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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의 확대에 대해 의문을 던지 정은영씨 부부
 규모의 확대에 대해 의문을 던지 정은영씨 부부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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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에서 잘 나가는 잡지의 기자로서, 또한 그 회사에서 발간하는 단행본의 에디터로서 여러 해 동안 헌신한 결과로 기획과 출판에 관한 일을 두서 있고 솜씨 있게 처리하는 베테랑이 되었습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신의 회사를 내었습니다. 밤낮없이 참 열심히 일했습니다. 정부와 기업체 일을 가리지 않고 해치웠습니다. 그 솜씨를 눈여겨본 파트너들이 그녀의 회사에 새 일을 주었습니다.

일은 넘치고, 어쩔 수 없이 사무실의 식구를 늘였습니다. 그 식구들을 책임지기위해 더욱 많이, 더 오랫동안 일해야 했습니다. 정말 눈앞에 다가 오는 모든 일들을 폭식했습니다. 죽도록 일했습니다. 정말 죽을 것 같은 피로가 엄습했다. 그리고 넋을 잃었습니다.

그녀의 남편은 일 때문에 쓰러진 그녀를 다시 살리는 길은 그녀를 일에서 떼어놓는 것이라 여겼습니다. 남편은 언젠가 한 번 가본 적이 있는, 가슴속에 아련히 남아있는 서울에서 아주 먼 섬을 생각했습니다. 그녀의 소진된 에너지를 채워줄 곳은 바다가 있고 집집마다 담벼락에 예쁜 그림이 있는 통영의 미륵섬이라고 여겼습니다. 과감하게 이삿짐을 쌓습니다. 회사는 동업을 하던 동료에게 맡겼습니다.

1년 동안 바다를 보며 그곳 사람들의 리듬에 적응했습니다. 그곳 사람들은 일찍 하루를 마쳤고, 밤 9시면 사무실뿐만 아니라 가정집까지 불이 꺼졌습니다. 그녀 혼자 서울에서 다반사로 했던 밤샘 일을 하고 싶어도 밤늦도록 불을 켜놓는 자체가 동네의 고요한 리듬을 깨는 일 같아 그리할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서울의 회사를 완전히 정리해서 그것을 원했던 사람에게 넘겨주기 위해 지난 7일 서울로 왔습니다. 그리고 역시 서울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충북 괴산으로 내려가서 숲속작은도서관을 열고 계신 백창화 선생님 부부의 권유로 모티프원에서 하룻밤 보내기를 원했습니다.

그녀는 이제 통영의 여러 문화예술자원을 정리하는 출판사를 다시 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절대 회사를 키울 생각은 없습니다. 단지 그 지역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밥 한 술 정도 보태는 정도의 일만을 할 예정입니다. 직원은 단 두 명, 그녀를 따라 서울생활을 정리한 서울에서 그녀의 일을 돕던 부부입니다.

그녀는 다음날 모티프원을 떠나면서 '통영에 꼭 한 번 오시라'고 했습니다. 그 어조로 보아 빈말은 아님이 분명했습니다. 아마 그녀가 서울에서의 생활이었다면 이런 말을 진실을 실어 말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녀는 회사일로 항상 바빠서 누가 온다고 시간을 할애할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었지요. 아마 미륵섬에서의 생활리듬이라면 정말 찾아가도 몇 시간쯤 그 사람을 위해 시간을 할애해도 전혀 일에 지장이 없을 만큼 느린 삶을 각오하고 있음이 분명했습니다.

'통영에서 뵈어요!'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는 강용상, 정은영부부의 뒷모습에 행복이 그 부부의 발걸음을 그림자로 붙어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과속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단축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과속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단축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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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크게 사업을 한 사람입니다. 원하는 것은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도 있었습니다. 스포츠카도 소유하고 있었고 때로는 스피드도 즐겼습니다.

한번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회사식구와 각기 다른 차를 가지고 출발한 적이 있습니다. 그 식구는 여건이 허락하는 과속으로 부산에 당도했고, 자신은 경제속도를 준수하면서 운전했습니다. 부산의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도착 시간은 불과 20분 정도의 차이에 불과했습니다.

그의 생각을 완전히 뒤엎은 이 결과를 직접 확인하고부터 그는 절대 과속을 하지 않습니다. 단지 몇 분 먼저 닿기 위해 그렇게 피곤하고, 위험하고, 다른 운전자에게 불쾌감을 유발하는 행위를 할 필요가 없음을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제 자신을 추월하는 차들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큰 키를 무조건 부러워할 일 만은 아닙니다.
 큰 키를 무조건 부러워할 일 만은 아닙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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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다섯 명의 미녀들이 모티프원에 왔습니다. 고등학교 동기동창들이었습니다.

일부는 중학교 때부터 친했던 사이기도 했던 안산의 한 학군 내에 거주하던 학생들이었지요.

이 다섯 명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유난히 친한 사이가 되어서 자연스럽게 '오자매'라는 클럽이 결성되었습니다.

지금은 모두 대학까지 마치고 사회에서 몇 년째 각자의 각기 다른 영역을 살면서도 이렇듯 종종 '오자매'의 만남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4명의 키는 평균키로 모두 비슷한데 한 여자 분만 유난히 컸습니다. 다른 친구들의 눈높이가 그녀의 어깨선에서 머무는…….

저는 무심코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키가 커서 좋겠습니다.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전혀'에 악센트가 들어갔습니다.

-아니, 모두들 키를 1cm라도 더 키우기 위해 안달인데 이 훤칠한 키가 자랑스럽지 않나요?
"불편합니다. 남자친구 사귀기도 어려워요. 대부분의 남자들이 자신을 내려 보는 저를 부담스러워합니다. 고등학교 때도 저를 끼워주는 그룹이 없어서 저를 받아주는 키 작은 이 오자매의 멤버가 된 거에요."
자신이 겪은 여러 사례를 통해 그녀는 정말, 자신의 큰 키를 불이익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크고, 빠르고, 긴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닌가 봅니다. 작은 규모를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매사에 느린 자신을 자책하는 사람이 있다면, 키가 크지 않아 고민인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부끄러운 것도, 자책할 만한 것도, 고민할 것도 아님을 확신하게 됩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규모, #키,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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