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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풀 관리를 통해서 건강한 작물을 키울수 있다
 적절한 풀 관리를 통해서 건강한 작물을 키울수 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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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약(제초제)이 남았는데, 저기 풀들을 어떻게 좀 해봐요."

내 밭에 쑥쑥 자라나는 풀을 보며 잔소리를 하던 옆 밭의 농부가 쓰고 남은 제초제를 주겠다며 분무기를 내려놓았다. 나는 극구 사양하며 혹시라도 제초제를 뿌리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으로 풀과 함께 키우는 이유에 대해서 짤막하게 설명을 하고는 낫으로 풀을 베어서 두둑 위에 올려놓았다. 작년 여름, 장마철에 그 농부의 고추밭은 허옇게 말라죽었다. 하지만 내 밭의 고추는 비록 소출은 보잘것 없었지만 병충해 없이 튼실한 열매를 키워냈다.

자연의 풀은 병에 걸리지 않는다

몇 년째, 풀과 함께 작물을 키우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풀은 병충해에 걸리지 않더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연의 순리에 따라 나고 죽는 풀과 함께 키웠던 작물 역시도 병충해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에서 풀의 존재가치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떻게 해야 풀과 작물 그리고 인간이 서로 다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같은 조건에서는 절대로 자연에서 자라는 풀을 작물이 이길 수가 없다. 때문에 처음에는 작물 주변의 풀을 뽑아주면서 작물이 어느 정도 성장하게 해주면 이후에는 스스로 커나갈수 있는 힘을 길러서 풀과 경쟁하면서 자라게 된다.

작물의 뿌리가 생장에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하고 저장하는 영역을 근권(根圈)이라고 한다. 즉, 작물 주변의 풀은 뿌리째 뽑아서 작물이 자라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고, 근권 이외의 영역은 풀을 키우면서 자라나는 대로 베어서 풀이 없는 작물 주변에 계속해서 덮어주면 풀 자람을 억제하기도 하고 흙 속의 수분을 유지시켜주는 보습효과와 함께 작물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거름이 되기도 한다.

풀은 병에 걸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함께 키워보자
 풀은 병에 걸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함께 키워보자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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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주변의 풀은 뽑아주고 덮어주면 농사에 여러가지 도움이 된다
 작물주변의 풀은 뽑아주고 덮어주면 농사에 여러가지 도움이 된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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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권'을 둘러싼 풀이 병해충을 막아준다

멀리서 보면 작물이 없는 풀밭으로 보이고 가까이서 보면 풀들에게 작물이 포위된 것처럼 보이지만 작물이 양분을 섭취하는 근권에는 풀이 없어서 성장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 작물과 풀의 뿌리에는 균근균 미생물이 붙어서 뿌리와 공생관계를 이루며 촘촘한 그물망을 형성하여 병원세균으로부터 방어막을 만들어주고 있다. 풀(뿌리)이 없다고 한다면 보호막이 쉽게 무너지게 된다는 것은 너무 자명한 사실이다.

풀(뿌리)의 순기능은 이것뿐만 아니다. 땅속 깊은 곳의 수분과 영양분을 끌어올리고 통기성을 좋게 하여 흙 속에 산소를 공급한다. 이것은 곧 작물이 자라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며, 땅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과 그들을 먹이로 하고 살아가는 선충과 지렁이와 같은 토양동물들이 건강한 먹이그물을 유지하게 한다. 결국에는 땅힘(地力)을 길러서 병충해 없는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풀이 있으면 농사가 안 된다는 주장은 작물이 섭취해야 할 양분을 풀에게 빼앗겨서 볼품없고 수확량이 적다는 오해에서 비롯된다. 작물이 섭취해야 할 영양분은 '근권' 내에서만 이뤄지면 되는 것이며 그 방법은 이미 위에서 설명을 했다. 오히려 과다투입된 영양분을 풀이 섭취함으로써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되는 것을 막아주고 있는것이다.

비닐을 씌워서 풀을 살지 못하게 하면 작물은 쉽게 병충해에 걸린다
 비닐을 씌워서 풀을 살지 못하게 하면 작물은 쉽게 병충해에 걸린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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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없는 흙에서는 작물도 건강하지 못하다
 풀이 없는 흙에서는 작물도 건강하지 못하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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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성을 유지하려는 미생물과의 공존이 필요하다

식물이 병충해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근거는 토양 속의 먹이그물에서 찾을 수가 있다. 식물은 뿌리를 통해서 삼출액(渗出液)을 분비하여 미생물을 불러들이고, 광합성으로 얻은 양분을 나눠주는 대신에 미생물이 죽은 생물체의 유기질을 분해하여 만든 무기질 양분을 섭취하고 저장한다.

토양 먹이그물의 맨 아래의 미생물은 먹이그물의 윗단계의 미생물과 선충을 불러들여 먹이가 되고, 그 다음은 지렁이와 같은 맨 상층 토양동물의 먹이가 되고, 배설된 양분은 또다시 식물의 양분이 되는 먹이그물의 순환을 식물이 조절한다.

토양생태계 전체는 그물망처럼 엮어져 있어서 특정 미생물이 우위에 있지 않도록 하려는 항상성(어떤 변화에 대해 원래의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성질)을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식물에 해를 끼치는 병원성 미생물과도 공생하면서 이들이 우위를 점하려고 하면 다른 미생물들이 막아주는 것이며, 이것이 깨졌을때 식물은 피해를 입게 된다.

작물이 건강하게 자라는데는 흙속의 미생물과의 공존이 절대 필요하다
 작물이 건강하게 자라는데는 흙속의 미생물과의 공존이 절대 필요하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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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한 자연의 법칙을 인간이 파괴하면서 병해충을 불러왔으며 대표적인 것이 화학농약과 비료의 사용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는다면 지속가능한 농사는 물론이고 환경파괴와 함께 인간의 건강한 삶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 다음편에는 미생물을 활용한 농사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태그:#잡초, #미생물, #항상성, #농사, #풀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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