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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여수도원초 졸업식장에서 졸업장을 받은 한 학생인 환하게 웃고 있다.
 16일 여수도원초 졸업식장에서 졸업장을 받은 한 학생인 환하게 웃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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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콩크레츄레이션~~ 사랑하는 나의 아들. 딸 스카프 제자들아! 지난 1년 동안 잘 자라 주어서 넘 고맙고 자랑스럽구나. 1년 동안 웃고 울고 했던 시간들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될 것 같구나. 어디를 가든 어떤 곳에서도 자신을 사랑하고 남을 돌볼 줄 아는 스키프반 친구들이 되기를 바래ㅋㅋ. 다시 한 번 감.고.미(감사하고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데이 쪼오옥♥♥♥ㅋㅋ"

지난 16일 아침 8시 즈음, 딸아이 손전화로 선생님의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졸업식 당일 모든 제자들에게 이처럼 마지막 축하메시지를 보내셨습니다.

이날은 둘째 딸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있는 날입니다. 우리 집은 올해 두딸이 초등학교, 중학교를 졸업하는 터라 어느 해보다 바쁜 한 해를 맞았습니다. 앞서 9일은 큰 딸이 중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부부는 그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아빠는 회사업무로 1박 2일 출장을 떠났고, 엄마는 막내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행히도 할머니와 작은 아빠가 졸업식장을 찾아줘서 쓸쓸할 뻔했던 졸업식을 면해 이만저만 미안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어떤 일이 있어도서 둘째 아이의 졸업식은 빠지지 않기로 했습니다.

학창시절 첫 헤어짐은 바로 졸업식

졸업! 친한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정든 학교를 떠나야 하는 것은 너무 슬프지만 졸업은 또다른 새로운 시작이다.16일 제20회 여수도원초등학교 졸업식장 스크린에 '오늘로 마지막인가 봅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졸업! 친한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정든 학교를 떠나야 하는 것은 너무 슬프지만 졸업은 또다른 새로운 시작이다.16일 제20회 여수도원초등학교 졸업식장 스크린에 '오늘로 마지막인가 봅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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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도원초등학교는 여수에서 가장 학생이 많은 학교입니다. 학년마다 최소 일곱 반에서 많게는 열 반까지 있는데 유치원생을 포함해 대략 1500여 명에 육박하는 전형적인 도시권의 학교입니다. 올해 졸업생은 280여 명으로 전교생 8명 중 2명이 졸업하는 어느 시골학교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학생들이 많다 보니 가족적인 분위기보다는 볼거리가 다양하지요. 큰딸에 이어 작은딸도 이 학교를 졸업하는데 2년 후면 막내아들도 또 이 과정을 겪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세 아이의 모교가 될 학교인 셈이죠.

제가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어느덧 30여 년이 지났습니다. 제가 졸업한 학교는 섬마을 시골학교였지요. 당시 전교생이 350명 정도에 우리 때 6학년 2개 반 56명이 졸업을 했는데 지금은 졸업생이 2명이더군요. 이것이 요즘 도서지역 학생들의 현주소입니다. 낙도에서 삶의 터전이 안 되다 보니 '도시로 도시로' 이농현상이 빚어진 결과입니다.

초등학교 어린시절 기억나는 몇가지 추억이 있습니다. 그것은 태풍주의보의 추억, 수업시간에 과자 파티 하던 선생님, 그리고 졸업식 때 하염없이 흘렸던 눈물입니다. 당시 선생님들은 주말이면 토요일 오후 섬에서 여객선을 타고 시내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갑니다. 이후 일요일 오후에 다시 섬으로 오시는데 기상 상태가 안 좋아 태풍주의보라도 내리면 여객선 운항을 하지 못해 발이 묶입니다.

그러면 월요일은 가장 신나는 시간이 됩니다. 수업은 자습으로 떼우는 데 이때 밀렸던 숙제도 하고 친구들과 장난치고 놀던 시간은 왜 그렇게 오지던지…. 또한 2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는 자주 과자를 사 오셔서 수업시간에 과자파티를 하기도 했습니다. 과자가 부족했던 그 시절 왜 그리도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시간이 훌쩍 흘러 졸업식이 찾아왔는데 당일 졸업식장은 그야말로 눈물바다였습니다. 그땐 왜 그리 슬펐던 것일까요? 아마 학창시절 생애 첫 헤어짐을 배우는 시간이 바로 졸업식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졸업! 친한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정든 학교를 떠나야 하는 것은 너무 슬프지만 졸업은 또다른 새로운 시작이다. 자기소질을 잘 계발해 최고가 되라고 하신 도원초 현선두 교장선생님의 모습.
 졸업! 친한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정든 학교를 떠나야 하는 것은 너무 슬프지만 졸업은 또다른 새로운 시작이다. 자기소질을 잘 계발해 최고가 되라고 하신 도원초 현선두 교장선생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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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잠시 나왔더니 어느덧 실내체육관 강당에선 졸업식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강당을 가득 메운 280여 명의 졸업생과 그들을 축하해 주기 위해 모인 학부모와 친지들 때문에 졸업식장은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잠시 시간이 지체되더니 현선두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이어집니다.

"여러분 제가 오늘 졸업생을 위해 귀감이 될 좋은 문구를 준비했는데, 그만 컴퓨터에서 파일이 날아가 버렸어요. 그냥 오늘은 그냥 생으로 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우리 학교 졸업생 모두에게 상이 주어졌습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축구선수 박지성을 아시죠. 꼭 공부만 잘해서 스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소질을 잘 계발하면 어느 분야든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학교의 교육방식입니다."

졸업! 친한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정든 학교를 떠나야 하는 것은 너무 슬프지만 졸업은 또다른 새로운 시작이다. 학부모들이 6학년 8반 스카프 반으로 들어가고 있다.
 졸업! 친한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정든 학교를 떠나야 하는 것은 너무 슬프지만 졸업은 또다른 새로운 시작이다. 학부모들이 6학년 8반 스카프 반으로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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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행사가 끝나고 학생들은 각자 반으로 향합니다. 딸아이의 교실인 6학년 8반 스카프 반으로 따라갔습니다. 다른 학급은 대부분 졸업생들과 마지막 얘기를 하느라 교실 문을 꽉 걸어 잠그고 학부모들이 복도에서 대기를 합니다. 스승과 제자가 마지막 석별의 시간을 보내느라 아쉬움이 크겠지만 학부모들은 불만이 많습니다. 하지만 스카프 반은 학부모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놓았습니다.

선생님과 포옹하며 졸업장 받는 아이들... 눈물이 울컥

어느덧 교실엔 졸업식을 축하해 주러 온 학부모들과 아이들이 꽉 찼습니다. 이내 선생님께서는 직접 만드신 동영상 한편이 상영됐습니다. 지난 겨울 방학 때인 1월 중순에 아이들과 함께 1박 2일 추억여행을 통해 부모님과 선생님께 전하는 메시지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제자들과 선생님의 추억은 한편의 작품이 됐습니다. 아이들이 준비한 매스게임의 문구에 쓰인 내용입니다.

졸업! 친한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정든 학교를 떠나야 하는 것은 너무 슬프지만 졸업은 또다른 새로운 시작이다. 스카프 반 학생들이 마지막 수업인 동영상에서 '안녕'이란 말이 이채롭다.
 졸업! 친한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정든 학교를 떠나야 하는 것은 너무 슬프지만 졸업은 또다른 새로운 시작이다. 스카프 반 학생들이 마지막 수업인 동영상에서 '안녕'이란 말이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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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맘도 어렸던 저희들에게 꿈을 심어주었던 SCF선생님, 그리고 엄마, 아빠 정말 감사하고 더 밝은 내일의 씨앗이 되겠습니다."

동영상을 상영한 후 선생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 진짜 주인공 30명의 스카프 친구들! 1년간 굉장히 힘들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일 년 동안 너무나 잘 따라주고 성장해 줘서 고맙습니다. 선생님이 문자 보냈는데…. 30명의 친구에게 부모님과 선생님이 힘차게 박수 한번 쳐주겠습니다. (짝짝짝) 그 동안 너무 많은 어록을 남겼기 때문에 오늘은 긴말하지 않고 짧고 찐한 포옹으로 끝내고 바로 갑니다. 알겠죠. 포옹은 남학생들은 격하게 하지 말고 대충했으면 좋겠고, 여학생들은 선생님을 좋아하는 만큼 했으면 좋겠어요(웃음)."

깊게 포옹하고 눈물 흘리는 선생님

졸업! 친한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정든 학교를 떠나야 하는 것은 너무 슬프지만 졸업은 또다른 새로운 시작이다. 스카프 반 스승과 제자가 포옹을 하며 작별을 고하고 있다.
 졸업! 친한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정든 학교를 떠나야 하는 것은 너무 슬프지만 졸업은 또다른 새로운 시작이다. 스카프 반 스승과 제자가 포옹을 하며 작별을 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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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친한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정든 학교를 떠나야 하는 것은 너무 슬프지만 졸업은 또다른 새로운 시작이다. 스카프 반 스승과 제자가 포옹을 하며 작별을 고하고 있다.
 졸업! 친한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정든 학교를 떠나야 하는 것은 너무 슬프지만 졸업은 또다른 새로운 시작이다. 스카프 반 스승과 제자가 포옹을 하며 작별을 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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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1번부터 끝번까지 제자들을 한 명씩 안고 진한포옹을 합니다. 그리고 직접 준비한 선물인 CD자료와 졸업장이 전달됐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선생님께서 직접 이름을 부르시며 조언을 하는데 많은 아이들이 선생님을 안고 참았던 눈물을 흘립니다. 어느덧 선생님의 눈에도 눈물이 뚝뚝뚝…. 이를 지켜보는 학부모님들도 눈시울을 붉힙니다.

메마른 도시학교, 도시아이들의 졸업식 풍경이라 믿기지 않습니다. 이런 광경은 처음봅니다. 얼마 만에 보는 눈물인지 모릅니다. 거짓 연출로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없습니다. 아이들과 선생님의 눈물에는 1년 동안 보여주신 선생님의 헌신적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한편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해야할까요? 더불어 1년 동안 선생님과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공교육에 가졌던 불신을 씻어주기에 선생님의 역할은 충분했습니다. 김효근 선생님의 마지막 당부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친구들 아무쪼록 건강하게 잘 지내기 바랍니다. 참고로 부모님께도 인사드립니다. 저도 애들과 함께 4년 동안 둥지를 텄던 도원을 떠나게 됩니다. 그동안 기쁜 소식과 슬픈 소식이 많았는데, 제가 원하는 학교로 못 가서 마음이 아픕니다. 아마 산골이나 섬으로 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고 있습니다. 그동안 잘 따라줘서 맘껏 솟았던 한 해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항상 믿고 잘 따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졸업! 친한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정든 학교를 떠나야 하는 것은 너무 슬프지만 졸업은 또다른 새로운 시작이다. 스카프 반 한 여학생이 눈물을 흘리자 선생님이 위로하고 있다.
 졸업! 친한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정든 학교를 떠나야 하는 것은 너무 슬프지만 졸업은 또다른 새로운 시작이다. 스카프 반 한 여학생이 눈물을 흘리자 선생님이 위로하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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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친한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정든 학교를 떠나야 하는 것은 너무 슬프지만 졸업은 또다른 새로운 시작이다. 스카프 반 선생님이 제자에게 조언을 하며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졸업! 친한 친구들, 선생님 그리고 정든 학교를 떠나야 하는 것은 너무 슬프지만 졸업은 또다른 새로운 시작이다. 스카프 반 선생님이 제자에게 조언을 하며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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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느덧 6년 동안 정들었던 학교를 떠납니다. 자식을 키우면서 참 좋은 스승을 만나 1년 동안 딸아이의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선생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오늘은 선생님과 제자들이 흘린 눈물을 보면서 공교육에 대한 새로운 희망이 보였던 멋진 하루였습니다. 마지막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한 말씀 전합니다.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일 년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1년동안 조심스러워 한 번도 대접하지 못했는데 조만간 조촐한 막걸리 한잔 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멋진 6학년 8반 스카프 반 친구 여러분, 오늘 흘린 눈물을 잊지 말고 훌륭하게 자라 나라의 큰 인재들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덧붙이는 글 | 전라도뉴스와 넷통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졸업식, #6학년 8반 스카프반, #김효근, #스승과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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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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