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커스터 게이트(Lancaster Gate)역에서 내려 5분 정도 걸었을까. 주택 사무실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한적한 길을 따라 가다가 빨간 대문 앞에서 눈에 익은 이름의 간판을 발견했다. 오늘 방문할 곳은 지난 10년간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사회영향투자(Impact Investing)를 실험해 온 투자전문회사 브릿지 벤처스다. 인터뷰를 하기로 약속한 브릿지의 임원이자 공동창업자인 미셀 기든스(Michele Giddens)는 강한 "포스"가 느껴지는, 큰 키에 파란 눈을 가진 중년 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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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브릿지벤처스 사무실 앞에서 공동창업자 미셀(Michele)과 함께(2012.5.29일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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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국제금융 분야에서 일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BV에 합류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처음에 작은 기부단체에서 일을 했었는데 당시 영국 시민사회 진영을  보면서 많이 혼란스러웠습니다. 대부분 규모도 작고, 일하는 방식도 많이 서툴렀기 때문에 과연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고민이 되더군요. 그래서 경영대학원(MBA)에 가서 공부를 한 후 비즈니스 경험을 쌓고 다시 3섹터로 돌아오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계은행에서 일할 때, 동유럽 관련 국제금융 업무를 하면서 투자를 통해 사회를 바꾸는 일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2000년에 영국 사회투자시장 조성 프로젝트 컨설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BV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 BV는 사회투자 전문기관으로 알고 있는데, 주로 어떤 펀드를 운영하고 계신가요?

"우리는 현재 성격이 다른 3개의 펀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혁신적인 영리기업들에게 투자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지속가능 성장펀드(Sustainable Growth Fund)인데, 주로 지역개발, 환경개선, 건강 및 복지증진, 교육 훈련 분야에 투자합니다. 둘째는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펀드(Property Fund)로, 낙후지역 개발이나 청년 혹은 노인들을 위한 시설투자를 주요 사업으로 가져가고 있습니다. 끝으로 혁신기업가를 위한 펀드(Social Entrepreneurs Fund)를 운영하는데, 이 펀드는 오직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활동하는 3섹터 조직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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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릿지벤처스 운영 펀드 Bridges Ventures Fund Portfolio (www.bridgesventur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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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각의 펀드를 좀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예.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속가능 성장펀드는 수익창출을 위한 영리추구 형 펀드로, 영국 내 낙후지역 개발, 재활용 사업 등 환경 개선,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훈련, 주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 및 복지증진 등 4개의 사업영역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합니다.  낙후지역 개발을 위한 대표적인 사례는 런던 동부지역에 지은 혹스턴(Hoxton) 호텔입니다. 원래는 임시 주차장으로 사용되던 버려진 땅이었는데 이 공간에 지역주민을 위한 멋진 호텔을 지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삼류 호텔들은 가격이 싼 만큼 불편한 점들이 아주 많습니다. 우리는 이 통념을 깨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하면서도 이용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예쁜 호텔을 짓기로 한 것인데,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이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 중 많은 사람들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므로 고용창출 효과도 큽니다. 지금 이 호텔은 연인과 차를 마시고, 가족들과 멋진 저녁식사를 하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훌륭한 편의시설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지난주에 이 호텔을 팔았는데, 투자수익률이 9배 정도 됩니다. 낙후지역 개발을 위한 투자도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입니다."

- 아주 인상적이군요. 환경이나 교육훈련, 건강 등 나머지 세 영역은 어떤가요?

"환경 분야는 친환경 에너지 개발, 폐기름(oil) 재활용 사업, 스마트 빌딩건설 등을 비즈니스 모델로 갖고 있는 기술기반 벤처기업들에게 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교육훈련은 16세에서 24세 연령대의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쓰이는데, 방학기간을 집중적으로 활용한 훈련과정, 디지털 학습, 니트족(NEETs, 학업도 포기하고 취업활동도 하지 않는 젊은 층)을 위한 취업 연계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건강과 관련해 특별히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는 2008년에 시작한 건강증진센터(Gym)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시장가격에 비해 3배 정도 싼 가격대로 운영하고 있는 24시간 피트니스클럽으로, 연간회원권을 갖지 않아도 이용이 가능합니다. 영국 전역에 주로 낙후되고 소외된 지역에 위치해 있는데, 2011년을 기준으로 회원 수는 약 7만 6천 명이고 연 100% 이상씩 회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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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릿지벤처스가 투자하여 만든 체육시설 Bridges Ventures the gym (www.thegymgro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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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물자산펀드는 지속가능성장펀드와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나요?

"실물자산펀드는 지속가능성장펀드를 운영하면서 배운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비영리나 제 3섹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주거 문제를 친환경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실물자산펀드는 현재 두 개의 펀드로 운영 중인데, 하나는 낙후지역 지역재생을 위한 친환경 빌딩 건설 및 리모델링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노인층을 위한  주택 건설 사업입니다. 간단히 말해, 실물자산펀드는 주택 및 건물 투자를 목적으로 지속가능성장펀드에서 분리되어 나온 부동산 전문 투자펀드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혁신기업가 펀드는 말씀하신 두 개의 펀드와 어떻게 다른가요?

"혁신기업가 펀드는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펀드로, 투자자들을 위한 재무적 이익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앞서 두 개의 펀드와 구별됩니다. 주로 비영리 자선기관이나 지역공동체기업(Community Interest Company),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영리기업 등 '사회적' 기업들에게 투자하는데, 뛰어난 역량을 지닌 사회적기업가들의 자본 접근성 강화 및 틈새(Funding gap)를 메우는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회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혁신기업가들이 주요한 투자대상입니다. 나아가 단지 투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사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자원연계, 컨설팅 지원 등을 통해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 가치와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사회적기업이나 사회적투자나 모두 어려운 일이라고 보는데, 펀드 운영성과는 어떻습니까?

"투자수익률(ROI, Return on investment) 기준으로 혁신기업가 펀드는 3∼5%, 실물자산펀드는 14∼20%, 지속가능성장펀드는 18∼20%를 각각 목표수익률로 잡고 있습니다. 운영 중인 모든 펀드가 항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만족해하는 편입니다. 잘 알고계시겠지만, BV 전체적으로는 균형잡힌 포트폴리오 전략을 가져가되 각각의 펀드는 상호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합니다. 재무적 이익추구를 목표로 할 것인가, 사회적 가치추구를 목표로 할 것인가에 따라 투자대상과 목표는 달라져야 하며, 만일 막연하게 두 가지를 혼합해서 운영할 경우 혼란만 가중된다는 것을 지난 10년간의 경험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 목표를 분명히 하라는 말씀은 어중간하게 두 가지를 섞지 말라는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펀드를 만들 때 실물자산 투자에 일부, 영리 기반의 혁신기업가들에게 일부, 사회적기업가에게 일부 이런 식으로 한 바구니에 서로 다른 투자대상을 담으면 이상적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경우 일정한 투자수익률이 나왔다 하더라도 투자자들은 매우 불만족스러울 겁니다. 투자자들마다 기댓값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투자자는 재무적 성과를 높게 가져가는 것을 희망하고, 어떤 투자자는 재무적 이익보다는 높은 사회적 성과를 얻기를 희망하는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결과가 나온다면 별로 기뻐하지 않을테니까요. 각각의 펀드를 만든 목표와 대상을 분명히 하는 투자전략을 가져가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투자나 자산운용 파트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전문성과 팀워크가 무척 중요하겠군요?

"맞습니다. BV에는 영리에서 일반 비즈니스를 해 온 분, 투자 및 재무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오신 분, 3섹터를 위한 사회투자 영역에서 활동해 오신 분 등 세 부류의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초점'을 유지하며 일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BVs가 이 시장에서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핵심요인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잘 구성된 팀워크(teamwork)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사회투자시장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능력 있는 분들이 많이 합류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 투자자들을 모집하려면 투자가치에 대한 평가척도가 중요할 것인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습니까?

"각각의 사업영역별로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라는 3가지 평가요소(ESG)를 정한 다음, 핵심성과지표(KPI, Key Performance Indicators)에 따라 저희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성과측정기준을 사용하고 있고, 평가도구는 IRIS(Impact Report & Investment Standards) 기반의 채점표(Scorecard)를 씁니다. IRIS는 계정과목을 직접 만들고 정의한 후 각 상황에 맞는 지표를 선택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방법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들 내부적으로 이것을 '임팩트 플러스(Impact Plus)'라고 부르는데,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기존의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SROI(Social Responsibility On Investment)보다 훨씬 이해하기 쉬운 방법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큰 사회기금(Big Society Capital)이 사회투자에 대한 성과측정 기준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향후 좀 더 객관적인 판단준거 틀이 만들어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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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릿지벤처스 투자가치 평가측정 도구 Bridges Ventures Impact Methodology (BV Impact Report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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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ROI의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너무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투자자에게 재무정보를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그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돈이 어떻게 사용되었고 또 어떤 성과를 만들어냈는지를 알고 싶어 합니다. 예를 들어, SROI가 42%라고 말하면 투자자들은 이 지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어떻게 그 답이 나왔는지 모릅니다. 사회적 성과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측정한다는 것은 무모한 시도입니다.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것과 2천 톤의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것, 실업상태에 놓인 청년들에게 직장을 구해주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것들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 BV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롭고 혁신적인 도전을 많이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시도가 조직이 추구하는 핵심가치와 연결이 되어 있나요?

"글쎄요. 저희 조직의 이름처럼 다리(Bridges)를 만들고 연결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고정관념의 틀을 뛰어 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까요? 가령 왜 싼 호텔은 형편없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가? 지역적으로 낙후된 곳에 사는 사람들이 동네에서 품격 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왜 가난한 이들은 피트니스클럽을 이용할 수 없는가? 비싼 회원권을 구매하지 않고 24시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클럽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등 생뚱맞지만 진지한 질문들을 던지면서 저희들 나름의 '색깔'과 투자 패턴을 만들어가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 큰 사회기금이 출범하였는데, 어떤 기대를 가지고 계십니까?

"10년 전, 정부가 영국 사회투자시장을 만들려고 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아직 성장기라고 말하기는 어려우나 자금중개기관(SIFI) 숫자도 늘어났고 '착한 투자자'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큰 사회기금은 단순히 자금공급원이 아니라 사회투자시장 생태계(ecosystem)을 만드는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별 투자지원기관들이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에 따라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시장'을 만드는 것이 우선해야 합니다."

- 사회성과 연계채권(Social Impact Bond)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단계라 아직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잠재력이 높은 상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별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이 많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SIB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에게 높은 편익을 제공해줄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는 이미 혁신기업가 펀드를 통해 SIB에 투자를 했습니다. 실업위기에 빠진 젊은이들을 일정기간 훈련시켜 취업하게 만드는 프로젝트인데, 직장을 변경하거나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재교육 훈련 프로그램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향후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계속 늘려갈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 끝으로, BV가 추구하는 목표와 비전에 대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금융이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오직 수익만을 위해 투자되고 활용된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사회와 환경 그리고 지구를 위해 돈을 잘 쓸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고 또 그것들을 하나하나 실천해가야 합니다. 영국에는 약 7만 개의 사회적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대부분 아주 작은 규모의 조직들이고 자본접근성도 열악합니다. 이들을 키우고 성장시키는 일은 정부의 역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착한 투자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저희 같은 조직의 몫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지금 이 길 위에 서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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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사회투자시장에서 활동하는 금융기관 현황 Social Investment Spectrum in UK (Social Investment 10Years On,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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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동안 국내은행들은 8조 4천억 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여 이 가운데 3조 4천억 원을 현금 배당했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많이 벌어 주주들에게 배당한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맞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에는 그렇게 번 돈 중 일부는 사회를 위해 써야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믿는 '앞선' 나라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후진' 국가도 있다.

장사 잘하는 은행 말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착한 은행은 언제쯤 나타나게 될까? '돈'이 모든 것을 설명하고 지배하는 경제 질서를 인간 중심으로 바꾸려면 금융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이익 추구를 넘어 사회와 환경, 인류를 위한 투자는 현실 속에서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인가?

자원을 순환하고 연계하는 윤활유로서의 금융의 역할이 우리 사회에서 올바르게 작동하려면 여전히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악마적 금융에서 착한 금융으로, 사적 금융에서 사회적 금융으로의 '전환'이 시작되었다는 것, 금융의 순기능을 통해 인간과 사회를 더 행복하게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