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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銀魚)는 민물고기이다. 등 쪽은 푸르지만, 배 쪽은 은빛이 나서 은어라고 한다. 어릴 때는 바다에 살다가 봄에는 강에 올라와 살며, 가을에는 산란을 위해 하류로 내려가 죽는다. 먹이는 돌에 나는 이끼이며, 자신 만의 공간을 만들어서 산다. 은어는 일본 홋카이도, 한반도, 중국, 대만 등지에 분포한다. 류큐 제도에 있는 은어는 아종으로 멸종위기에 처해있다.-위키백과에서

 

한반도 어디에나 살고 있다는 은어(銀魚). 제주도 강정마을에도 은어(銀魚)가 산다. 해마다 봄이면 강정천에 올림 은어가 올라온다. 봄에 올라온 은어는 여름을 강정천에서 보내고, 가을이 되면 다시 내림 은어가 되어 바다로 간다. 여담이지만, 작년 여름 강정천에서는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해마다 올라오는 은어가 올해에는 5월이 되어도 유독 안 올라왔다. 어떤 이는 윤달이라서 그렇다는 얘기를 하였고, 어떤 이는 은어가 종북좌파여서 못 온다고도 했다. 이건 농담이다. 북한에서는 평안남도 개천시 도화리의 청천강 은어를 천연기념물 405호로 지정하고 있어서 나온 말이다.

 

은어가 어떤 존재인지 아는 사람에게 은어가 올라오지 않는다는 것은 대단히 걱정스러운 일이었다. 그렇게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은어가 올라 온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철이 지난 5월 중순이었다.

 

기다리던 시간만큼 어렵사리 올라온 은어를 보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예전과 다르게 은어는 그 숫자가 무척이나 줄었다. 또, 올라온 놈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은어는 돌아왔지만, 내년에도 올림 은어를 볼 수 있다는 희망을 버려야 할 것 같다.

 

은어가 겨울을 나는 곳은 바로 구럼비 앞바다다. 그곳은 많은 생명이 자라는 공간이다. 그곳에서 어리디 어린 심장을 가지고 있는 은어 치어들이 성장을 하고, 다시 강정천을 거슬러 올라와 생을 마감한다. 그 어린 치어들은 지난 겨울과 봄에 너무나 많은 상처를 받았다. 무지막지한 폭파와 쏟아지는 흙탕물, 그리고 생명의 원천을 위협하는 폭력와 구조물들….

 

사람조차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 어린놈들이 끝까지 살아서 돌아왔다. 도저히 견디기 어려운 그 과정을 이겨내고, 겨우 겨우 살아서 돌아와 준 은어들이 눈물 나게 고맙다. 예년보다 20%밖에 안된다고 하지만, 그 지독한 환경을 이겨내 준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들에게 고마워하고, 인간이 가한 폭력을 미안해해야만 한다. 앞으로도 이런 흉물들이 그들이 살아갈 공간을 채워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작은 생선 따위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 지나친 감상주의라고 얘기할 수 있다. 국가안보 사업을 하는데, 고작 은어 따위의 생사가 무슨 상관인가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하찮은 은어가 강정천을 1급수로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고, 강정천이 서귀포시민의 식수원이라는 사실은 애써 외면한다. 수질이 나빠진 강정천 물을 식수로 사용하려면 고도정수시설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데, 그 돈은 국방비에서 나오지 않는다.

 

몇 년 전 강정천에 사고가 발생하여, 은어가 떼죽음을 당한 적이 있다. 그때 강정천 물이 갑자기 나빠졌다. 은어가 정화작용을 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은어를 다른 곳에서 구해 와서 풀어주었을 때 비로소 수질이 회복되었다. 우리는 은어를 지켜주었고, 은어는 다시 우리를 지켜주었다. 공존과 공생이다. 우리는 이 간단하지만, 기가 막힌 진리를 애써 외면한다. 오죽했으면 서귀포 시장이 은어 감소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을까? 

 

이곳 강정 사람들은 오늘도 은어를 기다린다. 은어는 생명이자, 우리가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런 모습으로….

 

혹은 이런 모습으로 말이다.

 

나 역시 은어가 돌아오기를 기다릴 것이다. 사랑했던 사람이 돌아올 때, 같이 은어낚시를 하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더이상 은어가 돌아오지 않을 때, 우리는 삶을 잃어버릴 것이다. 그런 고향. 그런 바다를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 등살 푸른 제주바다 맑은 물. 맑은 사람들 값이 일당 얼마인가로 대접받고 싶지 않다.

 

덧붙이는 글 | 덧붙임: 정태춘이 부른 "나 살던 고향"은 곽재구 시인의 "유곡나루"에 뽕짝가락과 노랫말을 붙여 발표한 노래이다. 마지막 가사 "나니나니나"는 심의용이며 실제 공연에서는 "좆돼부렀다"로 부른다. (http://blog.ohmynews.com/ckp920/entry/정태춘의-나-살던-고향 )

이기사는 헤드라인제주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강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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