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농심제품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일부 슈퍼와 소형마트 점주들은 진열대에서 농심 제품을 빼거나 주문을 철회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소비자가격과 대리점 공급가의 동시 인상으로 빚어진 이번 사태는 좀처럼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가격 인상폭은 6.2%였지만 대리점 공급가 역시 10% 가까이 올라 슈퍼마켓 점주들은 9.9%~13.9% 인상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대리점 공급가 인상분을 골목 슈퍼마켓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것이라고 점주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이처럼 지난해 12월 '좋은 슈퍼만들기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의 제보로 촉발된 이번 농심제품 불매운동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지만 농심 측은 팔짱만 낀 채 나몰라라하고 있다.

엄대현 운동본부 대표는 "소비자가격 인상 이후 농심의 해명을 요구했지만, 농심은 답변을 회피한 채 이번 불매운동 사태가 대리점의 높은 마진 챙기기에서 빚어진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농심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엄 대표는 또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관계기관 역시 6.2%의 소비자가격 인상이 실제로는 13.9%로 널뛰기 한 사실을 덮은 채 유통경로상 업체간 자율로 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유통주체 간 가격결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등의 원론적인 답변만 하고 있다"며 "농심은 공장도가격 인상을 포함해 10%가 넘는 실제 인상폭을 6.2%인 소비자가격으로 희석시킨 채 힘없는 대리점과 슈퍼마켓의 잘못으로 호도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관계부처마저 발을 빼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은 운동본부가 농심과 관련해 제기한 민원에 대해 지난 6일 회신을 주기로 했으나, '사실관계 확인 및 법리적 검토 필요' 등의 이유로 회신 처리 시안을 1월 25일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인상 혜택 받는 건 농심 뿐" vs. "업계 입장 충분히 반영"

농심의 대표라면 안성탕면 CF 광고 캡쳐
 농심의 대표라면 안성탕면 CF 광고 캡쳐
ⓒ 농심

관련사진보기


이번 대리점 공급가 인상에 대한 대리점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서울 지역의 대리점 점주들은 지난 7일 공급가 인상 대책 마련을 위한 모임을 진행하려 했지만 농심 직원들의 조직적인 방해로 무산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리점 점주는 9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이번 권장소비자가격 및 공장도가격 인상으로 대리점의 마진폭 역시 크게 오를 것이라는 등 농심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판매장려금 축소 등으로 실제로는 마진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 7일 모임에 참여하려고 했지만 직원이 직접 찾아와 모임에 참여하면 지점장의 목이 잘린다 등의 얘기를 하며 참석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고 덧붙였다.

박스당 300원 정도의 마진이 공장도가격 인상 후 100~150원으로 대폭 감소했다는 것이 농심 대리점주의 주장이다. 특히 '판매장려금'을 받기 위해선 농심이 정해준 목표치의 80%이상을 달성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장려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리점은 불과 몇 개 되지 않는다는 게 관계자의 증언이다. 그는 이번 권장소비자가격 및 공장도가격 인상으로 혜택을 받는 것은 농심뿐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사태파악을 위해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밝힌 농심 홍보실 관계자는 "대리점의 슈퍼마켓 공급가는 업계의 자율이자 관행"이라며 "이번 출고가 인상을 위해 대리점 등 업계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농심 직원들이 점주들의 모임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대리점 점주의 주장에 대해선 "일체 그런 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국 대리점 1~3등급으로 구분해 판매장려금 지원"

최근 많은 언론들이 '농심 제품 불매운동'을 보도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되는 '판매장려금'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사는 거의 없었다는 게 농심 대리점 관계자의 주장이다.

판매장려금제도는 '판매실적이 좋은 대리점에게 총 매출의 일정부분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당초 이와 관련해서 국세청은 '판매장려금' 지급 현황을 파악한 뒤 그 금액에 해당하는 세금을 기업에 책정했으나, 2008년 이후 '판매장려금 지급조서 제출제도(이때부터 현황을 파악하지 않음)'가 폐지됐다. '판매장려금 지급조서 제출제도'가 폐지된 뒤 농심 등 기업들은 매출 향상을 위해 각종 지원정책을 대리점에 쏟아 부었다는 게 한 대리점 관계자의 주장이다.

이 대리점 관계자는 "지원정책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이 바로 판매장려금(판매실적이 좋은 대리점에게 총 매출의 일정부분을 지원하는 제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농심은 대리점의 매출 실적에 따라 전국 대리점을 1~3등급으로 구분해 판매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1등급의 경우 전체 매출의 4.5%를 판매장려금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대리점이 직접 공장에 와 제품을 배송해갈 경우 1.5%의 물류장려금도 함께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한동안 판매장려금과 물류장려금 등은 대리점에게 또 다른 수입항목이 돼왔다. 일부 대리점은 판매장려금을 '수입외 항목'으로 잡기도 하지만, 또 다른 대리점은 판매율이 높은 일부 슈퍼마켓에서 할인행사 등을 진행하기 위해, 공급 단가를 내린 뒤 거기서 발생한 비용을 '판매장려금'으로 메운다는 게 대리점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부 대리점에선 농심이 정해준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원가보다 저렴한 일명 '뻥상품'을 파는데, 이렇듯 원가보다 낮은 가격의 제품이 나올 수 있는 이유는 이로인해 발생한 적자를 '판매장려금'으로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대리점·슈퍼에 '독사과'가 된 '판매장려금'

하지만 최근 농심의 판매장려금이 대폭 축소되면서, 슈퍼마켓 공급 단가도 조금씩 올랐다는 게 대리점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농심의 소비자가격과 대리점 공급가 인상 시점을 기해 슈퍼마켓 공급가 역시 큰 폭으로 오르게 됐다는 것이다.

대리점 관계자는 또 "슈퍼마켓의 이번 농심제품 불매운동은 판매장려금 축소로 인해 빚어진 것"이라며 "판매장려금 활성화를 통한 정부의 경기부양책도 좋지만 역마진 행사, 뻥상품(공급가보다 싼 제품) 대량 출하 등의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대리점 등은 기업에서 요구하는 목표치를 달성하기위해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공급가보다 가격이 싼 제품을 만들어 내놓은 뒤 '판매장려금'으로 구멍을 메워왔던 것이다. 이렇듯 대리점 등에 큰 혜택으로 다가왔던 '판매장려금'은 과다 경쟁 등을 불러오며, 사실상 이들에게 '독사과'가 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보도만 봤을 땐 이번 '농심불매운동'이 마치 대리점들이 이익을 내세우면서 불거진 것으로 비쳐지지만, 실은 슈퍼와 대리점 모두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렇듯 대리점과 슈퍼마켓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가운데, 서울지방국세청 법인세과의 권아무개 조사관은 "2008년 판매장려금 정보수집 폐지 이후 기업의 판매장려금에 대해 정보수집을 한 사례가 없다"며 "현 세법상 판매장려금에 대한 세무조사를 할 권한도 없을 뿐더러 세무조사가 필요한 강제 조항도 아니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공정거래위 기업거래정책과 안남신 사무관은 "판매장려금 비율이 낮은 기업에 대해선 직권조사 및 서면실태조사를 면제할 방침"이라면서도 "판매장려금 문제는 타 부서 소관"이라고 답했다.


태그:#농심불매운동, #소비자가격인상, #출고가인상, #판매장려금, #농심대리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소상공인들의 진실된 동반자가 되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