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4.11 총선은 새누리당의 과반의석 확보로 끝이 났다. 하지만 단순히 아쉬워하고만 있을 때는 아닐 것이다. 대선이라는 중요한 정치 일정이 남아 있는 것과 함께, 이미 1% 부자들만을 위한 정부와 새누리당의 정책 행보는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KTX 민영화를 위한 사업제안서를 발표했으며, 4월 17일 국무회의에서는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총선이 끝나기 기다렸다는 듯이 1% 특권층을 위한 반서민적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고개 드는 부동산 규제완화론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 조만간 집 부자들을 위한 부동산규제완화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기대감 역시 커지고 있다. 특히 각종 보수언론들은 부동산 시장이 너무 심각한 상황이라 부동산 대책이 필요하다는 기사들을 연이어 쏟아내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용어설명

1>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는 DTI 규제 완화가 핵심이다. DTI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벌어들이는 소득에 따라 제한하는 제도로 현재 '투기지역'인 강남3구는 DTI 규제에 따라 연소득 대비 40%까지로 대출이 제한돼 있으며 서울은 50%, 수도권은 60%로 돼 있다. 강남3구의 투기지역이 해제되면 다른 서울지역과 마찬가지로 50%로 완화된다.

 

2> 2주택 이상 다주택 보유자에게 적용해온 양도세 중과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양도세 중과세는 2주택 보유자가 집을 팔 때 양도차익의 50%, 3주택 이상 보유자는 양도차익의 60%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를 폐지해 집을 한 채만 소유한 사람과 똑같은 세금을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투기지역 해제¹를 정부가 검토하고 있고, 5월 중으로 정부가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4.11 총선 직후 "부동산 활성화 법은 좀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지난해 '12.7 부동산 종합대책'에 포함됐으나 국회에서 논란 끝에 보류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², 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부담금의 부과 유예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총선 이전부터 황 원내대표가 DTI규제완화를 이야기해온 것을 감안하면 '부동산 활성화'라는 말 안에는 DTI규제 완화 역시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4월 9일 정부가 거래활성화 방안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데 이어, 4월 1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조찬강연에서도 부동산거래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3구 투기거래지역 해제와 양도세 중과세 폐지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언급 없이 고민 중이라고만 밝혔다. 이전 가계부채 문제를 이유로 DTI규제 완화에 반대해왔던 기획재정부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강남3구의 투기지역 해제 등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는 것은 변화된 기류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새누리당에게 서민이란?

 

이와 같은 정부와 새누리당의 부동산 정책은 각종 규제완화를 통해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어떻게든 사람들에게 집을 사게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집값이 올라가야지 자산으로써의 부동산이 매력이 생겨 사람들이 집을 사려 할 것이고, 이러한 매매수요가 살아나야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건설사들도 숨통이 트인다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를 살려놓고 보면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도 활성화되어 전세난 등도 해결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러한 인식 하에서는 집을 사려고만 한다면 그것이 투기적 목적이든 실제 거주목적이든, 집을 사려고 하는 사람이 무주택자든 다주택자든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다주택자에 대해 각종 혜택을 주는 것도, 투기수요를 끌어들이는 것도 별 문제될 것이 없다. 집값 상승을 부추겨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기만 하면 주거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연히 주택가격이 오르는 것에 수반되는 문제와 그로 인한 임대료 인상 등 서민들의 고통과 직결된 문제는 시야에서 사라지게 된다.

 

한편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은 그동안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을 팔지도 못하고 이자부담에 허덕이고 있다며, 이러한 '서민'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물론 이러한 문제(소위 하우스푸어 문제)는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고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하지만 은행권 대출을 받아서 번듯한 아파트 한 채 구입할 수 있는 사람을 일반적인 기준에서 서민이라고, 주택문제로 가장 힘들어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하우스푸어'라는 개념을 확대해서 본다면 그 중에는 여러 채의 집을 소유하며 투기목적으로 빚을 끌어들여 집을 산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따라서 당연히 정책의 초점은 2년마다 살 곳을 고민해야 하는 가구들, 같은 곳에서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돈이 더 필요한지 머리를 싸매야 하는 가구들,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좀 더 번듯한 집에서 살아보려고 아등바등 하는 가구들에 맞춰져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의 부동산 부양 정책은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겨 위와 같은 서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정책이다.

 

게다가 부동산 경기를 부양해 거래를 활성화 시키면 부동산 시장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빨리 집을 팔아 손을 털고 싶은 투기세력들과 집 부자들에게 큰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이러한 집 부자들, 부동산 투기세력들은 새누리당의 지지층(혹은 새누리당 구성원들)을 형성하고 있을 것인데, 새누리당의 정책은 이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서민들을 희생시키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4월 15일 황우여 원내대표는 수도권 지역 주택 보급률이 102~150%에 이르는데, 1가구 1주택만 고집하는 정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하였다. 하지만 수도권 주택보급률이 102~150%라는 사실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여전히 45%의 사람들은 집이 없어 2년마다 어디에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현실이 되어야 하지 않은가? 새누리당 구성원들의 인식이 어떤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부동산 부양, 답 아니다

 

더군다나 이러한 정부와 새누리당의 정책들은 별다른 효과를 미치지 못할 것이다.

 

현재 주택경기가 얼어붙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10일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가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실거래정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1~3월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총 8839건으로 1분기 거래량 기준으로 2006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로 급감한 상태다. 한 달에 채 3000건, 하루에 100건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을 정도로 아파트 거래가 사실상 중단 상태라는 의미다.

 

아파트값 역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3월 수도권 아파트 3.3㎡(평)당 평균 매매가격은 세계 금융위기 직후 최저가인 2009년 3월(1193만원)보다 낮은 1188만 원을 기록 중이다. 이는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9월(1259만 원)보다 5.6% 낮은 가격이다(물론 이정도로 부동산 거품이 빠졌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부동산 경기가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규제완화 정책으로 살아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 대부분의 부동산 규제들을 풀었지만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 않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현재 부동산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의 능력에 비해 집값이 너무 높은 탓이며,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은 더 이상 재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2008년을 기준으로 가구소득에 비해 주택가격이 몇 배인지를 살펴보면 서울이 12.64로 미국의 뉴욕(7.22)과 샌프란시스코(9.09)보다 높게 나타났다. 게다가 2008년 이후 세계적인 부동산 거품 축소과정이 있었지만 한국의 경우 이명박 정부의 무리한 부동산 부양으로 전혀 거품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그림 참조).

 

더군다나 1000조 원에 육박해 있는 가계부채는 더 이상 빚을 얻어 집을 구매하기가 한계에 왔음을 보여준다. 부채에 기댄 부동산 부양은 또 다른 한국경제 폭탄의 뇌관을 건드리는 행위가 될 뿐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정부의 DTI규제 완화 등의 정책은 상당히 위험하다. 인구 구조적인 측면에서 도 2015년부터는 주택구매의 주요 수요층인 40~50대 인구가 감소할 예정이고, 이후 주택 구매의 주요 대상인 20대 후반~30대는 청년실업, 비정규직 확대 등으로 소득여건이 취약한 상황이다. 이전과 같은 주택수요가 형성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계경제도 여전히 부채 축소의 과정에 놓여 있는 상황이고, 현재의 경기침체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가계소득이 쉽게 회복될 것으로 보기 힘들다. 그리고 현재의 경제위기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주택거품 붕괴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던 만큼 각 국가들이 이전처럼 첨단금융기법을 동원해 부동산 시장으로 돈을 밀어 넣는 상황이 재연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부동산으로 돈들이 몰려들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투기 수요 조장, 답 아니다

 

위와 같은 현상들은 부동산 문제가 새로운 전환점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새누리당이 아무리 인위적으로 부동산경기를 부양하고 사람들에게 빚내서 집 살 것을 권유하더라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기는 어렵다. 집이 하나의 자산증식 수단으로 작용해 왔던 시기를 조만간 다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하게 투기수요를 조장하며 부동산 거품을 부양하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큰 방향에서의 부동산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대적 흐름이 바뀌고 있는데도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을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려 하고 있는데 이는 구시대적 발상에 불과하다. 정부여당이 나서서 주거는 더 이상 자산 증식수단이 아니라 사람들의 당연한 주거권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고 어떻게 지금의 부동산 거품을 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대응을 포함한 주거비용을 낮추는 문제와 집 문제로 인해 발생한 양극화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공공임대 주택 공급을 늘려 안정적인 주거권을 확보하는 문제는 기본이다. 미분양 주택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 교양지 <새세대>에 기고한 글입니다. 
* 위 교양지는 4월말(30일 경) 발간될 예정입니다. 


태그:#부동산, #DTI, #규제완화, #박근혜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