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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7일 낮 12시 10분]

 

포장이 잘된 아스팔트와 양 옆으로 식재된 조경, 그리고 곳곳에 설치된 운동기구 등이 갓 조성된 도로임을 짐작케 한다.

 

자전거 전용도로에는 페달을 힘차게 밟을 때마다 센서가 달린 스피커가 음악을 들려준다. 밤이면 대형 디지털 디스플레이어 홍보영상이 흘러나오고 대형 게이트의 불빛이 어둠을 밝힌다. 충남 태안군에 위치한 태안기업도시로 향하는 2.3km 진입도로의 모습이다.

 

2년여 공사 끝에 '태안기업도시 친환경 IT도로'가 완공됐다. 지난 2010년 1월 착공한 이 도로는 503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 올해 1월 30일 준공됐다. 도로건설에 필요한 사업비는 국비(199억 원)와 도비(15억 원), 군비(289억 원) 등으로 충당했다.

 

이중 군비는 전액 현대도시개발㈜에서 댔다. 지난 2007년 충남 태안군은 현대도시개발㈜과 협약을 체결했다. 체결된 내용에는 기업도시 건설에 따른 개발이익금으로 진입도로 4곳을 개설한다고 적혀 있다.

 

태안기업도시는 최근까지(3월말 기준) 사업 진행률 12.5%로 부지조성 단계에 머물러 개발이익금이 없다. 그런데도 현대도시개발은 태안군에 '개발이익금'이라며 도로 공사비를 지급했다. 명목은 향후 예상되는 개발이익금을(756억 원, 2007년 기준)을 선집행한다는 것.

 

현대도시개발이 굳이 개발이익금을 먼저 내놓은 이유는 이렇다. 태안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우선 현대도시개발이 직접 도로를 건설하면 국비를 지원할 수 없다. 반면 도로는 공공시설물로 행정기관서 관리·운영한다. 진입도로는 준공 후 태안군이 관리·운영할 예정이다.

 

즉, 진입도로는 공공시설로 향후 태안군이 관리·운영하는 시설이며, 민간부담을 덜어주고자 국비를 지원하게 됐다는 것. 이를 가능케 한 묘책은 민간자본 보조사업이다. 민자보사업은 사업비의 일부를 민간(기업)서 자담하는 방식이다.

 

지난 2010년 1월 28일. 기업도시 진입도로 건설을 위한 첫 삽이 떠졌다. 공사시행은 현대도시개발㈜, 시공은 현대도시건설㈜에서 맡았다. 태안기업도시의 전담법인은 현대도시개발이다. 현대건설은 현대도시개발의 모회사다.

 

복잡한 예산집행 과정을 거치면서까지 민간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실시한 사업이 민간혜택사업으로 둔갑하는 구조다. 현대도시개발은 태안군에 지급한 개발이익금 289억 원 중 160억 원을 공사비 명목으로 제외했다. 반면 진입도로 토지보상금 105억 원은 포함시켰다.

 

충남 태안군 태안읍 진입도로 게이트 앞. 미끈하게 뻗은 4차선 도로 한 귀퉁이서 오가는 차량을 손으로 세어본다. '하나, 둘, 셋...' 넓은 도로가 무색할 정도로 통행량이 적다. 빼꼼히 내민 고개 뒤편서 트랙터 한 대가 달려온다. 트랙터를 쫓아 2.3km를 내달려 다다른 도로 끝. 황량함이 감도는 드넓은 농지가 끝없이 펼쳐진다. 군 관계자는 "(기업도시 건설 사업 중) 한 것이 없어 그거라도 해야 했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군에 따르면 오는 30일 진입도로 준공식이 열린다.


태그:#태안기업도시, #태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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