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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갱신된 신 타리프. 8월 1일부터 적용되는 곳은 거의 없다
 1년만에 갱신된 신 타리프. 8월 1일부터 적용되는 곳은 거의 없다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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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일 새 타리프(컨테이너 육상 운임표)가 배포되었다.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 화물연대의 협의 상대였던 CTCA(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가 약속대로 운송료 9.9% 인상을 실현한 것이다.

그러나 인상된 요율이 적용되는 시기는 각 사업장마다 다를 듯 하다. 비록 타리프는 갱신되었지만 그것은 CTCA의 일방적인 결정이었으므로, 실제로 비용을 지불하는 화주들을 설득시키려면 운송사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는 그 설득이 쉽지 않을 전망인데, 이미 타리프가 1년 전에 올랐을뿐더러 그때와 비교하여 평균 유류비도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지금까지의 관례대로라면 유류비가 급격히 올라 화물운송기사들의 수입이 직접적으로 줄어들 때 화물연대파업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와 궤적이 다른 만큼 화주들을 설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실제로 많은 화주들이 9월 1일부터 적용을 이야기하고 있고 어떤 화주들은 운송료 인상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화물연대 파업, 진짜 속뜻은?

지난 6월 2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운송을 거부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자료사진).
 지난 6월 2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운송을 거부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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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화물연대는 왜 올해 6월에 파업을 일으킨 것일까? 이와 관련하여  물류 현장의 많은 관계자들은 일부 대기업들을 주목한다. 비록 화물연대는 운송료 30%인상(기름값, 도로비 인하)과 표준운임제 법제화(노동기본권 보장, 산재보험 전면 적용), 재산권 보장(노예, 불평등계약 철폐),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전면 재개정(도로법, 도로교통법 개정) 등을 공식적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이전과 다를 바 없는 터.

파업의 실질적인 원인은 타리프 변경에도 운송료를 인상하지 않는, 그러면서도 엄청난 물량을 바탕으로 운송시장의 다단계를 구조적으로 지지하는 일부 대기업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CTCA 주체들. 화물연대의 협상 파트너
 CTCA 주체들. 화물연대의 협상 파트너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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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결국 화물연대와 정부가 2008년 합의해 놓고서도 그 실행방안과 관련하여 계속해서 부딪히고 있는 표준운임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표준운임제가 강제되지 않는 이상 삼성이나 글로비스 등 대형 화주들은 물량을 가지고 운송단가를 할인하게 마련인데, 그렇게 되면 아무리 CTCA가 기사들의 운송료를 올리겠다고 한들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대단위 물량을 가지고 운송료를 적게 지불하고, 한 달에 컨테이너 한두 개 수입하는 중소기업들은 울며겨자먹기로 더 비싼 운송료를 지불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물류현장의 갈등은 최근 대선주자들 간에 이슈가 되고 있는 경제 민주화와도 그 맥락을 같이 한다. 표준운임제의 강제가 없는 이상 수출 대기업과 수입 중소기업 간의 물류비는 격차가 날 수밖에 없다.

이는 대기업의 이윤을 확보해주는 대신 수입 원가 부담으로 이어져 소비자의 시장 바구니 물가를 더욱 오르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과 함께 국회에서 입법투쟁을 통해 표준운임제 등 제도개선을 관철한다고 선언했는데 이는 이후 물류대란의 재현에 있어서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비조합원들의 바람, 유류비 인하

지난 6월 2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운송을 거부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6월 2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운송을 거부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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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파업을 바라봄에 있어 또 하나 상기해야 할 요소는 비조합원들의 참여여부이다. 사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전체 화물운송기사의 10% 안팎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다른 비조합원들이 얼마나 참여하느냐에 따라 화물연대파업의 성패는 좌우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비조합원들은 화물연대파업에 왜 참가하는 것일까? 단순히 조합원들의 해코지가 무서워서? 아님 이 기회에 같이 운송비를 올리기 위해서?

물론 타리프가 오르면 전체 운송기사들의 운임이 오르는 만큼 이득을 얻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한계를 지닌다. 대기업의 물량을 운송하기 위해서는 운송기사들 역시 스스로 자신의 운임을 깎을 수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안 된 일이지만 그들의 대부분은 월급을 받는 기사가 아니라 사업자등록증을 가지고 있는 어엿한 자영업자, 즉 특수고용노동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업에 참여하는 많은 비조합원들의 관심은 다른 곳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화주에 따라 달라지는 운송비 외에 자신들의 순수익을 좌우하는 그 무엇. 바로 유류비다.

생각해보자. 화물연대가 차를 세웠던 때는 결국 유류비가 대폭적으로 인상되어 그들의 수지타산이 맞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가상승률과 상관없이 폭등하는 유류비가 그들의 실질수익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물연대와 함께 협상의 자리에 앉아야 할 대화의 파트너는 바로 정부이다. 유류비의 절반이 유류세인 이상, 화물연대파업 참여자의 대다수는 정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유류비 인하, 정부는 이제 답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그와 같은 질문에 답할 의지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는 결국 유류세가 국가 재원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인데, 특히 현정부의 경우 부자감세와 4대강 사업 추진 등으로 재정 상황이 더 어려워진 만큼 유류비 인하는 절대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유류비가 급등하여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빡빡해져도 그들이 폈던 정책은 고작 정유사들을 협박하여 일시적으로 유류비를 낮추는 수준인 것이다.

유류비는 먹고 살기 어려운 서민들에게 가장 민감한 경제지표 중의 하나이다. 많은 이들이 차를 몰고 다닐뿐더러, 모든 주유소 앞에 가격이 걸렸있는만큼 가장 쉽게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류비의 절반이 세금이라는데 과연 어떤 국민이 인정사정없는 유류비의 인상을 곱게 봐줄 수 있겠는가.

화물운송기사면 이 문제는 더 절실히 다가온다. 월 운임료로 600만 원을 받으면 적어도 250만 원에서 300만 원까지 유류비를 낼 수밖에 없는 그들에게 있어서 유류비 인하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따라서 이는 추후 화물연대파업에 있어서도 아킬레스가 될 것이다. 유류세에 대한 구조적인 조정이 없는 이상 그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는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화두이다. 이는 결국 소수에게 집중되었던 경제혜택을 다수에게로 돌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와 같은 맥락에서 유류세의 구조적 조정은 대선후보의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유류세 인하는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만큼 정부의 재정감소를 의미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같은 기존의 상위 경제주체들로부터 그만큼의 세금을 걷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디 이번 대선을 기점으로 화물연대의 파업이 사라지길 바란다.


태그:#화물연대, #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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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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