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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북내면 상교리 고달사지 내에 소재한 보물 제7호 원종대사탑
▲ 원종대사탑 여주 북내면 상교리 고달사지 내에 소재한 보물 제7호 원종대사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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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대사는 통일신라 경문왕 9년인 869년에 태어나, 고려 광종 9년인 958년에 입적한 고승이다.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 413번지 혜목산 고달사지 안에 소재하고 있는 이 탑의 건립연대는, 원종대사탑비의 비문에 의하면 고려 경종 2년인 977년에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원종대사탑은 넓은 고달사지 절터 안에 있는 석조 유물들 가운데, 탑비의 귀부, 이수와 함께 거의 완전한 형태로 보존되고 있다. 탑은 3단으로 이루어진 기단 위에 탑신과 지붕돌을 올린 형태로, 몸돌은 전체적으로 8각의 평면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기단부에서 특이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중으로 된 머릿돌은 끝에 귀꽃을 큼지막하게 조각을 하였다
▲ 상륜부 이중으로 된 머릿돌은 끝에 귀꽃을 큼지막하게 조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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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돌에는 4면에는 문을, 4면에는 사천왕상을 돋을새김 하였다
▲ 몸돌 몸돌에는 4면에는 문을, 4면에는 사천왕상을 돋을새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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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꽃을 이중으로 새긴 지붕돌

탑의 맨 위에 있는 상륜부인 지붕은 처마가 수평이나, 귀퉁이 부분에서 약간 위로 향하고 있다. 팔각으로 조성한 끝에는 꽃장식인 귀꽃을 큼지막하게 새겨 넣어 아름답다. 그 위에도 지붕돌을 축조한 듯한 머리장식 복발 위에 작은 보개와 보주가 놓여있다.

팔각으로 조성한 탑신은 4면에는 문 모양을 새겨 넣었고, 다른 4면에는 사천왕상을 돋을새김했다. 구름 위에 올려놓은 사천왕상은 힘있게 조각 돼 탑 안에 있는 복장물을 지키는 듯하다. 이 탑은 고려 초기의 대표적인 팔각원당형 부도 탑으로 높이는 2.5m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기단부가 약간 비대한 듯하지만, 안정감이 있어 보인다.

기단이 중대석은 용과 구름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조각을 하였다
▲ 중대석 기단이 중대석은 용과 구름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조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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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대석에는 커다란 연꽃잎을 조각하였다
▲ 하대석 하대석에는 커다란 연꽃잎을 조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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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기단부의 조각이 뛰어나   
    
기단부는 네모난 바닥돌에 연꽃잎을 돌려 새겼다. 4장의 돌로 이루어진 사각의 지대석 위에 3단으로 하대석, 중대석, 상대석을 올려놓았다. 하대석에는 연꽃무늬인 앙화가 새겨져 있으며, 중대석에는 용과 구름이 어우러지는 화려한 조각이 눈길을 끈다. 중대석에는 윗부분에 8각의 평면이 보인다. 윗부분에 1줄로 8각의 띠를 두르고, 밑은 아래·위로 피어오르는 구름무늬를 조각하였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용의 머리를 한 거북이가 몸을 앞으로 두고, 머리는 오른쪽을 향한 조각이 있다. 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4마리의 용들이 그 사이에 가득 새겨 넣은 구름 속에서 날고 있는 형상이다. 위 받침돌에는 연꽃이 새겨져 있다. 가운데 받침돌의 조각이 가장 두드러지는데, 이는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시대로 넘어오면서 보이는 조각수법이다.

몸돌에 새겨진 사천왕상. 구름을 타고 있는 사천왕상을 돋을새김 하였다
▲ 사천왕상 몸돌에 새겨진 사천왕상. 구름을 타고 있는 사천왕상을 돋을새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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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돌의 밑면에는 비천상을 조각하였다. 얼굴까지 섬세하게 조각을 하였다
▲ 비천상 지붕돌의 밑면에는 비천상을 조각하였다. 얼굴까지 섬세하게 조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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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단부에 들어있는 귀부, 무지의 극치인 나

그동안 전국을 돌면서 숱한 문화재와 만났다. 그렇게 한 세월이 20여 년이니, 이제 문화재를 보는 안목도 조금은 높아진 듯 하다. 남들은 이런 나를 두고 '우리 문화재에 미친 사내'라고 한다. 나 역시 그렇다는 것에 반대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원종대사탑을 보면서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 한 면에 세 마리의 용머리가 보이는데, 중간에 용머리가 크고 한편으로 돌려져 있다. 벌써 몇 번인가 본 원종대사탑이다. 한 번도 이상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우선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갈 만큼 부끄럽다. 그 가운데 목을 비튼 용두는 바로 귀부(거북 모양으로 만든 비석의 받침돌) 머리였던 것이다.

목이 틀린 용머리는 귀부의 전면이다. 거북의 등과 앙편에 힘있게 표현이 발이 보인다
▲ 귀부의 전면 목이 틀린 용머리는 귀부의 전면이다. 거북의 등과 앙편에 힘있게 표현이 발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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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부의 꼬리부분이 보인다. 귀갑과 꼬리 등이 선명하다. 부도탑의 중대석 안에 귀부를 집어 넣었다
▲ 귀부의 뒤 귀부의 꼬리부분이 보인다. 귀갑과 꼬리 등이 선명하다. 부도탑의 중대석 안에 귀부를 집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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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용머리 밑으로는 거북의 등이 조각돼 있고 양편으로는 양발이 힘차게 표현돼 있다. 한마디로 놀라움이다. 왜 아직 이것을 제대로 보지 못했을까. 바로 탑의 뒤편으로 돌아가 보았다. 세상에 이럴 수가. 그곳에는 귀부의 뒷부분인 꼬리와 귀갑을 선명하게 표현을 해 놓은 것이다. 탑의 기단부에 귀부를 넣어 놓은 것이다.

정말 부끄럽다. 몇 번을 보았으면서도 이런 대단한 조각을 보지 못하고 돌아섰다니. 그동안 나름대로 문화재를 보면서 안목을 익혔다고 생각했는데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 처음부터 다시해야겠다. 문화재의 구석구석을 다시 살펴야겠다. 20년간의 답사가 이렇게 부끄럽게 무지를 보이다니. 하지만 그도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더 늦지는 않았으니. 첫걸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 몇 년을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덧붙이는 글 | 1월 15일에 다녀 온 여주 고달사지 내에 소재한 원종대사탑. 이 기사는 수원인터넷뉴스와 티스토리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원종대사탑, #고달사지, #보물, #탑 안에 귀부,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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