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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바 가는 길

해변휴양지 부드바
 해변휴양지 부드바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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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토르에서 남쪽 25㎞ 지점에 있는 부드바로 가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코토르만을 따라 트리바트로 간 다음 내륙의 산길을 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코토르에서 바로 산길로 접어드는 방법이다. 트리바트로 돌아가면 경치는 아름답지만 20㎞를 돌아가는 셈이어서 우리는 후자의 길을 택한다.

산길을 지나 20㎞쯤 달리자 다시 해안이 나온다. 부드바로 이어지는 이곳의 해안도로는 코토르만과는 달리 단조로운 편이다. 그러나 그 아래 펼쳐지는 해안선은 길고 모래사장이 있어 해수욕장으로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 나무도 울창해 휴식을 취하기에도 아주 좋은 편이다. 올리브, 레몬, 오렌지, 석류, 야자수 등이 많다. 부드바에 도착하면 먼저 신시가지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해변의 패러글라이딩
 해변의 패러글라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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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해수욕장과 구시가지를 볼 것이기 때문에 해수욕장 주변 식당을 예약해 놓았다. 그런데 우리 버스 기사가 그곳을 찾지 못해 조금은 헤맨다. 유럽의 차들은 네비게이션이 우리처럼 정확하지 않아 큰 길만 알려주는 것이 많다. 또 우리 버스기사가 루마니아 사람인데, 몬테네그로 부드바의 특정장소까지 찾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해변에서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지점에서 차를 내려 식당을 찾아가기로 한다.

발칸 여행은 이처럼 현지 가이드가 없어 인솔자가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겨우 식당을 찾아 늦은 점심을 먹는다. 몬테네그로 현지식으로 빵과 샐러드 그리고 주음식으로 고기와 감자튀김이 나온다. 우리는 여기에 맥주를 한 잔씩 곁들인다. 점심을 먹고 나오면서 보니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부드바는 문화유산만 보는 관광지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까지 할 수 있는 관광휴양지다.

부드바 해수욕장과 요트장 풍경

부드바 해변
 부드바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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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로 나가보니 지금까지 보던 것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왼쪽으로 길게 해수욕장이 펼쳐져 있고, 오른쪽으로는 요트장이 펼쳐져 있으며, 그 끝에 부드바 성채가 자리잡고 있다. 부드바 리비에라로 불리는 해수욕장은 총 길이가 12.5㎞나 된다. 그 중 부드바 시내에 있는 해수욕장이 슬라브 비치로 길이가 1.6㎞에 이른다. 이곳 해수욕장에는 작은 자갈이 깔려 있고, 수심은 35m 정도다.

바닷물의 온도는 최고 24.7℃로 해수욕하기에 적당하다. 부드바는 1년 중 230일 정도 맑은 날씨를 보여준다. 그리고 5월 10일부터 11월 중순까지 무려 182일간 해수욕을 할 수 있다. 또 이 기간 동안 북서쪽으로부터 불어오는 미스트랄(mistral)이 한여름의 더위를 식혀준다. 기온은 7월이 가장 높아 평균 29℃쯤 된다. 그래선지 해수욕장에는 수영복과 비키니 차림의 젊은이들이 선탠을 즐기고 있다.

요트장
 요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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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을 지나 요트장으로 가니 해안 쪽으로 작은 배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자가용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영업용도 보인다. 또 택시 보트라고 해서 해안을 한 바퀴 돌아주는 소형 보트도 보인다. 이것을 타고 부드바에서 성 스테판 섬까지를 원형으로 왕복하는 1시간 또는 2시간짜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또 일부 사람들은 바다에 낚시를 드리우고 고기를 잡고 있다. 이곳은 물이 맑아 15m에서 35m까지 물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요트장 너머로는 해안에서 1㎞ 떨어진 성 니콜라스 섬이 보이는데, 그곳에도 840m나 되는 비치가 있다. 그래서 좀더 호젓함을 즐기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여름에는 3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곳 부드바를 찾는다. 외국인 관광객으로는 가까운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많으며, 최근에는 러시아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한여름 너무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찾다 보니, 수도와 전기 공급, 주차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군사와 교통의 요지로 번성한 달마티아 해변의 보석

1615년의 부드바 성채
 1615년의 부드바 성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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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바의 역사는 2500년 전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5세기 부드바를 언급한 기록이 있다. 그러나 그리스 신화를 인정한다면 그 역사가 기원전 20세기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화에 따르면, 페니키아왕 아게노르의 아들인 카드모스(Kadmos)가 부드바를 건설하고 아내인 하모니아(Harmonia)와 살았다고 한다. 이후 그리스와 로마의 지배를 받았고, 중세에는 세르비아 왕국의 지배를 받았다.

부드바가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된 것은 1420년 베네치아 공국의 지배를 받게 되면서부터다. 이후 1797년까지 거의 400년 동안 부드바는 군사와 교통의 요지로 발전할 수 있었다. 이때 오스만 터키 세력과 싸우기 위해 성을 쌓았고, 두브로브니크를 거쳐 베네치아로 이어지는 항로가 생겼다. 그 후 1814년부터 1918년까지 부드바는 100년 넘게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았다.

1918년 오스트리아가 제1차 세계대전에 패배하면서 유고슬라비아 왕국에 속하게 되었고, 유고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에 속했다가, 2006년 독립한 몬테네그로에 속하게 되었다. 현재 부드바는 교통과 관광의 요지다. 두브로브니크에서 울치니로 이어지는 E65 고속도로가 지나가고, 부드바에서 포드고리차에 이르는 E80 고속도로가 만나기 때문이다. 부드바는 또한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몬테네그로 최대의 해변관광지이다. 부드바에는 현재 만 오천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부드바 성채의 아름다움은 건물의 조화에 있다

부드바 성채
 부드바 성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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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장을 지나 남쪽으로 가면 성채의 서북쪽 광장에 이르게 된다. 부드바 성채는 동쪽과 남쪽 그리고 북쪽 3면이 바다에 연해 있고, 서쪽만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이곳은 원래는 섬이었는데 서쪽을 육지와 연결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성채로 들어가는 문은 서쪽과 북쪽에만 있다. 많은 사람들은 서문으로 들어갔다가 서문으로 나오는데, 나와 아내는 북문으로 들어가 서문으로 나오기로 한다.

북문으로 가려면 요트장 해안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동북쪽 보루로 가야 한다. 가면서 종을 볼 수 있고, 중국음식점 상하이가 들어 있는 빌라 발칸도 볼 수 있다. 보루 못 미쳐 오른쪽으로 난 북문으로 들어가면 좁은 길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먼저 고고학박물관을 지난다. 이곳을 지나면 광장이 나타나고, 로마 가톨릭의 중심교회인 세례 요한교회가 보인다. 이 교회의 종루는 부드바의 어디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높이(36m) 솟아 있다.

세례 요한교회
 세례 요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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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 요한교회는 12세기에 처음 세워졌다. 1667년 지진으로 크게 파괴되었고, 이후 재건되고 확장되고 리모델링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교회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운데 예배당이 있고, 남쪽에 주교관이 있으며, 북쪽에 종탑이 있다.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면 앞쪽으로 두 개의 성찬대가 있고, 그 안으로 한 개의 제대가 있다.

제대 뒤 벽면에는 세례 요한의 설교 장면이 상당히 현대적인 기법으로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은 1970년대 크로아티아의 화가 이보 둘시치가 그린 모자이크화다. 이 교회의 주보성인인 세례 요한이 손을 든 채 대중들을 향해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 교회에서 역사적으로 더 가치 있는 작품은 북쪽 벽에 있는 성모자상이다. 푼토의 성모 마리아 또는 부두엔시스의 성모 마리아라 불리는 이 그림은 12-13세기 그리스 또는 남부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져 이곳에 안치되었다.

세례 요한교회 내부
 세례 요한교회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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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 요한교회를 나오면 바로 정교 소속의 성 삼위일체 교회 뒷면이 보인다. 벽에 금이 가 있는데, 1979년 4월 25일 지진의 흔적이다. 교회를 돌아 앞으로 가면 정문이 있는데, 문을 닫아 들어갈 수가 없다. 문 위로는 종탑을 만들고, 그곳에 세 개의 종을 매달았다. 앞에서 보면 로마네스크 양식인데, 위에서 보면 비잔틴 양식이다. 그것은 아마 부드바가 베네치아 공국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성채에서 바라 본 부드바 구시가지와 해변
 성채에서 바라 본 부드바 구시가지와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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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성당을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성채의 최후 피난처인 요새로 올라가게 되어 있다. 이곳은 입장료를 받는다. 요새에 올라가면 바다를 볼 수 있다. 바다 쪽으로는 카페가 만들어져 있어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쉴 수도 있다. 이곳에서는 부드바 성채는 물론이고 부드바 시내와 주변 해안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다. 이제 요새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로 올라간다. 여기서 보니 세례 요한교회와 성 삼위일체교회가 정말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산과 도시의 건축물 그리고 바다가 이루어내는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정말 주관적이다. 내가 그것을 보고 느낄 때만 내 것이 되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또 영상자료를 통해 보고 들은 것이 내 것이 되는 순간이다. 눈요기를 실컷 하고 나는 요새를 내려온다. 올라갈 때와는 다른 길로 나와 서문으로 이어지는 가장 넓은 길을 따라 간다. 이곳에서는 성 안에는 사는 아이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바닥에 깔린 대리석은 사람의 발길로 인해 반질반질하다. 길 주변에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다.

성채에서 바라 본 바닷가 풍경
 성채에서 바라 본 바닷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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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서문이 보인다. 서문 위에는 문장과 글자가 새겨져 있다. 문장에는 사자가 보이고 별이 세 개 보인다. 현재 부드바의 깃발과 문장에 보이는 것들이다. 글자는 그 내용을 알 수 없어 답답하다. 문 안의 벽에는 모자이크로 된 성모자상이 있다. 서문을 나오니 넓은 광장이 나타난다. 이곳에는 성벽을 따라 천막 카페가 차려져 있다. 그리고 천막 너머 성벽에는 축제와 공연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안톤 체홉의 작품이 공연되고, 말괄량이 삐삐가 공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드바는 문화·예술도시로 유명하다. 소포클레스가 언급했을 정도로 연극의 역사가 오래고, 마돈나와 롤링 스톤스의 믹 재거가 이곳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공연포스터가 끝나는 지점에 북서쪽 보루 겸 전망대가 보인다. 나는 보루를 중심으로 성채를 사진 속에 담는다. 그리고는 야자수 가로수 그늘을 따라 다시 해변 쪽으로 나간다. 아쉽지만 이제 부드바를 떠날 시간이다.


태그:#부드바, #해수욕장, #요트장, #세례 요한교회 , #성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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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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