 거다. 그러면서 (등록금 투쟁이) 저와 부총학생회장의 단식으로 귀결이 됐고, 현재는 부처별 간담회 통해서 학생 요구안에 대해 논의하는 중이다."

권기홍(이하 권) : "동국대는 3월 말, 4월 초까지 나름 할 수 있는 역량을 총동원해서 등록금 투쟁을 했는데 시험기간이 지나면서 여론화가 제대로 안 됐고, 그걸 5월 달에 다시 못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학교에서 등록금 인상분을 4.9%에서 2.8%로 내렸고, 학생들 개인 통장에 많게는 8~9만 원, 적게는 5~6만 원씩 현금으로 쏴지면서 흐지부지된 것도 있고. 그런데 최근에 대학생들이 연행되면서 학내에서 다시 반값등록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여론이 끓고 있다."

강혜진(이하 강) : "숭실대는 지난 3월 30일 전체학생총회를 성사시켰다. 그 전에는 중앙운영위원회 위원들이 보름간 단식을 진행했고. 저희 요구는 2.8% 인상분을 원점으로 하자는 것이었는데 그건 되지 않았다. 사실 학교랑 만나면 한계가 있다. 학교가 가지고 온 예산안은 우리가 정보를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그걸 보면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없다."

권 : "등투(등록금 투쟁)할 때 가장 걸리는 게 뭐냐면, 예산내역 공개와 관련된 법 조항이 있는데 이게 강제적이지 않다는 거다. 동국대 예산이 3200억 원인데 예산내역을 7장으로 정리해서 주더라. 용돈기입장보다 못한 거다. 반면에 건국대는 200장 넘게 정리해서 줬는데 이런 차이가 발생해도 할 말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건대에서 자세하게 써줬다고 해서 믿을 수 있느냐. 없다. 등심위(등록금 심의위원회) 규정을 보면 '자료제출에 성의 있게 임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성의 있다'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학교랑 협상해서 얻어낼 수 있는 건 잘해야 동결이다." 

- 법 정비가 필요하다는 건가.
권 : "반드시. 대학관련 법률이나 규칙이 하면하고 안 해도 그만이다. 법정전입금? 안 내는 학교가 더 많을 거다. 그러면서도 당당하다. '억울하면 너네가 재단 가서 이야기해'." 
강 : "권고사항에서 그친다."
김 : "예·결산 공개 관련해서 한 말씀 더 드리자면, 사실 예결산안이라는 게 전문가나 분석이 가능하다. 학교에서는 '전문가 대동해서 열람하라'고 하는데 사실 전문가도 하루 이틀 안에 분석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학생 대표자들은 예·결산 내역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안 된 상황에서 학교에서 이야기하는 것만 근거로 대화할 수밖에 없다."
강 : "예·결산 딱 보고 나와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이 뭐냐면, '쓸 데 없는 데 돈 쓰지 마라', 그리고 '내역 더 공개하라'. 그러면 학교는 '우리는 다 공개했다'고 한다.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 예·결산 내역 공개라든지, 방금 말씀드렸던 강제화되어 있지 않은 조항들은 공통된 문제다."

"학생들 목소리 모이니 총장님이 말 한마디에 고민하더라"

김준한 서강대 총학생회장.
 김준한 서강대 총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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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대학들이 등록금 투쟁을 예년에 비해 훨씬 더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는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김 : "작년까지만 해도 많은 학교에서 '동결' 국면이었는데 올해는 인상된 학교가 많다. 이미 (등록금) 액수가 높아서 학생들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등록금이) 또 오르게 되면서 학생들이 더욱더 분노하게 된 것 같다. 여러 학교에서 총회가 연달아서 이례적으로 성사되면서 이슈화가 크게 되었고. 올해 같은 경우에는 인터넷만 켜도 등록금 이야기 계속 나오니까 등록금과 관련된 문제의식에 더욱 공감하게 된 것 같다."    

강 : "총장님과 면담하는 자리가 있었다. 밖에서 정말 많은 학우들이 등록금 인상 철회하라는 요구를 외쳤다. 그러니까 학교에서도 이전까지는 정말 당당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면 올해는 총장님이 한 마디, 한 마디에 고민하는 게 보였다. 학교가 무서워하는 것은 대표 몇몇이 아닌 거다."

김 : "지금까지는 모이고, 목소리를 내자고 해도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나'라는 회의적인 입장이었다면, 한나라당에서조차 반값 등록금 이야기가 나오는 등 여러 가지 가시적인 움직임과 목소리가 나오면서 학우들의 인식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 등록금, 청년실업, 주거문제.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된다.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지 않으면, 갈아엎지 않으면 안 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저희는 이걸 촛불로 모아보겠다는 거다. 2008년 때 '명박 산성'에 막혔다면 이걸 뛰어넘자는 거다."

권 : "생존의 조건이 변했다.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자기 혼자 잘 나서는 살아갈 수 없다. 정부한테 요구를 하고, 받을 건 받아내야 한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그 중에 등록금 문제가 가장 두드러지는 거고."

"홍익대 사태가 '노학연대' 전환점 됐다"

- 변화의 움직임 가운데 '청소노동자와의 연대'도 빼놓을 수 없는 것 같다.
권 : "저희(동국대) 엄청 잘 된다. 우리 엄마들 난리난다.(웃음) 저 잡혀 들어갔다고 전화오고, 사식 넣어주시고. 지난해 청소 노동자 분들 노조 만들고 투쟁할 때 학생들이, 많지는 않지만 옆에 붙어서 싸워서 이겼다."
김 : "서강대도 어머님들 영어교실, 풍물교실 운영하고 있고 이번 축제기간에 '사랑의 밥짓기'를 했다. 최저임금 실천운동도 같이 하고. 또 어머님들이 '민들레 장학금'이라고 해서, 한 푼 두 푼 모아서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주신다."

- 홍대 청소노동자 투쟁 당시 초기에 총학생회가 욕을 많이 먹기도 했는데 전혀 다른 양상인 것 같다.   
권 : "사실 동국대도 홍대 그 일 있기 전에는 학내에서 여론이 첨예하게 붙었다. '우리가 왜 도와줘야 하나', '이 분들 도와줘서 임금 올리면 등록금 올라가는 것 아닌가', '민주노총 들어와서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홍대 터지고 나서는 그런 여론이 많이 없어졌다."
김 : "그게 노학연대의 전환점이었던 것 같다. 사실 2011년을 살아가는 노동자 분들이나 학생들이나 약자계층이지 않나. 우리끼리라도 뭉쳐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대학생들 외면하는 정치, 대학생들이 투표로 심판한다"

권기홍 동국대 총학생회장.
 권기홍 동국대 총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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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반값 등록금 이야기로 돌아가서, 배우 김여진씨가 '반값등록금 안 되면 등록금을 반값만 내버리자'고 제안했는데. 총학생회에서 해 볼 생각 없나.
권 : "예전에는 그런 게 있었다. 반값이 아니라 그냥 안 내버리는 거. 총학생회가 등록금 딱 모아서 잡고 싸우는 거."
김 : "그런데 그건 학내 구성원 대다수가 동의해야 할 수 있다."
강 : "'왜 등록금 비싼 거 아는데 다 같이 행동하지 않을까'라고 하는데, 불안감도 있을 것 같다. 만약에 반을 안 냈을 때 학사제도에서 피해를 받지는 않을까."

- 일부에서는 이번 반값등록금 투쟁을 '2008년 촛불'에 비교하기도 하던데, 뭔가 바뀔 조짐이 보이는 것 같나.
김 : "장난 아니다.(웃음)"
권 : "분명 그 지점이긴 한데 조금은 더 봐야 한다. 6월 중순쯤 되면 각이 나오지 않을까. 이번 6월 임시국회가 중요할 것 같다."

- 안 그래도 민주당은 이번 임시국회를 반값 등록금 포함해서 '민생국회'로 가려고 하더라.
김 : "민주당 의원들, 이번에 경찰서 쫙 도시더라."
권 : "전북 익산에서 올라온 의원도 있더라. 제가 '여기까지 왜 오셨냐'고 물어봤다."
김 : "정동영씨도 오시고. 경찰서 앞에서 집회하는데 10분이나 발언하셨다더라. 거기에 등록금 폐지 이야기까지. 학생들도 '저건 너무 나가셨다'고.(웃음)"

강 : "확실한 건, 지금 대학생들이 6.2 지방선거 이후로 하나의 정치세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더 이상 대학생들이 하는 말이 정당들에게 아무런 힘이 없는 게 아니라, 나에게 표를 줄 수 있는 집단이라는 것이 분명하게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반값등록금이 됐든, 청년실업 문제가 됐든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긴다. 학우들에게도 '할 수 있다, 된다' 이렇게 말할 수 있고."  

김 : "대학생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정치는 대학생들이 투표로 심판할 수 있다는 거다. 시민들도 응원해주시고, 경찰도 연행을 못하는 상황이다. 이번 6월 국회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야당과 연대해서 정부 여당이 (반값등록금에) 조건 달고, 뻘소리 못하도록 하겠다." 


태그:#반값등록금, #등록금 투쟁, #강혜진, #권기홍, #김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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