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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보광사 주변으로 난 소나무 길. 가히 명품 길이다.
▲ 소나무 길 속초 보광사 주변으로 난 소나무 길. 가히 명품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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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속초시 동명동에 소재한 보광사는 도심 속에 있으면서도 산사의 느낌을 받는 곳이다. 앞으로 20m 정도를 나가면 영랑호와 닿고, 주변으로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있다. 시내 중심가까지도 걸어서 15분 정도면 나갈 수 있는 곳이면서도, 산사의 분위기를 맛볼 수 있기도 하다. 11월 13일, 산사 분위기를 만끽하기 위해 이 곳을 찾았다.

보광사는 예전에 원효스님이 도를 닦던 자리라고도 전해지며, 골짜기 이름은 불당골이라도 한다, 소나무 숲길을 따라 오르면 커다란 바위에 '관음'이라고 각자를 해 놨으며, 이 관음바위 위에서 '영랑스님'이 동해와 금강산을 바라보고 공부에 전념을 했다고 전해진다.

소나무 숲길, 정말 명품이야

땅위로 솟은 소나무 뿌리가 숲의 역사를 대신한다
▲ 뿌리 땅위로 솟은 소나무 뿌리가 숲의 역사를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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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광사 뒷산의 정상에는 여기저기 바위가 널려있다
▲ 정상 보광사 뒷산의 정상에는 여기저기 바위가 널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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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광사 경내를 벗어나면 소나무 숲길이 나온다. 천천히 뒷짐을 지고 숲길로 접어들면 산의 온갖 내음이 코를 간질인다. 길 밖으로 삐죽 얼굴을 내밀고 있는 소나무 뿌리들을 봐서도 이 숲이 어제오늘 조성된 숲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길도 그리 가파르지 않아 천천히 걸어 오르면, 어린 아이들도 따라 걸을 수 있을 정도의 길이다.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따라 산책을 즐긴다.

산이라고 해도 그저 작은 소나무 동산 정도다. 그 위로 오르면 바위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그 바위 옆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어르신들과 눈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한편으로 가면 커다란 바위가 있다. 이 바위가 바로 영랑스님이 날마다 공부에 정진하던 '관음바위'다. 밑으로 내려가면 바위에 커다랗게 '관음'이라는 글자를 새겨 놨다.

전설에는 영랑스님이 도를 닦던 곳이라고 한다
▲ 관음바위 전설에는 영랑스님이 도를 닦던 곳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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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바위에 관음이라고 각자를 해놓았다
▲ 관음 누군가 바위에 관음이라고 각자를 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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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은 바위에 마애불 하나 있었다면 정말 제격이었을 것이다. 동해에 뜨는 해를 바라다보는 마애불의 자비스런 모습. 상상만으로도 즐겁지 아니한가? 이 바위를 볼 때마다 나는 저 각자가 마애관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아마도 마애불을 그리고 싶은 어느 사람이 그럴 수 없어 대신 글자를 새긴 것이나 아닌지….

세월 붙잡을 수 없다면 타고가면 될 것을...

바위 한편에는 누군가 일부러 파 놓은 듯 한 자국이 보인다. 저 밑에 혹 삼존불이라도 모셔 뒀던 것은 아니었을까? 관음바위 위에 오르면 동해와 설악산, 그리고 금강산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밑으로는 영랑호의 푸른 물이 소나무 사이로 삐죽 얼굴을 내밀고 있다.

커다란 돌이 서로 의지해 석문처럼 보인다
▲ 석문 커다란 돌이 서로 의지해 석문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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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관음바위를 떠나 봉우리 위의 바위 밑을 통과한다. 흡사 석문과 같은 바위돌이 서로 의지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세상사 저리 의지를 하고 믿고 살면 참 좋으련만. 한 20년 전에는 이 바위 아래서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꽤나 시끄럽게 징을 두드려대고는 했다.

영랑호가 보이는 길로 접어든다. 몇 사람이 바삐 걸어 지나친다. 무엇이 그리 급한 것일까? 이 명품길이라는 소나무 숲길. 그리고 앞으로 펼쳐지는 자연경관. 이런 것을 어찌 그리 즐길 줄을 모르는 것인지. 마음 급한 버릇들은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다. 괜히 나 혼자만 할일 없는 사람인 듯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월을 붙잡을 수 없으면, 세월을 타고가면 될 것을…. 무엇을 그리 앞서려고 하는지.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소나무 숲길. 명품 길이란 생각이다
▲ 숲길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소나무 숲길. 명품 길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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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가 짧아 여러 번 도는 사람들이 표시를 해 놓았다
▲ 꼬리표 거리가 짧아 여러 번 도는 사람들이 표시를 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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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 끝에는 소나무 줄기에 흰 표식을 해 놨다. 숫자를 보니 1부터 10까지 있다. 짧은 거리를 도는 곳이니, 이렇게 표시를 해놓고, 한 바퀴를 돌 때마다 하나씩 옮기는 것인가 보다. 괜스레 몇 개를 한 편으로 밀어본다. 바쁠 것도 없고, 굳이 다시 돌아야 할 이유도 없다. 그곳 나무 틈사이로 보이는 동해와 영랑호를 바라보다가 걸음을 옮긴다. 까치 한 마리가 소나무 가지에 앉아 시끄럽게 짖어댄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티스토리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소나무숲길, #속초, #보광사, #명품, #불당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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