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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를 원료로 하는 농업이 시작되면서 화학비료·농약과 함께 농사용 비닐은 경작규모가 크거나 작은 농사는 물론, 친환경 유기농업에서도 비닐 사용은 허용되고 있다. 그런 만큼 그 유혹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노동력이 절대 부족한 농촌의 현실과 크고 때깔 좋은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의 구매욕구와 맞물려 있다. 최근 도시농업이 확산되면서 개인 텃밭과 주말 농장에도 심심찮게 검은 비닐이 등장하고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

 

흙속의 세상을 알게되면 생각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검은 비닐의 사용 목적은 농작물 이외의 식물(풀)을 통제하는 수단으로서 가장 효과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폐해는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왜곡돼 있다. 사용자들은 비닐사용의 장점으로 '햇빛을 차단시켜 풀이 자라지 못하게 해 양분을 작물에 집중시키고, 흙의 온도를 높여 작물의 성장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음'을 꼽는다. 또한, 흙 속의 수분이 증발되는 것을 비닐로 차단해 수분을 유지하는 보습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효과에 비해 환경 파괴는 물론 토양 생태계와 작물에게는 매우 위험한 농사법이다.


이같은 농사가 지속되는 것은 땅 위의 작물만 바라보고 땅속 아래의 생태계에 대해서는 무지하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흙 속에는 매우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과 미생물들이 공생하고 있으며, 그것들이 땅 위의 생명들을 살게 해주는 원천인 것을 알게 된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환절기... 버틸 수 있을까

 

첫째, 검은비닐을 씌워서 풀을 자라지 못하게 하면 작물의 영양분 독점으로 수확량을 늘리고 크게 만들수 있지만, 비닐에 덮힌 흙은 상시적으로 호흡 곤란에 시달려 작물의 뿌리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토양 미생물의 생태계도 파괴해 결과적으로 병해충으로부터의 작물 저항력을 잃게 만든다.

 

둘째, 보습 효과 역시 자연스러운 배수와 증발을 막아 작물을 취약하게 만든다. 특히, 배수가 잘 안 되는 습한 토양의 경우는 피해가 더 심각하다. 작물은 표토층에 머물고 있는 양분과 수분만을 섭취하려고 하기 때문에 뿌리를 깊이 내리지 않게 된다. 따라서 표토층 아래의 다양한 미량 원소의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하게 돼 편식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땅속 깊이 내리지 못한 뿌리는 지상으로부터 침투한 병원성 세균 바이러스로 부터 쉽게 감염된다는 점이다.

 

셋째, 보온 효과도 겨울철 작물을 동해(凍害·작물이 추위로 피해를 입는 것)로부터 보호하고 봄 초에는 비닐 속 흙의 온도를 높여 작물의 성장을 돕는 정도에 그칠 뿐이다. 한여름에는 바깥 온도와 비닐 속 표토층의 온도 차이가 10도 이상 차이를 보이게 된다. 한낮에 급격히 올랐던 온도가 야간에는 떨어졌다가 다시 올랐다 하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작물은 계속해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 현상'을 겪게 된다. 환절기에는 사람도 건강에 조심해야 하듯 작물도 병해충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지게 되면, 이는 곧바로 고온다습한 장마철에 각종 병해충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속가능한 농업이 되려면 석유부터 끊어야

 

화학물질을 사용하기 시작한 국내 농업의 역사는 40여 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사이에 수천 년 동안 지속된 흙을 살리는 농사는 파괴되고 있다. 다시 옛날의 자연친화적인 농사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환경파괴와 안전한 먹을거리로 부터 자유로울수 없다.

 

또한, 석유고갈로 인한 원유가격 상승이 계속되는 현실에서 석유로 만든 농자재가 투입되는 고(高)비용 농사를 벗어나려는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농업은 한미FTA와 함께 이중의 고통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곧 국가와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고통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덧붙이는 글 | 다음 편에는 비닐을 사용하지 않고 풀과 함께 자란 작물이 어떻게 병해충에 대응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태그:#비닐, #석유, #미생물, #생태계, #보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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