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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파업은 끝났다. 하지만 그 후폭풍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노조가 파업을 마치고 복귀하자마자 MBC 사측은 MBC의 대표적 시사프로그램 <피디 수첩> 작가 6명을 전원 해고해버렸다. 작가들은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칼을 휘두른 것'이라며 항변했고, 방송4사 구성작가협회는 지난 30일 MBC 사옥 앞에서 규탄대회를 여는 등 집단 행동을 이어갔다. 협회는 작가 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피디 수첩> 집필거부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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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전원해고는 <피디 수첩> 껍데기만 남기겠다는 것"

170일간 진행된 MBC노조 파업이 끝난 뒤 사측이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PD수첩 작가 6명을 전원 해고시킨 가운데, 지난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열린 PD수첩 작가 해고사태 규탄 및 대체 작가 거부 결의대회에서 해고된 이소영 작가가 서러움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다.
 170일간 진행된 MBC노조 파업이 끝난 뒤 사측이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PD수첩 작가 6명을 전원 해고시킨 가운데, 지난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열린 PD수첩 작가 해고사태 규탄 및 대체 작가 거부 결의대회에서 해고된 이소영 작가가 서러움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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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은 31일, 해고된 정재홍 작가, 장형운 작가와 함께 <피디 수첩> 작가 전원해고 사태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정 작가는 "현 사태에 두 가지 문제가 있다"며 "방송작가들이 이렇게 이유도 없이 일터에서 쫓겨나서는 안 된다는 것과 권력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언론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해고 작가들의 말에 따르면 사측은 해고를 결정하고 작가들에게 정식 통보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작가들이 타 방송사 작가 사이에 돌던 소문을 통해 해고 사실을 인지하고, 사측에 항의하자 김현종 MBC 시사제작국장은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들고 입을 닫았다. 정 작가는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피디 수첩> 작가 전원을 해고한 것에 대해 "(<피디 수첩>은) 그동안 다른 프로그램과는 좀 달랐다"며 "(우리가) 성역없이 비판하고 가감 없이 비판하겠다는 것이 줄곧 권력을 불편하게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정 작가의 말에 따르면 시사 프로그램에서 PD와 작가의 업무는 공조와 명확한 구분을 넘나드는 '2인 3각 체제'라고 한다. 인사 문제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중시되는데, 일선 작가를 같은 일선 PD의 의견에 따라 교체하는 경우는 있지만 국장 등의 윗선이 지시해서 해고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정 작가는 <피디 수첩>이 "지난 22년간 작가들과 PD들의 노하우가 축적된 방송"이라며 "작가 전원 교체는 이러한 인프라를 통째로 날려버려서 껍데기만 남기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디 수첩>의 상징성을 고려해서 프로그램을 아예 없애지는 못하겠지만, 그 대신 알맹이를 날려서 그 내용을 권력의 입맛대로 바꿔버리려고 하는 것이 이번 사태의 숨은 의도라는 것이다.

성역 없는 비판의 결과가 '전원 해고'라니...

170일간 진행된 MBC노조 파업이 끝난 뒤 사측이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PD수첩> 작가 6명을 전원 해고 했다. 사진은 12년간 MBC <PD수첩>에서 활동한 정재홍 작가.
 170일간 진행된 MBC노조 파업이 끝난 뒤 사측이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PD수첩> 작가 6명을 전원 해고 했다. 사진은 12년간 MBC <PD수첩>에서 활동한 정재홍 작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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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가 해고 문제 이전에도 MBC <피디 수첩>은 많은 풍파를 거쳐왔다. 특히 현 정권 들어서 미국산 소고기 문제, 대운하 문제 등을 다루며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을 수행하는 와중에 다양한 탄압과 간섭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작가는 "김재철 체제 이전에 <피디 수첩>은 MBC의 자랑이었다"며 "언론으로서의 비판과 감시 기능을 수행했을 뿐인데 그걸 철저히 통제했다"고 말했다. 현 정권 들어 <피디 수첩>을 검찰이 수사하고, 많은 PD들이 해고를 당했으며, 마지막으로 그 일을 해온 작가들을 한꺼번에 내쳤다. 한마디로 '이 모든 사태가 정권의 압력에 의한 결과'라는 것이 해고 작가들의 주장이다.

한편, 장 작가는 "현재 6명의 해고 작가들은 MBC 사옥에 출입이 통제된 상태"라며 "시사제작국장이 출입을 통제 지시했다며 청경들이 막아 세웠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아직 엄연히 계약 중인 상황에서 누구든지 갈 수 있는 방송국을 못 들어오게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윗선이) 마치 공영방송인 MBC를 사적 소유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MBC는 8월 8일, 방문진 이사진 임기 만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임기가 만료돼 새로운 이사진이 꾸려지면 이어 새로운 사장이 들어설 것이라는 게 여론의 전망이다. 그러나 정 작가는 "사장 한 분이 바뀐다고 쉽게 해결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김재철2'가 임명될 수도 있고, 현장에서 그런 방송 마인드를 가지신 분이 있는 한 돌아갈 길은 험난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정 작가는 긴 싸움을 예고하며 일반적인 형태의 시위를 하지는 않을 것임을 밝혔다. 기고, 인터넷 연재 등 방법과 규모 그리고 강도에 있어서 일찍이 없었던 싸움을 하겠다는 뜻. 정 작가는 "그동안 <피디 수첩>이 어떻게 탄압받았는지 국민들이 들으시면 놀라실 것이다"라며 "이명박 정권의 언론관이나 김재철 사장의 시스템이 얼마나 비민주적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이털남, #PD수첩, #김재철, #정재홍, #장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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