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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생일은 헷갈려요."

해마다 아빠 생일이 다릅니다. 자신들은 5월 14일, 11월 1일, 11월 27일로 변하지 않는데 아빠는 지난해는 1월 14일었다가 올해는 열흘이 앞당겨진 4일입니다. 수학이 이 세상에서 없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막둥이에게 해마다 아빠 생일마저 기억하라는 것은 고역 중 고역입니다. 왜 이런 안타까운 일이 일어날까요? 예, 생일을 음력으로 세기 때문입니다. 양력은 1월 21이지만 왠지 음력이 익숙하고 더 좋습니다.

10년 생일상 주메뉴 '닭강정', 해파리냉채에 밀려나

자기들 생일은 달력에 표시해놓은 후 한 달 전부터 생일을 알립니다. 그럼 아빠 생일은 어떨까요? 당연히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습니다. 반드시 챙겨줍니다. 그것도 엄마를 도와 아빠 생일상을 차립니다. 어제 저녁 마트에서 생일상에 올릴 음식 재료를 준비했습니다.

"하기싫어요" 막둥이는 아빠 생일상에 해파리냉채가 오르는 것이 싫습니다. 왜 닭강정이 먹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기싫어요" 막둥이는 아빠 생일상에 해파리냉채가 오르는 것이 싫습니다. 왜 닭강정이 먹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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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드시고 싶은 게 무엇이에요. 닭강정?"
"닭강정은 너희들이 먹고 싶지. 아빠는 올해는 닭강정은 먹고 싶지 않은데."
"그럼 무엇 드실래요?"
"뭐를 먹을까? 그냥 아무거나."
"아무거나가 어디 있어요. 그럼 여기 있는 모든 음식 다 드실래요?"
"아빠가 배가 부른지 별로 먹고 싶은 것이 없네."

낙심한 얼굴이 역역합니다. 닭강정이 우리 집 생일 주메뉴인데 아빠가 먹지 않겠다니 대 반란이 일어난 것입니다. 독수리 5형제이니 생일이 1년에 다섯 번, 지난 10년 동안 생일 잔치 50번을 치르는 동안 닭강정을 먹지 않는 날이 없었으니 아이들 실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빠가 자기 생일에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니 어쩔 수 없지요.

"올해는 간단하게 먹고 싶다. 해파리냉채."
"해파리냉채요? 오히려 손이 더 많이 가요."
"당신이 잘 할 수 있잖아요. 아이들도 자기들 손으로 아빠 생일상 차리기에 동참하고."
"결정했습니다. 올해는 해파리냉채."
"나는 닭강정 먹고 싶은데."
"…."

10년을 당당하게 생일상 주메뉴인 닭강정을 밀어낸 해파리냉채
 10년을 당당하게 생일상 주메뉴인 닭강정을 밀어낸 해파리냉채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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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선물은 '메모함','손수건','수첩'

해파리냉채로 간단하게 결정하고 해파리, 쇠고기, 양배추, 오이, 맛살만 구입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막둥이는 하루 내내 닭강정 타령입니다. 하지만 한 번 내린 결정 번복은 없습니다. 아빠에게 낙심한 아이들 그래도 생일선물은 준비한 것 같습니다. 막둥이는 생일선물은 생일에 줘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지 못하고, 공개해버립니다.

"아빠 수첩 없지요. 제가 수첩 사드릴까요?"
"수첩? 막둥이 돈 많이 있어? 수첩도 비싼데?"
"얼마해요?"
"여기 보니까 5천 원, 6천 원 하네?"
"그 정도 돈은 있어요. 아빠가 원하면 사드릴게요."
"막둥이 사준 수첩으로 올해는 아빠가 계획을 잘 세워서 지내면 좋은 일 많이 생기겠다."

딸아이는 자기 혼자 몰래 가서 선물을 준비했고, 큰아이도 무엇을 준비했는지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무슨 선물을 준비했는지 참 궁금했습니다. 생일상 앞에서 두 아이는 드디어 선물을 공개했습니다.

"아빠, 저희 선물이예요."
"막둥이는 이미 받았는데, 수첩이고."

"아빠, 저는(큰아이) 메모함이에요."
"메모함. 그래, 아빠 책상에는 메모함이 없지. 고맙다."
"아빠, 저는 손수건이에요."
"손수건이 없었는데 고맙다. 색깔도 예쁘다."


큰 아이와 딸 아이는 아빠 생일선물을 증정(?)하고 있습니다. 이미 수첩을 공개해버린 막둥이는 줄 선물이 없습니다.
 큰 아이와 딸 아이는 아빠 생일선물을 증정(?)하고 있습니다. 이미 수첩을 공개해버린 막둥이는 줄 선물이 없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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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준 선물입니다. 큰 아이는 '메모함', 딸 아이는 '손수건', 막둥이는 '수첩'입니다.
 아이들 준 선물입니다. 큰 아이는 '메모함', 딸 아이는 '손수건', 막둥이는 '수첩'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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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눈물이 날 정도입니다. 용돈도 많이 주지 못하는데 아이들은 아빠 생일선물을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꼭 필요한 것들입니다. 몇 천 원밖에 안 되지만 세상에서 가장 값진 생일선물을 받았습니다. 아내도 생일상 차리기에 바쁩니다. 해파리냉채에 생굴전을 부쳤습니다. 생굴전 정말 맛있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직접 캡니다. 사천만에서 나오는 굴은 서울 유명 백화점에서 팔린다는 미확인(?) 소문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 동네분들이 말하는 정보이니 전혀 틀린 말은 아닙니다.

생굴을 보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딸

사천만 굴이 맛있는 이유는 하루종일 바닷물 속에서 있는 것이 아니라 밀물과 썰물이 번갈에 있기 때문에 하루에 두 번은 물 밖으로 나오 햇빛을 보기 때문입니다. 바닷물 속에서 햇빛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굴과는 맛과 영양가에서 차원이 다른 것이지요.

남편 생일상을 준비하는 아내. 정말 하늘이 내린 사람입니다.
 남편 생일상을 준비하는 아내. 정말 하늘이 내린 사람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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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전, 정말 맛있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직접 캡니다. 우리 동네 분들 말씀에 따르면 이 굴이 서울 백화점에서 팔린다고 자랑입니다.
 굴전, 정말 맛있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직접 캡니다. 우리 동네 분들 말씀에 따르면 이 굴이 서울 백화점에서 팔린다고 자랑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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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생굴전 정말 맛있다."
"생굴이 최고지."
"아빠, 나는 굴이 정말 맛있어요."
"네가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 어디 있니."
"생굴회도 맛있고, 생굴전도 맛있고, 또 신김치에 생굴 넣은 김치전도 맛있어요."

"너는 요즘 아이가 아니다."

딸 아이가 아빠 생일상에 해파리냉채를 올리기 위해 맛살을 잘게 자르고 있습니다.
 딸 아이가 아빠 생일상에 해파리냉채를 올리기 위해 맛살을 잘게 자르고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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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딸아이입니다. 올해 중학교에 들어가는데 어른들 입맛입니다. 생굴회를 저보다 더 잘 먹습니다. 회를 보면 정신을 차리지 못합니다. 그리고 장어국, 곰국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이들 입맛이 아닙니다. 47번째 생일 정말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가장 값비싼 생일선물을 준 아이들이 고마울 따릅니다.

인서체! 고맙고 고맙다. 아빠는 너희들이 건강한 정신과 마음 그리고 몸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하나님께서 바라는 거룩하고 의로운 사람으로 자라거라. 결코 다른 사람들을 미워하거나 정죄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사랑해야 한다. 인서체 사랑한다.


태그:#생일상, #생일선문, #해파리냉채, #생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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