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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시 해룡면에 위치한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정문입니다. 꽃상여가 놓여있습니다. 불덩이 내뿜는 날씨에 고인 장례가 7일째 미뤄지고 있습니다.
▲ 꽃상여 전남 순천시 해룡면에 위치한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정문입니다. 꽃상여가 놓여있습니다. 불덩이 내뿜는 날씨에 고인 장례가 7일째 미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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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3일과 31일, 전남 순천시 해룡면에 있는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에서 일주일 동안 두 명의 근로자가 사망했습니다. 23일 발생한 사고로 병원에 옮겨진 김아무개(여수·45)씨는 지난 7월 27일 오전 10시께 사망했고 7월 31일 발생한 사고로 병원에 옮겨진 이아무개(울산 S중공업 소속·33)씨는 같은 날 숨졌습니다.

7월 27일 사망한 김씨는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대보수 공사 작업을 준비하던 중 변을 당했습니다. 높이 22미터 상공에서 떨어진 배관자재(250mm 엘보관)가 김씨의 머리를 강타해 중상을 입었고, 순천 성가롤로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으나 사망했습니다.

당시 배관자재는 높이 22미터에 2중으로 쌓여 있었고, 비닐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배관자재를 지탱해 주는 안전장치는 10cm 높이의 철재 가림막뿐이었습니다. 또 그 아래에는 안전망도 없었습니다. 결국, 높은 곳에서 떨어진 배관자재가 사람을 죽이는 흉기로 변한 것이었습니다.

승강 장치 수직 연결해야 하는데, 현장은...

지난달 23일 높이 22미터에서 김씨 머리를 강타한 배관 자재입니다. 안전을 소홀히 하면 어떤 물건도 흉기가 됩니다.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은 사망사고가 회사와 무관하다네요.
▲ 배관 자재 지난달 23일 높이 22미터에서 김씨 머리를 강타한 배관 자재입니다. 안전을 소홀히 하면 어떤 물건도 흉기가 됩니다.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은 사망사고가 회사와 무관하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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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1일 이씨는 모터교체작업을 하던 중 기중기 승강장치 철재 줄이 끊어지면서 쇠갈고리(후크)에 맞아 사망했습니다. 교체 작업을 하려던 모터는 볼트가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기중기로 바닥과 볼트로 연결된 모터를 들어 올리다 보니 강철로 만든 줄이 무리하게 힘을 받았습니다.

결국, 줄이 끊기면서 튕겨진 쇠갈고리가 이씨를 강타해 숨진 것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기중기로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릴 때는 이동시킬 물체와 승강 장치를 수직으로 연결해야 하는데, 당시 작업자들은 모터와 강철 줄을 사선으로 연결했습니다.

기중기나 위험작업을 할 때는 작업 여건이 안전한지 확인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습니다. 두 사건 모두 기본적인 안전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일입니다. 일주일새 같은 사업장에서 안전대책 부실로 두 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입니다.

"사고예방 프로그램을 없으면 유사한 죽음 계속될 것"

23일 중상으로 27일 사망한 김씨의 분향소입니다. 분향소 설치하고 집회와 농성을 진행하던 중 또 다시 사망사고가 같은 공장에서 일어났습니다. 참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3일 중상으로 27일 사망한 김씨의 분향소입니다. 분향소 설치하고 집회와 농성을 진행하던 중 또 다시 사망사고가 같은 공장에서 일어났습니다. 참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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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는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은 지난 23일 중대 재해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지금까지 어떠한 안전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장 재가동을 위해 보수공사에만 열을 올리다 또다시 노동자가 아까운 생명을 잃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 이들은 "일주일 사이에 발생한 두 건의 사고는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의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그들은 "회사가 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않으면 유사한 죽음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은 두 번의 사망사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일용직 근로자를 투입해 대수리 작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사고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작업을 강행하자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지회가 들고 일어났습니다.

현대하이스코 "우리와는 무관"... 지난해도 사망사고 있었다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여수지부가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사고 회사의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며 집회와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투쟁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여수지부가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사고 회사의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며 집회와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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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회는 "사측이 사고 이후 안전점검 등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작업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은 지난해 4월에도 건물 외벽 도장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두 번의 사망사고에 대해 회사 측 관계자는 "외주업체 작업에 일일이 개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1년에 두 번 대수리 작업을 하는데 이 사고는 현대하이스코와 무관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사고와 관련해 회사 측 입장을 묻자 "공식 입장은 없다"며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습니다.

현재 김씨 사망 후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는 사측의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며 지난 7월 27일부터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정문 옆에 사망한 김씨의 분향소를 설치하고 집회와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무더운 날씨에 7일째 고인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원시적인 사고 발생... 하지만 사측은 생산만 신경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이 대 수리를 합니다. 사람이 죽어도 작업은 멈추지 않습니다. 대기업의 모습입니다.
▲ 대 수리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이 대 수리를 합니다. 사람이 죽어도 작업은 멈추지 않습니다. 대기업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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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관계기관과 사법당국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법에 따라 관련자를 처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공장에서 연이어 사망사고가 터졌습니다. 원시적인 사고입니다. 그럼에도 회사는 공장 빨리 돌리는데 온 신경을 쏟고 있습니다.

그 모습 바라보는 지역민들이 대기업을 바라보는 눈이 곱지 않습니다. 이번 사망사고가 어떤 형태로 마무리될지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습니다. 삼가 두 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지난달 31일 두 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한 현대하이스코입니다. 불을 내뿜는 듯한 무더운 날입니다. 푸른 하늘을 쳐다보니 눈이 시립니다.
▲ 현대하이스코 지난달 31일 두 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한 현대하이스코입니다. 불을 내뿜는 듯한 무더운 날입니다. 푸른 하늘을 쳐다보니 눈이 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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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현대, #현대하이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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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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