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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원을 약속한 지역신문발전기금이 고갈 위기에 처해있는데도 내년도 예산에 신청조차 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지역신문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역신문발전기금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기획재정부에 예산 신청을 하면서 지역신문발전기금와 관련된 정부 출연예산을 아예 요구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

<부산일보> 기자출신으로 제19대 국회에 입성한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이 정부의 지역 죽이기, 지역언론 죽이기에 대한 기자회견'을 자청해 "2011년부터 3년간 440억 원의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계획을 발표해놓고도 2012년, 2013년 예산이 0원"이라며 "문화부는 2012년 예산 편성 때도 200억 원의 국고 출연을 요구했으나 기재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핑계를 내세워 기금 확보에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급기야 내년도에는 아예 국고 출연을 요구조차 하지 않은 행태를 보인 것"이라고 밝혔다.

배 의원이 확보해 공개한 '문화체육관광부 지역신문발전기금 운용계획안'에 따르면 2012년과 2013년에 정부 내부 수입이 단 한 푼도 없는 가운데 현재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여유자금은 141억원으로 추가적인 국고지원이 없을 경우 사실상 기금이 바닥이 나 지역신문 지원을 할 수 없게 된다. 문화부는 지난해 2월 지역신문발전위,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함께 '지역신문발전 3개년 지원계획'(2011~2013)에서 3년에 걸쳐 총 440억 원의 여유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배재정 의원 "지역신문기금 0원... 정부의 지역언론 죽이기"

지역신문발전기금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배재정 의원.
 지역신문발전기금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배재정 의원.
ⓒ 배재정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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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배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신문발전기금에 대한 정부 지원은 2012년 예산 편성 당시에도 '0원'이었으며 현재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재정 현황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 결국 2012년 7월 현재 기금의 여유자금이 141억 원에 불과해, 내년 예산에 정부 출연기금이 반영되지 않으면 고갈될 가능성이 크다.

배 의원은 "국고 출연에 기재부가 부정적 입장을 보인다는 핑계로 문화부가 내년 국고 출연 요구조차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국민과 지역 언론을 기만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관심을 가지면 해야 할 일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곳이 국회이기도 하지만 잘못된 것을 고치고 제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정신 바싹 차려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장 지역신문들의 우려와 한숨이 깊다. 그동안 지역신문들은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기획취재, 연수 교육, 뉴스제작시스템, 각종 인프라 지원, 구독료 및 모니터 등의 지원을 받아왔지만 기금이 고갈될 경우 이마저 받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역신문발전기금은 지난 2004년 여야 합의로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기금을 조성해 2005년부터 현재까지 6년 동안 평균 150억 원이 지원돼 왔다. 특히 초기인 2005년과 2006년에는 연간 250억 원이 지원돼 경영난을 겪고 있는 지역신문업계에 큰 활력소가 됐다. 

무엇보다 지역신문의 건전한 육성과 지역여론 다양성을 위해 조성된 지역신문발전기금이다. 그런데 이 기금마저 고갈 상태에 놓여있는데도 정부 출연 예산이 2년째 편성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MB정부의 지역과 지역언론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빈약한지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기금지원을 기대했던 지역신문들은 크게 실망한 분위기다. 

특히 MB정부 출범이후 거대 보수 신문들이 방송(종편)의 날개를 달아 공룡화된 것과는 달리 지역신문 정부 출연기금은 급격히 감소해 2008년 150억 원, 2009년 50억 원으로 축소 편성된 데 이어 급기야 2010년에는 아예 편성되지 않은 것이어서 비판여론이 드세다.  

언론노조 "수구언론 위해 마구 퍼부으면서 지역신문 방관"

2012년과 2013년 지역신문발전기금 정부 내부 수입 규모가 0원으로 잡혀 있다.
 2012년과 2013년 지역신문발전기금 정부 내부 수입 규모가 0원으로 잡혀 있다.
ⓒ 전국언론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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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이강택)은 23일 '지역신문 고사위기 외면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안일한 정부대책을 호되게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성명에서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밀알삼아 지역신문들은 더욱 취약해져가는 지역경제 여건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지역사회에서 언론으로서의 공적기능을 수행해 나갈 수 있었다"며 "그러나 문화부가 지역신문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지난해 초 요란을 피우며 내놓은 기금확충계획이 사실상 '대국민 사기극'임이 드러났다"고 운을 뗐다.

"지역신문발전기금의 현재 잔고가 불과 141억 원"이라고 밝힌 성명은 "수치상으로는 내년 1년 동안 정상적인 기금 운용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라며 "사태가 이러한데도 기금 확보와 감독을 맡고 있는 문화부는 단지 기재부가 국고 출연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인다는 구실을 내세워 기금 확보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화부에서 2011년 2월에 작성한 '자역신문 발전 3개년 지원 계획. 국고 출연금으로 총 440억원을 잡아 놓고 있다.
 문화부에서 2011년 2월에 작성한 '자역신문 발전 3개년 지원 계획. 국고 출연금으로 총 440억원을 잡아 놓고 있다.
ⓒ 전국언론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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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조는 또한 "문화부가 지역신문의 균형적 발전을 견인해야 할 공적 책무를 스스로 포기한 직무유기이자, 나아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언론의 본분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건강한 지역신문을 고사시키려는 흉악한 기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국언론노조는 성명에서 "기금 고갈을 이유로 지역신문에 대한 지원을 대폭 축소함으로써 조중동 족벌언론과 같은 유력 전국지만을 존속시키고, 언론의 지역성과 여론의 다양성을 담보해온 지역신문은 말살하며, 정부의 정책을 신뢰한 국민과 지역언론을 기만하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일갈했다.

전국언론노조는 더 나아가 "MB정권 출범이후 조중동 등 수구언론에 대한 정부광고 편중집행으로 논란이 되어온 한국언론진흥재단 역시 기금의 관리와 집행 책임을 맡고 있음에도, 문화부의 눈치를 보며 기금 확보를 위한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 세금을 특정 수구언론을 위해서는 마구 퍼부으면서도 법률에 규정된 지역신문발전기금의 고갈사태는 수수방관하고 지역신문 해체위기조차 아랑곳 하지 않은 재단이라면, 이는 재단의 존재이유를 재고하게 하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태그:#지역신문발전기금, #배재정, #지역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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