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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13일 오후 1시 51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워크샵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워크샵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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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멘붕이야. 이대로 가면 안 돼, 주저앉는다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인혁당(인민혁명당) 발언' 논란에 대한 캠프 내 한 인사의 반응이다. 그는 13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후보 주변에서 (역사인식)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것 같다"며 "다음 주 초까지 (인혁당 발언 논란을) 정리하지 않으면 이 프레임에 계속 곤욕을 치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그는 이번 사태가 민주통합당을 키워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오늘날 야당을 만든 것은 유신체제였다"며 "이해찬 당대표나 문재인 경선후보 등 모두 유신을 경험하고 싸운 당사자들인데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게 됐다"고 짚었다. 또 "박 후보가 먼저 정리하지 않는 이상 언젠가 불거질 문제였지만, 말 실수로 그 시점이 당겨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역풍'은 현실화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1일, 12일 양일 간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전화 임의걸기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견고했던 박 후보의 지지율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 2.5% 포인트)

다자 대결구도에서 박 후보는 40.9%를 기록, 1위를 지키긴 했지만 지지율은 전일 대비 1.8% 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은 23.3%로 전일(21.9%) 대비 1.4% 포인트 상승했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경선후보는 20.3%로 전일(19.0%) 대비 1.3% 포인트 상승했다.

양자대결 구도에서는 하락 폭이 더 커졌다. 박 후보는 안 원장과의 양자대결에서 전일(50.6%) 대비 3.3% 포인트 떨어진 47.3%를 기록했다. 문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도 전일(51.0%) 대비 3.0% 포인트 떨어진 48.0%를 기록했다.

추석 연휴(9월 29일~10월 1일) 전까지 50%가 넘는, 견고한 지지율을 만들고자 했던 박 후보로선 치명타를 입은 셈이다.

인혁당 후폭풍 현실화 되는데 '사과' 대신 '위로'만...

지난 12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앞에서 열린 '인혁당재건위사건 '사법살인' 부정하는 박근혜 규탄 기자회견'에서 고 김용원씨 부인 유승옥씨와 고 우홍선씨 부인 강순희씨가 남편의 영정사진을 들고 오열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앞에서 열린 '인혁당재건위사건 '사법살인' 부정하는 박근혜 규탄 기자회견'에서 고 김용원씨 부인 유승옥씨와 고 우홍선씨 부인 강순희씨가 남편의 영정사진을 들고 오열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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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상황이 쉽게 정리될 것 같지 않다. 후보 주변 핵심인사들은 최근의 역사인식 논란을 '정치공세'로 인식하고 있다.

친박 핵심인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13일 오전 SBS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 "개개인의 역사적인 인식은 조금씩 다를 수 있고 (그들의) 역사적 인식을 모아 역사적인 산물로 남는 것"이라며 "미래로 나아가야 할 시점에 계속 문제 삼고 공격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이는 지속적으로 정치공세 수단으로 쓰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박 후보의 인혁당 발언으로 불거진 최근의 논란은 정치공세 성격이 짙다는 얘기였다. 그는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인정하라고 강요하는 듯한 그런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문제 삼고 있으니 딸인 박 후보로서는 그 문제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병수 당 사무총장 역시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 한 인터뷰에서 "박 후보가 앞으로도 그 시대의 아픈 역사에 대해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진정성 있는 언급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역사의 어두운 면만 끄집어내서 이 시기에 부각시키는 것은 선거에서 이득을 보겠다는 일부 정치인들의 정략적인 것이 가미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무엇보다 후보 본인의 생각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전날(12일) 발생한 인혁당 발언 사과 혼선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홍일표 대변인은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박근혜 후보의) 인혁당 관련 표현에서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점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후보 측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그런 얘기를 나눈 적 없다"며 '조율되지 않은 사과'라고 밝혔다.

당과 대선후보가 '엇박자'를 내면서 논란이 격화되자, 박 후보 측은 긴급회의를 열고 후보 입장을 다시 정리했다. 이상일 대변인은 12일 밤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후보는) 과거 수사기관 등 국가 공권력에 의해 인권이 침해된 사례가 있었고, 이는 우리 현대사의 아픔이라고 생각한다, 피해를 입으신 분들의 아픔을 깊이 이해하고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사실 박 후보가 '사과'로 입장을 정리했다면 굳이 홍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을 정정할 필요가 없었는데도 다시 한 번 입장을 정리해 발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대변인은 "홍 대변인이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후보와 상의한 적 있는가 확인해 달라는 요구가 있어 상의하지 않은 것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일표 대변인의 브리핑과 차이는 무엇이냐", "이전에도 같은 입장 아니었나"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게다가 최종 정리된 입장에는 '사과' 대신 '위로'만이 명시됐다. 진정성 논란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박 후보가 아직까지 인혁당 문제와 관련해서 한 표현에 대해서 사과의 뜻은 없다는 게 방점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당장 이게 진정한 사과인지에 대해 쟁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광폭행보 '빨간 불'... "조만간 후보가 다시 입장 밝힐 것"

다만, 한 친박 인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박 후보가 5년 전보다 (과거사에 대한) 생각이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지금은 아니지만 TV토론회나 인터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통해서 정리된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후보는 이번 사태로 약 20여일 간의 '광폭 행보'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게 됐다. "'박근혜가 바꾸네'가 아닌 '박근혜가 바뀌네'를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던 당·캠프 인사들도 무색해진 상황이다. 박 후보 본인이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는 한, '인혁당 발언 논란' 등 과거사 문제는 12월 대선의 핵심 프레임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당 안팎의 비판 여론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당내 비박(비박근혜) 대표주자인 이재오 의원은 지난 12일 '깜이엄마' 화법을 통해 박 후보의 인혁당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오랫만에 깜이 엄마를 만나 인사를 했더니 돌아오는 인사가"라며 "거꾸로 가는구만, 냄새가 나네 (라고 말했다)"고 글을 남겼다.

민주통합당도 "박근혜 후보가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총공세를 펴고 있다.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5.16 쿠테타, 유신독재, 인혁당, 장준하 의문사 등 역사적 사건에 대해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말과 행동으로 나타난다"며 "만약 박 후보가 정권을 잡게 되면 5년 내내 유신정권 옹호하고 역사 바꾸기를 시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박 후보는 헌법을 따를 것인지, 아버지를 따를 것인지 밝혀야 한다"며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답변은 국가 최도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홍영표 의원도 "박근혜 후보의 일련의 발언은 그가 유신의 망령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역사인식을 가졌다는 것을 국민 앞에 고백한 것"이라며 "박 후보는 본인과 관련된 잘못된 과거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태그:#박근혜, #인혁당, #역사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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