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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하게 매달리 등산 리본
 무분별하게 매달리 등산 리본
ⓒ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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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인구 2천만 명 시대다. 산림청이 조사한 '산림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2010년)'를 보면 국민 10명 중 4명은 월 1회 이상 산을 찾는다고 한다. 주 5일 근무제 확산으로 여가 활동이 활발해진 이유도 있고, 참살이에 대한 욕구가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확산되는 걷기 열풍으로 둘레길, 올레길, 자락길, 마실길, 바우길 등 여러 길들이 만들어지면서 산을 찾는 기회는 더 많아지고 쉬워졌다. 이러한 기회가 많아지면서 등산인구의 연령층도 예전보다 낮아져서 전체적인 등산인구 연령층도 다양해졌다. 또한 모집산악회, 등산동호회와 같은 단체산행이 활발해지면서 전문 산악인 이외에도 일반인의 숫자도 증가했다.

단체 산행객이 산에 남기는 흔적

산악회, 동호회와 같은 단체 산행객들은 주로 정상 정복형의 종주형 등산을 한다. 시간을 정해서 정상을 찍고 내려오기 바쁘다. 그 바쁜 와중에서도 잊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주요 지점마다 등산 리본을 다는 일이다. 1970년대부터 등장한 등산 리본은 자연보호와 같은 캠페인 홍보 목적의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방향을 안내해주는 역할도 한다. 주로 등산 안내시설이 있기 어려운 지점에 달려있다. 앞서 길을 거닌 사람이 다음 사람의 안전을 위해 베푼 배려이자 덕목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마치 성황당 주변의 당산나무같이 나무마다 등산 리본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심지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이른바 명당자리처럼 쉬기 좋거나 길이 갈라지는 곳, 혹은 특별할 것도 없지만 사람들이 이미 등산 리본을 많이 매단 나무에는 어김없이 수많은 등산 리본이 달려있다. 적게는 몇 개, 많게는 수십 개 달려있기도 하다. 다양한 모임의 이름이 적힌 등산 리본이 형형색색 가득하다. 마치 모임 홍보를 위한 박람회장 같다.

길을 잃은 등산 리본

이 정도면 과연 등산 리본이 이정표 역할을 하는 도구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모임 홍보에서만 그치는 정도가 아니라 나무마다 등산리본을 꽉 매어 나무의 생장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등산 리본이나 산악 홍보물을 매단 줄 때문에 가지와 줄기가 깊게 파인 흔적을 볼 수 있다. 심지어 나무에 못이나 침을 박아 고정한 경우도 있다.

한결 견고해진 등산 리본은 쉽게 풀리지도 않아 제거하기도 쉽지 않다. 백두대간과 같은 주요 숲생태계는 훼손 피해가 더 크다. 나무에 매단 등산 리본들이 무슨 큰 영향이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숲생태계는 어느 것 하나 홀로 완성되는 것이 없다. 하나의 피해가 주변 생태계까지 미치는 영향은 크다. 그리고 주렁주렁 매달린 등산 리본은 숲의 경관마저 해친다.

산을 찾는 우리의 예의 '흔적 남기지 않기'

과거보다 등산 쓰레기의 양은 현저하게 줄었다. 쓰레기를 되가져가거나,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려는 시민들의 노력 덕분이다. 반면 등산 리본이나 산악홍보물의 양은 많아졌다. 쓰레기를 도로 산에 가져다놓는 꼴이 되어 버렸다.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한 '흔적남기지 않기 운동(Leave No Trace)'이 있다. 이 운동은 2000년대 우리나라에도 소개되면서 최근 알려지기 시작했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윤리 의식 고취를 위한 운동이다. 등산 리본을 달기 위해 쏟는 에너지를 차라리 산악 홍보물을 제거하거나 쓰레기를 줍는 것으로 대신하면 어떨까.

모든 등산 리본이 무용지물이라는 것은 아니다. 홀로 산행을 하거나, 험준한 곳을 다닐 때에는 등산 리본이 있는 곳을 보면 반갑고, 고맙다. 하지만 모임 홍보를 위해, 본인이 지나온 자리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등산 리본을 매다는 것은 산을 찾는 예의가 아니다. 그야말로 인간 중심의 이기적인 사고다.

산에서 받는 혜택, 다시 그 산에 돌려주어야 한다. 아니 적어도 해치지는 말아야 한다. 지자체 및 지역단체가 만들어놓은 등산 리본 이외에는 단순히 이름을 남기기 위한 등산 리본은 그만 매달도록 하자. 등산리본의 제 역할을 되찾아주어야 할 때다.


태그:#등산리본, #등산, #산악회,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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