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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25일 오전 9시 24분]

지난 9월 26일 밤 9시께 충남 태안군 원북면 청산리 지방도 603호선 인근에 있는 한 주택에서 강도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범인은 이날 이 집에 흉기를 들고 침입해 노부부를 위협하고 금품을 빼앗아 달아났다.

그로부터 5일이 지난 10월 1일 새벽, 또다시 노부부의 집에 흉기를 든 강도가 침입한 일이 벌어졌다. 이 강도는 흉기로 노 부부를 위협해 돈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할아버지가 흉기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심지어 범인은 복면을 벗고 "내가 범인이니 잡아보라"고 말하는 등 대담한 행동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강도 사건이 한 집에서 잇따라 발생했는데, 경찰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아직 범인이 검거되지 않아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한 집에서 잇따라 발생한 강도 사건... 도대체 왜?

주민들은 사건 직후 신고를 받은 경찰이 인근 지역에 대한 순찰만 강화했어도 범인을 검거했을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태안군에서 원북면의 총면적은 73.16㎢로서 태안군 8개읍·면 중에서 안면읍 다음으로 두 번째로 넓다. 하지만 이곳을 관할하는 원북파출소 직원은 총 11명이다. 그중에 소장과 주간근무자를 뺀 9명이 3교대로 근무한다. 결국 사건 발생 시간에, 그 넓은 지역에서 경찰 3명만이 근무하고 있던 셈이다. 여기에 이 일대에는 CCTV도 설치돼 있지 않다. 

태안여성자율방범대원이 광화문에서  태안경찰서 신설하라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태안여성자율방범대원이 광화문에서 태안경찰서 신설하라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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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전국 평균 경찰관 한 명이 담당하는 인구수는 504명이다. 이에 비해 2011년 7월 말 기준, 6만3034명의 태안군민을 담당하는 경찰은 모두 75명에 불과했다. 경찰 1인이 주민 840명을 담당하는 것으로,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다.  

특히 태안읍은 태안지구대의 경찰 24명이 주민 2만6872명을 담당해, 경찰 1인당 담당 주민수가 1120명으로 전국 평균의 2배가 넘는다.

또 안면파출소의 경찰은 1인당 주민 884명을 담당하고 있다. 안면도는 고남지역에 지구대나 파출소가 없어 고남면(1273명)과 안면읍(9708명) 등 2개 읍·면을 경찰 14명이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또 강도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원북지역에서도 이원면(2440명)에 파출소가 없어 원북면(4978명)을 포함해 원북파출소 경찰 11명이 주민 674명을 담당하고 있다. 소원면(5910명)은 소원파출소에 경찰 8명이 근무하고 있다.

기업도시가 들어설 예정인 남면(4512명)은 큰 인구증가가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7명의 경찰이 1인당 주민 645명을 담당하고 있다. 주말이면 낚시객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은 근흥면(5949명)은 11명만이 일하고 있다. 

서산경찰서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최근 4년간(2008년 9월 1일~2011년 8월 31일까지) 발생한 범죄현황을 분석해봤다. 계절로는 가을에 범죄가 많이 발생했고, 절도범죄 수치가 가장 높았다.

태안읍, 경찰 1명이 주민 1120명 담당... 전국 평균보다 크게 높아

지난 2008년 9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발생한 범죄 5295건을 범죄유형에 따라 집계한 결과 형법범이 60.5%(3204건)를 차지했고, 특별법범은 39.5%(2091건)로 나타났다.

형법범 가운데서는 지능범이 1062건(33%)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절도범(998건), 폭력범(776건), 기타형법범(190), 풍속범(105), 강력범(73) 등 뒤를 이었다. 범죄별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절도범의 수치가 가장 높았고, 이어 사기(874건 지능범)·상해(329건)·손괴(143건)·폭행(142건) 등의 순이었다.

이는 농어촌 지역의 경우 가을철이면 농작물 절도범이 기승을 부린다는 것을 설명해 준다. 태안 지역에서는 농작물을 도둑맞았다는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연도별 범죄발생 건수를 살펴보면 2008년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발생한 특별법범이 전체 889건 가운데 415건으로 47%를 차지했다. 이어 절도범(163건), 지능범(155건), 폭력범(115건), 기타형법범(19건), 풍속범(14건), 강력범(4건) 등의 순이었다.

중요한 것은 범인 검거율이 전체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2008년 81%에서 2009년 85.6%로 상승한 검거율은 지난해 72.9%로 급감하였으며, 올해는 75.9%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강력범 및 절도·지능범의 검거율 하락이 눈에 띈다.

강력범의 연도별 검거율을 살펴보면 2008년 91.7%(8건)에서 이듬해 96.2%(27건)으로 상승했으나, 지난해 84.2%(20건)로 떨어졌다가 올해는 60.8%(18건)로 크게 급감했다. 절도범은 2008년 163건 중 67.7%(48건)을 해결하였으나, 2009년에는 56%(351건 중 162건 검거)로 낮아졌다. 2010년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44.9%(270건 중 111건 검거)를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6%가 낮아진 30.8%(214건 중 70건 검거)를 기록해 4년 동안 발생한 범죄 가운데 가장 낮은 검거율을 보이는 등 태안군의 낮은 치안 현실을 보여준다.

태안군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태안경찰서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태안군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태안경찰서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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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은 지난 1989년 이후 22년 동안 서산경찰서의 '더부살이 치안'을 받고 있다. 그러다보니 민생치안 소외와 범죄 취약 지역으로 분류되는 등 국민의 보편적 복지인 치안 서비스에서 다소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또 태안은 32개 해수욕장이 있는 등 사계절 휴양지로써 유동인구(연간 1500만 명)가 늘어났다. 여기에 농촌 고령화 심화로 농산물 도난사고 등 각종 범죄도 증가했다. 하지만 서산시에 있는 서산경찰서의 관할범위는 무척 넓어(고남면에서 서산경찰서까지 78㎞ 떨어짐) 신속·적절한 치안이 어렵다.

태안군은 향후 2~3년 안에 한국서부발전본사와 사택, 태안화력 9·10호기, 석탄가스화 복합발전(IGCC), 가로림조력 공사, 태안관광레저형 기업도시 1차 공사, 안면도 국제 관광지 개발공사 착수 등으로 거주 인구와 유동 인구가 크게 늘어날 게 거의 확실하다. 따라서, 이 지역에 경찰서가 신설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서 신설 요구하는 집회는 처음"

이러한 필요성을 바탕으로 지난 6월 구성된 '태안경찰서 유치추진위원회(상임대표 조항설)'는 구성 2개월여 만에 태안군민 3만3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 국회,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각 부처에 주민들의 의사를 전달했다.

현재 행정안전부가 기획재정부에 경찰서 신설을 요청한 지역은 5곳이다. 이중 태안군은 진태구 군수가 직접 경찰서 신축 예정지를 군계획시설(공공청사)사업예정지로 공고(태안군 태안읍 남문리 432-1번지 일원 47,264㎡으로 공사비 150억 원 지자체 부담)하는 등 '초강수'를 두면서 지역의 여망을 정부에 전달했다.

태안군은 "2012년 지역 예산에 설계비(약10억 원)만 반영해도 경찰서를 새로 열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태안경찰서유치추진위원회 소속 태안군민 500여 명은 지난 9월 7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세종로 KT본사 앞에서 '태안경찰서 설치 촉구대회'를 열기도 했다.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1인 시위도 진행했다.

집회에 나선 군민들은 청와대에 주민 서명서를 전달하기 위해 행진을 시도했고, 경찰과 한 차례 충돌을 빚었다. 결국 주민 대표단 3명이 청와대 국민권익비서관실에 서명서를 전달하는 것으로 행사는 마무리됐다. 

이날 집회 현장에서 만난 서울 종로경찰서 정보관은 "태안에 경찰서가 없는 걸 처음 알았다"며 "경찰 생활 수십 년 동안 경찰서를 신설해달라는 집회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청은 전국의 경찰서 유치 희망지역 가운데 충남 태안, 경기 화성동탄, 경기 남양주, 울산 북구, 광주 북구 등 5곳을 내년 신설지역으로 선정하고 행정안전부를 거쳐 기획재정부에 예산 반영을 요청한 상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일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 관련 내용을 포함시켰다. 

올해 경찰서 신설이 추진되는 5곳 중, 충남 태안을 제외하면 전부 광역시 아니면 수도권의 신흥 인구 밀집 지역이다.

변웅전 국회의원 등 태안지역 정치인들도 태안경찰서 설치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변웅전 국회의원 등 태안지역 정치인들도 태안경찰서 설치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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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민 "'1지자체 1경찰서' 원칙은 지켜져야"

경찰청이 그동안 강조해 온 경찰서 신설 기준은 '1지자체 1경찰서'다.

지난 2008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경찰청 업무 보고 당시 한 국회의원은 "경찰서 신설의 제1원칙에 따라 현재 1개서가 2개 지차체를 관할하고 있는 지역부터 경찰서를 신설해 더부살이 치안 지역을 해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당시 어청수 경찰청장은 "당연히 경찰서 신설은 '1지차체 1경찰서'의 원칙을 지키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경찰서 신설 요구 5개 지역 가운데, 충남 태안과 울산 북구는 더부살이 치안 지역이다. 반면 경기 남양주, 경기 화성동탄, 광주 북구는 분서 지역이다. 경찰청의 원칙으로 따지면 당연히 충남 태안과 울산 북구가 우선 고려되는 게 맞다.

이와 관련 아직 국회에서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 사업 마무리를 위해 신규 사업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원칙에 따라, 경찰서 신설을 한 곳에 국한한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오고 있다. 또 여기에 더해 "'1지자체 1경찰서' 원칙이 무시되고 화성동탄이 내정됐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 탓에 경찰청은 최근 태안군유치추진위원회에 공문을 통해 "경찰청은 5곳의 경찰서 신설을 위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제 태안경찰서 신설 문제는 국회로 넘어갔다. 태안군민들은 "국회는 원칙과 명분에 따라, 또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태안에 반드시 경찰서가 신설될 수 있도록 결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태그:#태안경찰서, #태안, #경찰서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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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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