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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세일러의 〈로마〉
▲ 책겉그림 스티븐 세일러의 〈로마〉
ⓒ 추수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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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건국은 로물루스와 레무스라는 쌍둥이로부터 비롯된다. 모두가 아는 정사적인 측면이 그렇다. 그들이 늑대 젖을 먹고 자라 그 힘을 바탕으로 로마를 세웠다는 이야기도 설득력을 얻는다. 물론 그것은 설화적인 측면이 강하다. 사람이 늑대 젖을 먹고 자랄 수는 없는 까닭이다.

하여 '신화적인 상상력'으로 로마의 역사를 쓴 책이 나왔다. 이른바 스티븐 세일러의 <로마>(상, 하)가 그것이다. 그는 이미 4권에 달하는 <로마 서브 로사>를 쓴 바 있는데, 이번에는 신화적 상상력과 추리소설 기법으로 로마 역사를 그려낸 것이다. '역사가 전설적이듯 전설은 역사적이다'는 <로마 건국>을 쓴 알렉산드레 그란다치의 말을 인용하면서 말이다.

세일러가 그래서 전설적인 신화를 바탕으로 현실역사를 꾸민 것일까? 늑대 젖을 '아카 라렌티아'로 읽으면서 '암늑대'로 풀어쓰고 있는 것도 그렇고,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어머니가 정통적인 집안의 귀부인이 아니라 창녀라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바도 그렇다. 더욱이 두 쌍둥이의 건국도 제사장 출신의 포티티우스 가문이 떠받들도록 그려내고 있는 것도 다분히 신비적인 요소를 부각시킨 것이다.

사실 이 책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게는 견줄 수가 없다. 나나미는 인물과 폭동과 혁명에 중점을 맞춘 정사에 접근하고 있다면, 세일러는 영화 속 한 인물을 통해 로마의 역사와 문화를 관찰토록 하는 야사(野史)에 근접하는 까닭이다. 이른바 '파스키누스' 목걸이를 물려받는 포티티우스 가문과 그 가문과 가까운 피나리우스 가문을 통해 본 로마의 창문이 그것이다.

상권은 B.C.1,000년으로부터 시작해 B.C.373년까지 거의 700년간의 로마 역사를 꾸며낸다. 최초 소금장수와 쇠붙이 장수가 쉬어갔던 그 길목에 로마의 도시가 형성된 것을 시작으로 국가와 전쟁이 어떤 양상으로 흘러 왕권이 세워지게 되었는지, 하나하나 각색해 준다. 그렇다고 정사와 같은 기반까지 다 흐려놓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로마가 생겨나기 훨씬 전부터 중추역할을 했던 포티티우스 가문이 공화정을 거치면서 노예로 추락하게 된 사연은 정말로 흥미진진하다.

"내가 노예로 태어났고 어머니도 그런 건 사실이지만 어머니의 아버지는 가장 유서 깊은 귀족 혈통인 티투스 포티티우스와 평민 호민관을 지낸 루키우스 이킬리우스의 누이 동생인 이킬리아의 아들이었소. 티투스 포티티우스와 이킬리아의 아들은 사생아였고, 외삼촌의 원한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노예가 되고 말았소. 하지만 노예 신분으로도 포티티우스가의 호신부를 걸고 다녔고, 티투스 포티티우스는 아들에게 은밀히 출생의 내력을 말해주었소. 그 노예가 호신부를 딸에게 물려주었는데, 그 분이 내 어머니였소. 어머니는 이킬리우스 집안에서 노예로 태어났지만 뒤에 내 주인에게 팔렸기 때문에 나는 그 집에서 태어난 거요.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에 호신부를 내게 물려주었소."(상권, 343쪽)

하권은 B.C. 312년부터 B.C. 1년까지, 검찰관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해 악티움 해전에서 안토니우스를 물리치고 개선장군이 되어 훗날 '아우구스투스'란 칭호를 얻은 받은 옥타비아누스의 모습을 담아낸다. 물론 한니발과 스키피오의 대결이라든지,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정책들은 살짝 넘어간다. 더욱이 상권에서는 연대기적으로 역사를 풀어나갔지만 하권에서는 세대들을 훌쩍 뛰어넘기도 한다. 그러니 상권에 비해 하권이 재미는 덜할 수 있다.

상권에서는 그나마 주연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 같지만 하권에서는 조연들의 잔치로 끝을 맺은 스티븐 세일러의 <로마>(상, 하).  비록 하권의 흥미진진함은 상권에 비해 덜하지만 로마 역사 속 조연들이 어떤 행보를 걸었는지, 그들의 발자국을 눈여겨본다면 그것으로도 이 책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않을까 싶다.


로마 - 下 - 신화적 상상력으로 재현한 천 년의 드라마

스티븐 세일러 지음, 박웅희 옮김, 추수밭(청림출판)(2012)


로마 - 上 - 신화적 상상력으로 재현한 천 년의 드라마

스티븐 세일러 지음, 박웅희 옮김, 추수밭(청림출판)(2012)


태그:#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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