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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북이와 질라래비 경기도 무형문화재인 '이천거북놀이'에서 보이는 거북이와, 거북이를 몰고다니는 질라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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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어라! 뚫어라! 물구멍을 뚫어라!"

거북이를 몰고 나온 질라래비가 우물 앞에서 하는 덕담이다. 놀이에 참석한 모든 사람은 그 말을 따라 한다. "물주쇼, 물주쇼, 사해용왕 물주쇼" 지금처럼 이 말이 간절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비가 오지 않은 지가 언제 적인지 모른다. 물론 일부 지방에서는 소나기와 우박이 내리기도 했지만, 100년 이래 처음으로 맞는 '봄 가뭄'이라고 한다.

지난 23일 수원시 영통구 청명단오제에 나타난 거북이 한 마리. 질라래비가 그 거북을 몰고 다니면서 간절하게 기원을 한다. "제발, 비 좀 내리게 해 달라"는 것이다. 마당놀이를 하는 사람들은,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50호인 '이천거북놀이' 보존회 회원들이다. 이들이 영통구의 단오제 마당에 와서 비를 간구하고 있다.

정월 대보름과 추석에 즐기던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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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물굿 풍농과 가내의 안과태평을 기원하는 거북놀이에서 우물굿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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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자가 이천 거북놀이를 직접 이천시(당시 이천군) 전역과 근동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발굴을 해, <이천의 민속 거북놀이>라는 책을 펴낸 지가 벌써 30년이 지났다. 아마 이 조사보고서 형식으로 꾸며진 소책자가, 그동안 써온 20여 권의 책을 엮게 된 기폭제가 되었는가 보다. 그러한 거북놀이를 이천이 아닌 수원시 영통구에서 만나보니, 참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거북놀이는 기원성 민속이다. 가내의 안과태평과 풍농 등을 기원하는 놀이다. 거북놀이는 정월 대보름이나 추석날에, 마을의 청소년들이 짚과 수수깡으로 거북이 모양을 만들어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즐기던 놀이다. 이천지방에서는 대월면에서 이 놀이가 전승되어왔다. 거북이는 장수동물이요, 부귀를 상징하기 때문에 놀이의 주체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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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당놀이 집의 마당으로 들어가면 풍물패들이 한바탕 흥겨운 마당굿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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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동 풍물패에서 무동을 타는 어린 연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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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놀이는 대개 정월 대보름 밤이나 추석날 밤에 하는 놀이다. 수숫대와 짚 등을 이용해 거북이 모양을 만든다. 거북이 앞에는 2~4명 정도가 안에 들어가는데, 앞사람이 주 기능자가 된다. 거북이를 몰고 다니는 질라래비도 옥수수 잎과 짚 등으로 머리에 쓰는 모자와 허리에 두르는 치마를 만든다.

가내의 안과태평 기원하는 놀이

거북놀이는 마을 집집마다 다니면서 연희를 하는데, 집 대문 앞에서는 문굿을 먼저 치고 마당에 들어서면 우물굿(용왕굿)과 마당굿을 한다. 마당에서 굿을 하는 도중 거북이가 쓰러지면 사람들은 거북이 곁으로 몰려들게 된다. 이때 질라래비는 "이, 거북이가 동해를 건너(지역에 따라서는 서해를 건넌다고도 한다) 여기까지 오느라 배가 고파 쓰러졌으니, 먹을 것을 좀 주십쇼"하고 소리를 치면 주인이 먹을 것을 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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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쇠잽이 30도를 웃도는 더위에 풍물패를 리더하는 쇠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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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밤새도록 집집마다 다니면서 축원을 해준다. 대개 정월에 하는 거북놀이가 가진 내적 사고가 풍농과 가내의 안과태평을 기원한다면, 추석에 하는 거북놀이는 풍농에 대한 감사로 행해진다. 경기도 이천군 대월면 초지리에서 전승되는 거북놀이는 한때 중단이 되었던 것을, 마을 주민이 재현하여 전승되고 있다.

기우제를 지내는 마음으로 연희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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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북놀이 마당굿을 하던 거북이가 쓰러지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든다. 질라래비는 '이 거북이가 동해바다를 건너오느라 지쳐서 쓰러졌으니 먹을 것을 달라'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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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사덕담 거북놀이에서는 집집마다 찾아디니면서 고사덕담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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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거북놀이 조남걸(남·58)보존회장은 간절한 비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말했다.

"우리 거북놀이는 한수 이남과 금강 이북의 마을에서 주로 연희가 되어왔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거북놀이는 풍농과 안과태평을 위한 놀이였지만, 결국에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대동의 놀이였습니다. 거북이를 놀이의 주체로 삼은 것도 알고 보면, 농사에 가장 필요한 물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거북이는 용왕의 심부름꾼으로 늘 등장하기 때문이죠. 오늘 이 거북놀이가 연희가 된 다음 비라도 뿌렸으면 좋겠습니다. 이러다가 정말 농촌이 다 망가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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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걸 회장 이천거북놀이 보존회를 이끄는 보존회 조남걸(58)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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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철 옹 이천거북놀이의 최고령 연희자인 이종철 옹(80)이 비나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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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 앞에서 가내의 안녕을 위해 축원을 하는 '고사덕담(告祀德談)'에서 비나리를 하는 최고령 회원인 이종철옹(80)도, 비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을 전한다. 30도를 웃도는 더위의 햇볕 아래서 개인놀이를 하는 풍물잽이들 역시, 비를 기다리는 마음은 한가지였을 것이다. 그렇게 땀이 흐르듯, 비라도 뿌려 대신 빗물이라도 흘렀으면 하는 바람이었을 것이다.

풍농과 가내의 안과태평을 위해 축원을 하는 기원성민속인 '거북놀이'. 영통구 청명단오데 행사장에서 한바탕 땀을 흘려낸 이천거북놀이 보존회원들의 바람이 하늘에 닿기만을 바랄 뿐이다. 거북이를 몰고 가는 질라래비(성정섭·남·45)의 소리가 절규되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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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손 거북놀이의 연희자가 고사덕담을 할 때 간절힌 마음으로 비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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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물이 없으면 살 수 없는 법. 이렇게 오랜 가뭄에 사람도 농작물도 다 죽어 가는데... 오늘 우리 물이나 한번 뚫어봅시다. 뚫으세! 뚫으세! 물구멍을 뚫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