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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070 인터넷전화(VoIP) 가입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서며 기존 집전화(PSTN)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음 '마이피플' 가입자도 1000만 명을 넘었지만 기존 이동통신사들의 견제가 만만지 않다.  

 

스카이프-MVNO 결합한 '모바일 인터넷전화'도 눈앞

 

최근 '스카이프(Skype)' 국내 서비스를 넘겨받은 대성홀딩스가 지난 4일 가상이동통신망사업(MVNO)을 신청해 관심을 모았다. 기존 이동통신사(MNO) 망을 도매로 빌려 20~30% 싸게 공급하는 MVNO에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까지 접목할 경우 통화요금을 절반 이상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MVNO 사업자인 일본통신은 지난 1월 기본료와 통화료를 기존 이통사보다 절반 싼 '모바일IP폰' 요금제를 선보였다. 망을 제공하는 NTT도코모 요금제가 기본료 980엔(약 1만3000원)에 통화료가 30초당 21엔(265원)인 반면 일본통신 모바일 인터넷전화 기본료는 490엔(6500원), 통화료는 30초당 10엔(130원)에 불과하다. 

 

대성홀딩스 IT사업부문 관계자는 4일 "스카이프와 MVNO를 묶는 모바일인터넷전화 사업은 불가피하다"라면서 "일단 오는 14일부터 스카이프 사업을 안정화하는데 집중한 뒤 MVNO 사업은 기존 이동통신사와 협상을 거쳐 2012년 상반기나 하반기에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미국, 일본 등에선 MVNO뿐 아니라 이동통신사들까지 스카이프, 구글 등과 손잡고 모바일 인터넷전화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국내 이통사들은 아직 소극적이다. 당장 이통사 전체 매출에서 80%를 차지하는 음성 매출 급감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전화 5년 만에 1000만 돌파... 집 전화 잠식

 

 

이는 과거 KT, 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통신)가 유선전화 시장 잠식을 우려해 인터넷전화(VoIP) 도입에 소극적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그 틈을 타 'myLG070'을 앞세운 LGU+는 300만 가입자를 확보해 KT와 1, 2위를 다투고 있다.   

 

지난 4일 방통위 발표에 따르면 서비스 첫해인 2006년 33만 명에 불과했던 인터넷전화 가입자수가 6월 말 현재 1009만 명에 이른다. 5년 만에 30배 불어난 것이다. 2005년 말 2292만 명이던 집전화(PSTN) 가입자수는 2010년 말 1927만 명으로 365만 명이 줄어들면서 전체 유선전화시장에서 인터넷전화가 차지하는 비중도 32.2%에 달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 연말에는 1100만 명을 넘어 1가구 1인터넷전화 시대가 올 날도 멀지 않았다.

 

더구나 인터넷전화 점유율 1위인 KT 가입자 306만 명 가운데 집 전화를 같이 쓰는 비율은 33%에 불과하다. 이미 2/3는 집에서 인터넷전화만 쓰고 있다는 얘기다.

 

인터넷 전화의 성공 요인은 무엇보다 값싼 요금이다. 시외-시내 구분을 없애 시외요금(3분당 38원)이 집전화보다 최고 85% 싸고 국제전화(분당 50원) 역시 1/6~1/20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 2008년 10월 기존 집 전화번호를 인터넷전화에 그대로 쓸 수 있게 '번호이동성' 제도를 도입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결국 KT, SK브로드밴드까지 인터넷전화 사업에 뛰어들면서 그해 연말 248만 명, 이듬해인 2009년 666만 명, 2010년 말 914만으로 매년 200~400만 명씩 급증했다.   

 

마이피플-스카이프-바이버 경쟁... 이통사도 '제한적 허용'

 

방통위 발표가 있었던 4일 다음은 '마이피플' 가입자수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유무선통합 메신저인 마이피플은 카카오톡과 달리 가입자 간 모바일인터넷전화를 무료로 제공한다. 글로벌 인터넷전화사업자인 스카이프 역시 국내 400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고 '바이버'도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들 사이에 인기다. 

 

다음 홍보팀 관계자는 "1000만 가입자 가운데 한 번이라도 인터넷전화를 써본 가입자는 35~40% 정도"라면서 "와이파이와 달리 3G망을 통한 모바일인터넷전화는 사용자가 제한적이고 통화 품질도 망 사정에 따라 달라지지만 앞으로 (통신사가) 망을 허용하고 4세대 LTE시대가 되면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이통사에선 무선데이터 트래픽 급증에 따른 망 부하를 이유로 3G망을 통한 모바일인터넷전화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데이터 무제한이 가능한 월 5만5000원 요금제 이상 가입자들만 일부 허용하되 사용량도 SK텔레콤은 200~500MB, KT는 750MB~3GB로 제한하고 있다. 전체 스마트폰 사용자 절반 이상이 3G망으로 통화할 수 없는 상황에선 모바일인터넷전화 확산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지금 IT업계에선 유무선 통신망 사업자들이 모바일인터넷전화 같은 특정 서비스에 제한을 걸어선 안 된다는 이른바 '망 중립성' 논쟁이 한창이다.

 

나성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정책연구그룹장은 2010년 10월 발표한 보고서 '모바일 인터넷전화와 규제 이슈'에서 "(mVoIP를 허용할 경우) 통신비 인하 효과를 확대하는 것은 가능하나, 기존 이동통신사의 기대수익 감소에 따른 네트워크 과소투자 우려"된다면서 전면적 개방보다 "시장의 자율 기능을 통한 점진적인 수용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나 그룹장은 현재 이통사가 월 5만5000원 요금제 가입자에게 월 300분 음성통화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모바일인터넷전화로 바꿀 만한 월 300분 이상 이용자는 전체 가입자의 20% 수준으로 추정했다.

 

4G 시대 이통사들도 모바일 인터넷전화에 '눈독'

 

거꾸로 이통사들이 먼저 모바일인터넷전화 시장 선점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미국 이통사들은 이미 기존 mVoIP 사업자들과 전략적 제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강유리 KISDI 통신정책실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국내외 주요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mVoIP 대응 동향 및 시사점')에서 버라이즌-스카이프, 스프린트-구글보이스 등 기존 통신사업자와 mVoIP 사업자들의 결합을 들어 국내에서도 앞서 일본통신과 같은 MVNO들의 mVoIP 도입 가능성을 점쳤다. 

 

7월부터 SK텔레콤과 LGU+가 서울에서 시작한 4세대 네트워크 LTE(롱 텀 에볼루션) 서비스도 변수다. 기존 3G망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5~7배 빠른 LTE가 활성화되면 그동안 모바일 인터넷전화 활성화를 가로막은 데이터 트래픽 문제나 통화 품질 문제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은 당분간 LTE는 데이터전용망으로 쓰고 음성 통화는 기존 3G망을 활용할 계획이지만 네트워크 진화에 따라 음성통화 역시 mVoIP가 대세가 될 전망이다.

 

지난 6월 30일 LTE 서비스 선포식에서 SK텔레콤은 "mVoIP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면서 '제한적 서비스'로 치부했다. 하지만 같은 날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LTE에 보이스가 실리는 시점이 2012년에 올 것"이라면서 "보이스IP(mVoIP) 특징이 음성, 영상, 데이터를 패킷처럼 열차에 실어 한꺼번에 보내는 건데 LTE에 보이스가 실리면서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라고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모바일 인터넷전화'는 이미 대세다. 이통사들도 당장 눈앞의 음성 매출에 연연해선 살아남기 힘들다는 걸 '인터넷 전화 1000만 시대'가 잘 보여주고 있다.  


태그:#모바일인터넷전화, #통신비, #MVNO, #LTE, #인터넷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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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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