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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준 춘천시장(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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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준 춘천시장이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생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춘천시는 강원도 내 18개 시·군 중 유일하게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하지 않고 있는 지역이다.

이광준 시장은 무상급식을 거부하면서, 노인복지 등에 써야 할 예산도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무상급식에 춘천시가 부담해야 할 예산은 매년 8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춘천시는 이번에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서 매년 20억 원의 예산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 시장은 또 당시 예산이 없다는 이유와 함께 "무상급식은 교육감 공약이니 교육감이 책임지고 하라"며 무상급식이 정치적이라는 견해를 나타낸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시장이 추진한다는 반값등록금 정책이야 말로 '정치적'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이 시장이 추진하려고 하는 반값등록금 정책은 현재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반값등록금 공약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이 시장이 반값등록금을 실현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먼저 반값등록금 적용 대상 대학생을 춘천 지역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춘천 소재 대학(전문대 포함)에 다니는 대학생에 국한하고 있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값등록금'이라는 용어에도 문제가 있다. 이 시장이 추진하는 반값등록금 정책은 대학생들의 근로장학사업을 확대 실시하고 시급을 두 배가량 올려 '목돈'을 마련할 수 있게 해준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동안 대학생들이 요구해온 '반값등록금'과는 그 내용이 전혀 다르다.

이광준 춘천시장 "근로장학사업으로, 등록금의 절반 이상 목돈 마련 가능"

이 춘천시장은 4일 대학생 반값등록금 실현에 나선다고 밝히면서 "방학 중에만 운영하는 대학생 부업을 연중으로 확대하고 1일 단가도 높여 국립대는 등록금의 85%, 사립대는 50% 정도를 마련할 수 있는 근로장학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근로장학사업'은 대학생들에게 행정보조, 관광안내, 복지시설 돌보미, 주말 청소년프로그램 보조교사 등의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장학금조로 시급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 시장은 대학생들이 근로장학사업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등록금의 '절반' 이상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장은 "대학생들이 평일이나 주말, 시간당 1만 원가량의 보수에, 월 40시간씩 10개월 근무를 하면 400만 원의 목돈 마련이 가능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이대로만 하면, 대학생들은 실제 등록금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모을 수 있다. 현재 지역 내 국립대 연간 등록금은 470만 원, 사립대는 700만 원이다. 국립대의 경우 등록금 전액에 가까운 금액을 지급하는 혜택을 부여하게 된다.

하지만 이 '혜택'은 춘천 소재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들이 모두 다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학생들은 "춘천 지역 고등학교를 나오고 춘천 소재 대학(전문대 포함)에 다니는 학생"으로 제한된다. 그 학생들 중에서도 "우선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우선으로 500명가량을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 대학생들이 요구해온 반값등록금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는 셈이다.

이런 문제점이 있는데도, 춘천시는 일단 기존 '부업대학생 운영조례'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춘천시에 따르면, 현재 조례에는 운영 기간이 여름, 겨울방학 중 1개월씩으로 한정돼 있고 지급 단가도 시간 당 5000원 이하로 되어 있다. 춘천시는 올해 조례를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이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사업계획 수립을 위해 지역 내 대학생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추후 대상 학생 확대 여부는 학생 호응도와 시 예산 사정을 고려해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강원도당 "춘천 시민 기만하지 말고, 무상급식부터 추진하라"

반값등록금실현국민본부 회원들이 지난 8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 앞에서 "박 후보의 공약은 국가장학금의 소폭증가에 불과한 것으로 이명박 정부의 말장난을 반복하는 것"이라며 고지서에서 등록금이 절반이되는 '반값등록금'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 "반값등록금이 아니므니다~" 반값등록금실현국민본부 회원들이 지난 8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 앞에서 "박 후보의 공약은 국가장학금의 소폭증가에 불과한 것으로 이명박 정부의 말장난을 반복하는 것"이라며 고지서에서 등록금이 절반이되는 '반값등록금'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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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시장이 '반값등록금 실현'을 추진하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민주통합당 강원도당은 5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광준 시장의 근로장학사업으로는 반값등록금을 실현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반값등록금 정책의 핵심은 등록금이라는 높은 벽에 막혀 대학문 밖에서 '아르바이트'로 헤매는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어, '돈 걱정' 없이 '공부'에만 전념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이광준 시장이 추진하는 것처럼 학생들에게 일을 시켜주고 돈을 주는 것으로 반값등록금을 실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또 "이광준 시장의 근로장학사업은 춘천 지역이 아닌 타 지역 출신 대학생들과 형평성 문제도 야기해 대학생 집단 간에 위화감과 차별을 만들어내는 엉터리 정책"이라며, "이광준 시장이 진정으로 학부모의 부담을 경감시켜주기 원한다면 눈속임 정책으로 춘천 시민을 기만하지 말고 무상급식 정책부터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춘천시민연대 역시 6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광준 춘천시장의 반값등록금 정책이 반값등록금과는 전혀 관계없는 내용이어서 당혹스럽다"며, "반값등록금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한 지역의 자치단체장이 제목만 그럴싸하게 붙인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춘천시민연대는 "공공기관에서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자리를 늘려주는 것보다는 등록금 자체를 낮추고, 후불제 등을 도입해 학생들이 등록금 걱정 없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은 정책"이라며, "(이 시장의 반값등록금 정책은) 정치인들의 헛공약에 속아왔던 대학생들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그:#반값등록금, #이광준, #춘천시장, #춘천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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