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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경남 진주에서 전남 목포까지 내달렸습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서울보다 더 멀었는데 광양에서 목포까지 고속도로가 개통된 후에는 금방이었습니다. 지난 2010년 10월 목포를 다녀온 지 약 2년만에 가는 목포는 설레임 그 자체였습니다. 더구나 배를 타고 신안군에 속한 섬이 마지막 목적였기 때문에 마음은 '쿵쾅'거렸습니다.

고추잠자리가 사는 곳

진주도 공기가 나쁜 동네는 아닌데 신안은 정말 깨끗했습니다. 해질녘 한 동네를 갔는데 고추잠자리가 하늘 가득했습니다. 정말 깨끗한 섬이었습니다. 고추잠자리가 엄청 많았습니다. 잠자리가 많다는 것은 벌레가 많다는 것이고 벌레가 많다는 것은 오염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정말 깨끗한 섬이었습니다. 고추잠자리가 엄청 많았습니다. 잠자리가 많다는 것은 벌레가 많다는 것이 벌레가 많다는 것은 오염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정말 깨끗한 섬이었습니다. 고추잠자리가 엄청 많았습니다. 잠자리가 많다는 것은 벌레가 많다는 것이 벌레가 많다는 것은 오염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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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동네도 고추잠자리를 잘 볼 수 없었는데 신안에서 고추잠자리를 볼 수 있다니, 아직 우리나라가 완전히 오염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고추잠자리와 사람이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세상이 사람사는 세상입니다. 고추잠자리만이 아니라 게들이 구멍으로 집을 짓고, 살아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녀석들과 가상 대화를 해봤습니다.

게가 말하기를 "더 이상 자연 훼손하지 말아주세요"

게가 사는 구멍입니다. 가짜 구멍들을 많이 만들어 놓았습니다. 주위에 동글동글한 흙은 게들이 구멍을 내기 위해 파낸 갯벌입니다
 게가 사는 구멍입니다. 가짜 구멍들을 많이 만들어 놓았습니다. 주위에 동글동글한 흙은 게들이 구멍을 내기 위해 파낸 갯벌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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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색으로 자신을 위장한 게. 모래와 갯벌 색깔로 적들 공격을 피하고 있습니다. 몇 분 동안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보호색으로 자신을 위장한 게. 모래와 갯벌 색깔로 적들 공격을 피하고 있습니다. 몇 분 동안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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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세요?"
"김동수입니다."
"김동수님? 처음 뵙는 분인데요. 우리 동네 사는 분은 아니지요."

"응, 경남 진주에서 왔어요."
"진주? 어디에 있어요? 그곳도 바다가 있나요?"

"바다는 없어요. 하지만 우리 고향이 바다예요.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맨 처음 사용한 곳이지요."
"이순신 장군은 또 누구세요."
"이순신 장군도 몰라요. 임진왜란도 왜군을 물리친 분이예요. 우리 고향도 깨끗하지만 이 동네는 더 깨끗한 것 같아요."
"그럼요. 정말 깨끗한 동네예요. 고추잠자리 보셨죠. 사람들이 더 이상 이런 곳을 훼손하지 말았어면 좋겠어요."
"그래 더 이상 훼손하면 안 되죠. 건강해요."

반달처럼 생긴 조개껍데기입니다.
 반달처럼 생긴 조개껍데기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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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는 초승달처럼 생긴 흰조개껍데기도 있었습니다. 우리 고향도 조개껍데기가 지천에 널려 있었는데 방파제를 만드는 바람에 더 이상 조개껍데기는 없습니다. 이곳은 사람 손길이 덜 타기를 바랄 뿐입니다. 넓디 넓은 해수욕장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손에 닿을 듯 말 듯 한 밀짚모자처럼 생긴 섬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모래사장이 굉장히 넓었습니다. 전형적인 서해안 모습입니다. 저 멀리 밀짚 모자같이 생긴 섬이 참 아름답고 정겹습니다.
 모래사장이 굉장히 넓었습니다. 전형적인 서해안 모습입니다. 저 멀리 밀짚 모자같이 생긴 섬이 참 아름답고 정겹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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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와 폭이 거의 비슷할 정도입니다. 바다 끝까지 모래사장처럼 보였습니다.
 길이와 폭이 거의 비슷할 정도입니다. 바다 끝까지 모래사장처럼 보였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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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은 '거짓말' 조금 보태면 길이와 폭이 거의 비슷할 정도입니다. 바다 끝까지 모래사장처럼 보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다는 해운대 해수욕장보다 훨씬 더 폭이 넓어 보였습니다. 서해안이라 밀물과 썰물 차이가 크기 때문이 물이 나면 날 수록 해수욕장 폭은 더 넓어졌습니다. 사람 손 때가 덜 묻었기 때문에 가족끼리 아주 조용하게 쉴 수 있는 바다였습니다. 바다를 벗삼아, 모래를 벗삼아 욕심내지 않고, 쉴 수 있는 쉼터였습니다. 해수욕장과 들판 사이는 방풍림이 있었는데 비바람도, 큰 파도도 막아 줄 것입니다.

방풍림은 '생명지킴이'

방풍림입니다. 나무가 비바람도, 큰 파도도 막아 줄 것입니다.
 방풍림입니다. 나무가 비바람도, 큰 파도도 막아 줄 것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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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풍림은 다 살립니다. 모래사장도 살려주고, 나락도 살려줍니다. 콩도 살립니다. 고추도 살립니다. 당연히 사람도 살립니다. 하지만 사람이 만든 빌딩숲은 살리는 것보다 훼손하는 게 많습니다. 신안 해수욕장에 만난 방풍림은 자연은 생명이지만 사람이 만든 인공숲은 생명이 아님을 조용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방풍림은 '생명 지킴이'입니다. 잘 보호하고 지켜야 합니다.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했을 때 방사능을 막아준다며 신안 소금이 날개 돋친듯 팔려나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신안은 우리나라 최대 소금 생산지입니다. 곳곳에서 염전을 보았지만 더 이상 소금을 생산하지 않는 염전도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염전이었지만 지금은 바다풀이 자라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소금을 생산하고 자리를 내어주었을까요? 소금 역시 생명입니다. 진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사람의 탐욕으로 더 이상 훼손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신안은 생명 지킴이였습니다.

옛날에는 염전이었습니다. 바다풀이 자라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소금을 생산하고 자리를 내어주었을까요?
 옛날에는 염전이었습니다. 바다풀이 자라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소금을 생산하고 자리를 내어주었을까요?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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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해수욕장, #염전, #고추잠자리, #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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