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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이라는 이름 석 자에 대한 나의 기본지식은 대한민국 11, 12대 대통령 역임, 무엇보다 1979년 12월 12일 이른바 '12·12신군부반란' 주역이고 1980년 5월 18일 '5·18민중항쟁' 당시 광주시민을 무참하게 학살한 장본인이라는 사실이다.

 

지난해 5월 18일 배우 김여진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당신은, 일천 구백 팔십년, 오월 십팔일 그날로 부터, 단 한 순간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당신은 학살자입니다. 전두환씨"라고 규정한 것은 진실이다.

 

전두환 "대통령 7년으로 서너 번 하려고 했다"

 

물론 국가정체성회복국민협의회, 한미 우호증진협의회 처럼 5·18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반대하는 청원서에서 "(5·18 당시) 살인자들은 한국군이 아니라 북한이 파견한 600명의 특수부대 군인"이라고 주장하는 반민주주의자들도 있지만 전두환은 '학살자'라는 사실을 뒤집지는 못한다.

 

'대통령'보다는 '학살자'라는 비유가 더 어울리는 전두환이 인터뷰를 당했단다. '학살자' 전두환을 인터뷰한 인터뷰어는 대체 누구였을까? <중앙일보> 종편인 JTBC다. 이 방송에 따르면 전두환은 14일 오후 연희동 사저에서 미국 예일대학 경영대학원(MBA) 학생 27명과 만났다고 한다. 이를 JTBC가 '단독 취재'해 지난 15일 방송했다.

 

전두환은 인터뷰에서 "내가 대통령을 7년 했다. 선배 대통령들께선 4년 한다, 4년 한다 해놓고 세 번 네 번 하려다 정치 혼란이 생겼다. 나도 불란서(프랑스)식으로 두 번 할까 생각하다가 내가 거기 빠져서 세 번, 네 번 하려다가 불행한 사태가 생길까봐 7년(단임)만 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대통령을 세 번, 네 번하려다가 불행한 사태를 막기위해 7년 단임 했다고 강변하는 모습 속에서 12·12 반란자 다운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대통령 임기는 국민이 정하는 것이지 대통령인 전두환 자신이 정하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는 '불행한 사태'를 염려했는데 12·12 반란으로 민주헌정을 유린한 것과  5·18 학살보다 더 불행한 역사가 어디 있는가. 적을 향해 들어야 할 총칼을 전두환과 그의 일들은 민주주의를 바란는 시민을 겨눴고, 죽였다. 아직도 전두환은 단 한 번도 1980년 5월 자신이 자행했던 그 학살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전두환 "미국식 민주주의 했다"

 

더 어처구니 없는 말은 전두환과 같은 자리에 있었던 5공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무부 장관을 역임한 사공일 전 무역협회장을 치켜세우면서 "내가 7년 할 때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 보좌 역할을 한 것도 사공 장관이다. 나는 군인 출신이라 민주주의도 군인식으로 할 위험이 있었다"며 "그런데 사공 장관처럼 미국에서 교육받고 온 사람이 옆에 있어서 미국식 민주주의를 할 수 있었다"고 한 말이다.

 

전두환이 "미국식 민주주의를 했다"는 것은 북한 김일성 왕조가 민주공화국이라는 것과 비슷하다. 미국식 민주주의가 체육관에서 대통령 뽑는 것이고, 군인들이 민주헌정을 유린하는 쿠데타를 일으켜도 대통령으로 무려 7년이나 있을 수 있는가. 

 

"전두환 대통령 각하"는 이라는 말로 시작되는 '땡전뉴스'도 문제다. 미국 ABC, CBS, NBC가 만날 메인뉴스 시간에 "오바마 대통령 각하"로 뉴스를 시작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전두환 집권 기간 동안 대한민국 KBS와 MBC는 "전두환 대통령 각하"를 외쳤다. 그런데 전두환이 미국식 민주주의를 했다고? 소가 웃을 일이고 히틀러가 유대인 학살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는 것과 같다.

 

전두환은 또 "조그만 권력 가지고 있다고 그걸 남용하는 사회는 제대로 된 사회가 될 수 없다. 권력 남용 없는 사회가 돼야 행복한 사회"라고 했다. 권력을 남용하지 않는 사회가 행복한 사회라고 당연한 말이지만 전두환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는 사실 이 말을 한 그 자신도 알 것이다.

 

이유는 아직도 자신이 대통령인줄 착각하고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010년 10월 17일 <전두환, 추징금 300만 원 출처는 '모교행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참석자들이 만수무강을 빌며 큰 절을 올렸고 전두환 각하 배 골프대회까지 열렸는데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이때 받은 돈으로 법원 추징금의 일부를 갚기도 했다"고 보도했다(관련기사 : 전두환, 추징금 300만 원 출처는 '모교행사').

 

아직도 '각하'인데 권력을 남용치 말라고?

 

보도 동영상을 보면 '전두환 각하'와 전두환 뒤편에 대통령 상징인 '봉황'이 놓여 있다. 봉황 문양은 현직 대통령에게만 적용된다. 그리고 동문들은 운동장에서 전두환에게 '만수무강'하라며 큰 절을 올리기도 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 2010년에도 현재진행형임을 전두환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사죄할 마음은 고사하고 부끄러움도 없는 자들임을 보도 영상은 증명했다.

 

이런 행보를 계속하고 있으면서 미국식 민주주의를 실시했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군사반란으로 대통령이 되었지만 그대로 약 8년 동안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다. 그렇다면 군사반란과 광주시민들 학살, 수많은 민주인사 탄압한 사실에 대해 무릎꿇고 사과해야 한다. 또 29만 원밖에 없다는 변명만 늘어 놓을 것이 아니라 밀린 추징금부터 내야 한다. 적어도 민주공화국 대통령으로 재임했다는 기본 양심이 있다면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전두환, #미국식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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