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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식으로 실력이 가장 좋은 가수를 뽑는< K팝스타 >를 보면, 꿈을 꾸는 사람은 많은 데 꿈을 이루는 사람은 극소수라는 생각이 든다. 노래도 잘하고 무대 매너도 좋고 춤도 잘 추는데 관객의 심장을 벌렁거리게 하거나 심사위원인 보아, 양현석, 박진영의 영혼을 흔들어 놓는 사람이 몇 명 안 되는 것 같다. 떨어지는 나머지를 모면 안락의자에 누워 귤을 까먹고 있다가도 눈물이 핑 돈다.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여태까지 노래를 수백 번도 더 넘게 불렀을 텐데.'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은 나... 현실은 답답할 뿐

꿈은 심장이다
 꿈은 심장이다
ⓒ 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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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꿈, 가수가 되는 것.
나의 꿈, 피아노 잘 치고 글 잘 쓰고… 매력적인 교사가 되는 거다.

꿈을 마음 속에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 두 시간씩 글을 쓰고, 수학책 보고 영어 공부하고 피아노를 친지 벌써 몇 년이 지났다. 하지만 지금의 나와 내가 꿔왔던 꿈의 거리는 좀체 좁혀지지 않는다.

꿈은 내가 한 발자국 다가서면 한 발자국 뒷걸음치며 다시 땅을 파고 꼿꼿하게 서 있는 듯. 마치 날개달린 가로수 은행나무 같다. 한 줄로 주욱 서 있을 뿐이다. 좀 더 친해지고 싶어서 다가가면 '더 연마하고 와, 임마'라며 손을 뻗어 가슴을 밀친다.

'아, 나는 언제쯤 내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언제가 되려나, 얼마만큼 내공을 쌓아야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죽기 전에, 눈 감기 바로 직전에 나는 "내 꿈을 이루고 가노라"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나는 진짜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진 않다. 적어도 음대를 나와서 음악회도 열고 음반도 내고 하는 직업적인 피아니스트를 원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피아니스트처럼 잘 치고 싶은 욕구는 < K팝스타 >에 출연한 경쟁자들 버금간다. 6살 딸 민애랑 놀다가 난 슬그머니 피아노 의자에 앉아서 '따다다다 다다다다' 하농으로 스케일링을 한다. 악보 놓는 곳에 메트로놈을 70으로 맞춰 놓고 열심히 손가락을 분리시켜 움직인다.

"엄마는 피아니스트가 될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연습할게. 그동안 블록 쌓기 하고 있을래?"하면 "그래? 나는 발레리나가 될 것이니까 엄마 연주에 맞춰 발레 연습할게요"라고 말한 적은 내 기억 중에 한두 번에 불과하다. 민애는 인형을 모조리 가져와 건반 위에 하나둘 씩 올려놓고 "엄마는 엄마해, 나는 아기 할게. 난 한 살"이란다.

<체르니 30번>을 다 치고 <체르니 40번>에 들어가서 베토벤이나 쇼팽 소나타 정도는 거뜬히 치고 싶은 데, 딸은 여유를 주지 않는다. 그래도 아침 양치질할 때 10분, 저녁밥 차리기 전에 10분, 밥 먹고 나서 20분. 이렇게 해서 하루 학원에서 진도 나가는 정도의 양은 대강 채운다.

이러다가 언제 피아니스트가 되려나?

기죽어 있는 나에게 어깨 툭 치면서 '야, 임마, 꿈은 이미 이뤄졌어!'라며 다가오는 사람을 2월 7일 만났다. 이만교 작가의 책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꿈은, 이미 이루어졌다! 우리가 전념을 다하고만 있다면! 다만, 타인들에게 인정받기에 시간이 걸릴 뿐이다. 그런데 저 장삼이사의 타인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딴 판단이 무에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본문 47쪽)

이건 단순히 기분 좋으라고 하는 소리는 아니었다. '실질적 마음 상태'와 '타자들이 인정하는 상태'를 분리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시인을 꿈꾸는 사람은, 어느 순간에든 어느 장소에서든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애쓴다. 멋진 자연 풍경이나 조용한 산속에서만 세상을 시인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그는 시인의 꿈에 전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회사의 긴 복도에 울리는 동료의 구둣발 소리나, 성질 더러운 상사의 말투나 표정까지도 시적 대상으로서 응용할 수 있다. 이렇게 전념으로 시인을 꿈꾸는 사람의 정신이야말로 시인의 본래 모습에 가장 가깝다."(본문 45쪽)

중요한 게 뭔지를 알 수 있었다. "실력이 있는 사람은 많은데, 절실함이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말한 가수 박진영의 말이 떠오른다. 이제 알겠다. 앞으로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할지.


태그:#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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