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가슴에 들어온 곳이 있습니다. 지명을 들으면 거칠 것 같은 야생의 느낌이 많습니다. 하지만 가서 보면 아주 멋스러운 마을입니다. 그곳은 전북 고창입니다. 부부가 아무 때나 훌쩍 떠나도 좋은 그런 곳입니다.
판소리박물관, 미술관, 신재효 고택, 고창읍성에 선운사, 문수사 등까지 갖춰 심신의 피로를 풀기에 제격입니다. 제 부부의 가을 단풍 여행의 단골지입니다. 하여, 지난 2일 고창읍성을 찾았습니다.
"여보,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릿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고, 세 바퀴 돌면 극락에 간대. 우리도 세 바퀴 돌까?"고창읍성에서 아내가 제안했습니다. 사람 욕심이 끝없다지만, 한참 과했습니다. 다릿병 낫고, 건강한 삶에 만족하지 않고, 옥황상제 역할인 극락까지 넘보다니…. 하지만 고창 읍성은 내친 김에 세 바퀴 돌아 극락까지 보장 받을까 싶을 만큼 좋은 곳입니다.
'고창읍성' 성벽 밟기 풍습으로 유명
고창읍성은 모양성(牟陽城)이라고도 한다. 이는 백제 때 고창지역을 모량부리로 불렀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단종 원년(1453)에 세워진 것이라고도 하고 숙종 때 완성되었다고도 하나 확실하지 않다. 성 둘레는 1684m이며, 동·서·북문과 옹성이 3개소, 장대지 6개소와 해자들로 된 전략적 요충시설이 갖춰져 있다. 성 안에는 동헌·객사를 비롯하여 22동의 관아 건물들로 되어 있었으나 대부분 손실되었다. - 고창읍성 안내 표지판에서 고창읍성은 여성들의 성벽 밟기 풍습으로 유명합니다. 이는 그해의 재앙과 질병을 쫓고 복을 비는 의식입니다.
'읍성'의 느낌은 아주 작은 읍의 성곽쯤으로 여겨 기대치가 낮다고나 할까. 그러나 고창읍성은 다릅니다. 새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성곽도 운치 있고 나무가 많아 포근합니다. 또 이곳을 걷다 보면 선비가 된 느낌입니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찾는 이들을 단아한 선비로 만들어 주는 듯합니다. 게다가 땅을 밟을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