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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위나리와 아기별>
 <바위나리와 아기별>
ⓒ 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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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해송의 <바위나리와 아기별>을 읽으면서 엘윈 부룩스 화이트가 쓴 <샤롯의 거미줄>이 떠올랐다. 돼지인 위버가 식용 고기로 죽지 않게 하려고 피땀 흘려가며 거미줄로 글자를 만드는 샤롯.

결국 위버는 신비하고 기적을 지닌 영물이 되어 죽지 않게 되고 샤롯은 힘을 다 소진하고 알을 낳고 생을 마무리한다. 샤롯이 보여준 우정은 진지하고 남을 위한 희생과 이해, 애정과 사랑이다.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진심을 다해서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다하고 있는가?'

그냥 대충, 편하게, 얼렁뚱땅 살고 있는 건 아닌지, 그게 친구에게든, 부모님에게든, 남편에게든, 아이들에게든, 공부든. 가르치는 일이든. 상대방에게 잘 보이려고 사는 인생이 아닌 순간을 영원처럼 성실하게 살고 있는지. 그렇게 산다면 밥 차리면서도 행복하고 청소하면서도 즐겁고 벅찬 숙제라도 차근차근 풀어나가며 순간을 즐길 수 있다.

아파하는 바위나리를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위로해 주고 하늘 문이 닫히는 걸 생각하지 않는 아기별. 계산하고 내 몫을 챙기고 나서 그 나머지를 주는 게 아니라 그 순간 다 주고 손해 될 것을 셈하지 않는 마음. 바위나리가 걱정이 되어 날마다 울고 별빛을 잃어 가는 줄도 모르고 슬픔을 다하는 인간애.

2012년을 시작하면서 <죽을 때 후회하지 않을 5가지>를 가훈처럼 세웠다. 첫째, 내 뜻대로 살기 둘째, 일 덜하기 셋째, 터놓고 말하기 넷째, 친구들 챙기기 다섯째, 도전하며 살기. 이 중 제일 안되는 게 친구들 챙기기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살림하느라 시간이 없기는 하지만, 진짜 시간이 없는 걸까? 친구 없으면 죽고 못 살던 고등학교 시절 내 동무들에 대한 사랑은 다 어디로 갔을까? 영화<써니>처럼 아이들을 몰고 다니던 그 마력과 에너지는 지금 무엇으로 바뀐 걸까?

인간애와 인간관계를 가로 막는 건 사회적으로 보면 결과 만능주의, 업적주의, 성적 제일주의 등과 같은 현대병 탓이기도 하다. 학교에서는 학부모랑 상담하기 보다는 할 말은 문자로 보내고 아이들과 얼굴 마주 대고 비오는 날엔 귀신 이야기, 화창한 날엔 등나무에서 야외수업을 하고 싶긴 한데 학습 진도가 쳐질까봐 겁난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엔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사방치기를 하는 대신 밀린 일일학습지를 푼다. 선생님들은 서로 만나 커피 한 잔 할 시간이 없고 점심 먹고 잠깐 시간이 나면 업무시스템으로 공문을 확인하고 컴퓨터로 자판을 두드리며 틈 없이 일을 한다.

더 이상 바쁘기 싫다. 무엇을 위해 바쁜지도 모르고 지내고 싶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을 다 놓치기 전에 말이다.


태그:#바위나리와 아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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