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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가 27일 밤 대전 중구 문화동 기독교연합봉사회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대전충남인권연대 창립 1주년 기념 특강에서'국가폭력의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인권현실을 묻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가 27일 밤 대전 중구 문화동 기독교연합봉사회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대전충남인권연대 창립 1주년 기념 특강에서'국가폭력의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인권현실을 묻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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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가 창립 1주년을 맞은 대전충남인권연대가 마련한 특강 강사로 나섰다.

27일 밤 대전 중구 문화동 기독교연합봉사회관 컨벤션홀에서 '국가폭력의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인권현실을 묻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특강에서 김 교수는 법보다는 대통령의 의중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명하복의 우리나라 관료문화가 국가폭력을 낳는다고 진단하고, 우리 사회에서 폭력을 없애기 위한 가장 큰 해결책은 한반도평화정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들이 청문회에서 '5.16쿠데타'에 대해 답변한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장관 임명자들의 청문회를 보면서 우리사회에 지속되고 있는 '폭력성'에 대해 느꼈다는 것. '5.16 쿠데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야당의원들의 질문에 대한 대답들이 아주 '걸작'이었다는 게 김 교수의 말이다.

김 교수는 우선 류길재 통일부장관 후보자의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고 본다"와 조윤선 여성부장관 후보자의 대답인 "역사적 문제에 대해 판단을 할 만큼 공부가 안 되어 있다", 그리고 서남수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교과서에 기술된 것을 존중한다. 그 문제에 직답을 못 드리는 이유를 이해해 달라"는 답변을 소개한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 5.16에 대한 성격은 이미 결론이 났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대법원에서도 평가를 내렸다. 또 교과서에도 기술되어 있다. 한국정부의 공식 판단은 '쿠데타'라는 것이다. 제가 여기에서 주목하는 것은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야 하지만, 그 명령은 자의적 명령이 아닌 법에 기초한 명령이다. 대통령의 명령이 법과 충돌한다면 법을 따라야 한다. 불법적 명령일 때도 따라야할 의무가 있는가?"

"5.16쿠데타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한국정부의 입장과 대법원의 판단, 교과서기술 등을 모두 무시하고 대통령의 의중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부관료들, 이는 우리나라는 법보다는 인격, 즉 법에 대한 준수보다는 대통령에 대한 충성이 우선되는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역사마저 대통령 의중에 따라 해석하는 대한민국

김 교수는 이런 사례는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하지만 우리사회가 가진 폭력적인 상명하복의 조직문화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국가는 법에 따라야 하는데 대통령의 의중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역사마저도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해석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곧 법을 어기더라도 대통령의 명령이라면 그에 따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주장의 실례로 '국정원 댓글녀 사건'을 들었다.

"모든 정부 조직이나 관료는 명령 없이는 결코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말단 여직원이 단독으로 그런 일을 했다고 누가 믿겠는가, 국정원 직원이 그렇게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명백한 범법행위다. 그렇다면 국정원장이 범법을 해서라도 박근혜를 당선시키라고 명령을 내렸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직접 내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그 밑의 사람이 그렇게 해석 할 수 있는 사인을 줬다고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 사건은 '큰 의미를 가진 엄청난 사건'이라고 말한다. 그 영향에 상관없이 선거가 무효가 될 수 있는 사건이라는 것이다. 국가권력이 공정하게 집행된 게 아니라 특정권력을 위해서 움직였다는 것이고, 이는 이승만 정권의 3.15부정선거와 다름없는 것이라면서 '선관위 디도스 공격사건'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가 27일 밤 대전 중구 문화동 기독교연합봉사회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대전충남인권연대 창립 1주년 기념 특강에서'국가폭력의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인권현실을 묻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가 27일 밤 대전 중구 문화동 기독교연합봉사회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대전충남인권연대 창립 1주년 기념 특강에서'국가폭력의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인권현실을 묻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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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또 대통령이 툭하면 내뱉는 '엄단'에 대해서도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노사분규가 있거나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며 대통령은 '엄단하라'고 명령을 내린다는 것. 이는 엄하게 단속하라는 말로, 그렇게 대통령이 말하면 그 밑에서는 '무조건 진압하라, 그 과정에서 불상사가 생기면 다 내가 책임지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시위나 노사분규는 법에 따라 단속하면 되지, 특별히 엄히 단속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박근혜 정부 관료들의 5.16에 대한 입장을 보면 굉장히 우려스럽다. 앞으로 공권력이 어떻게 집행될 것인지 걱정된다. 대통령이 만일 어떤 사태가 발생했을 대 '엄단하라'고 명령을 하면 아마도 무자비한 진압이 자행될 것이다. 그래서 저는 5.16에 대한 답변에서 '폭력'을 봤다."

"조직문화 지속될 경우, 공권력은 윗사람 의중 따라 행동할 것"

김 교수는 '용산참사' 예를 들면서 MB가 직접 진압명령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떼잡이'라고 표현한 것에서 아랫사람들은 대통령의 의중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의중에 따라 경찰특공대가 투입됐고, 경찰을 포함한 여러 사람이 죽었다는 것.

"이 사건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사회가 가진 많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찰현장 지휘자가 '지금 투입은 위험하니 안 된다'라고 말할 수 있는 조직문화였다면 이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상명하복의 조직문화 때문에, 그리고 작전 매뉴얼보다는 윗사람의 의중을 더 중시하는 조직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독재국가에서 관료들은 위를 쳐다보고 민주국가의 관료는 아래 국민을 쳐다보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조직문화가 지속될 경우 앞으로도 공권력은 국민의 안녕보다는 윗사람의 의중에 따라서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박근혜 정부 출범 시점에서 청문회를 통해 우리사회의 이런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을 예로 들면서 공무원들의 윗사람에 대한 일방적인 충성은 국가권력을 무서운 흉기로 만든다고 말했다. 국가권력이 국민의 편이 되어서 기능하면 국민의 보호자가 되지만, 일사불란한 공무원 조직, 곧 윗사람 눈치를 보면서 기능할 때는 아주 무서운 흉기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서운 흉기 됐을 때는 굉장히 많은 사람이 다치게 되고, 그것이 바로 김 교수가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조사했던 '학살사건'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어떤 이들은 30만 명이 어떻게 그렇게 일사분란하게 학살될 수 있었느냐고 하지만, 국가권력에 의한 일사불란한 조직은 이러한 끔찍한 일을 일으킬 수 있는 흉기가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국가는 무서운 폭력조직이라고 말했다. 조폭과 거의 같은데, 단지 다른 것은 법에 기초하여 권력을 행사하느냐의 차이라는 것. 그런데 국가가 합법적으로 권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조폭이나 아무 다를 바 없어 무서운 폭력집단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지금까지 가장 많은 범법을 저지른 집단은 바로 국가였다는 것. 그리고 국가권력의 수장들이 범법을 저질렀고, 헌법을 가장 많이 위반한 것도 사실은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또 국가가 폭력을 행사하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직접적인 방식으로 물리적 폭력이 있고, 다른 하나는 폭력행사를 방조하는 방식의 문화적 폭력이 있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화 이전에는 이러한 물리적 폭력으로 복종시키고 완전히 항거불능하게 만들었는데, 그 이후에는 언와와 문화 등을 통해 사람들을 통제하는 간접적인 방식의 폭력이 자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폭력 중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해고'다. 해고는 먹고사는 기반을 없애는 것이다. 회사가 하는 해고도 있지만 국가권력이 행사하는 해고가 있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해고'하고 이 사회에 발을 못 붙이도록 만든다."

"또 다른 방식의 간접적 폭력에는 '소통'을 끊는 것이다. 아무리 불만을 이야기해도 응답하지 않는다. 그것도 일종의 폭력이다. 그 사람에게 어떤 피해를 줬는데도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는 것, 그게 바로 폭력이 되는 것이다."

"전쟁이 없어져야 폭력이 없어진다"

27일 밤 대전 중구 문화동 기독교연합봉사회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대전충남인권연대 창립 1주년 기념 김동춘 교수 특강에 참석한 회원 및 시민들.
 27일 밤 대전 중구 문화동 기독교연합봉사회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대전충남인권연대 창립 1주년 기념 김동춘 교수 특강에 참석한 회원 및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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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끝으로 인간사에서 존재하는 가장 최고의 폭력은 전쟁이라고 말한다. 전쟁은 가장 잔혹하고 가장 전면적인 폭력이라고 말했다.

"전쟁이 없어져야 폭력이 없어진다. 그렇다면 왜 전쟁이 일어나는가, 전쟁을 벌이면 국가는 반드시 자기 구성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게 되어 있다. 바로 '군대'가 폭력이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에 전쟁의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 바로 분단체제가 우리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폭력의 원인이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남북평화정착이 우리사회의 폭력을 없애줄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100%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70-80%의 폭력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김 교수는 "폭력을 없애려면 전쟁을 없애야 하고, 전쟁을 없애려면 국가가 없어져야 한다, 타민족을 굴복시키고, 침략을 하지 않아야 한다"며 "전쟁은 욕망 때문에 생긴다, 그 전쟁을 주도하는 세력은 자신들의 욕망, 곧 더 잘 먹고 더 잘살려는 욕망을 충족시키려고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차원의 폭력은 체제유지와 탐욕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피력했다.

김 교수는 결론적으로 "따라서 전쟁을 부추기는 탐욕, 그리고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지는 폭력을 어떻게 민주적인 방식으로 제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운동과 한국전쟁 등을 연구해 오고 있는 대표적인 진보적 사회과학자인 김 교수는 최근 대한민국의 국가폭력 기제를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냉철한 시각으로 분석한 <대한민국 잔혹사>라는 책을 발간했다.


태그:#김동춘, #대전충남인권연대, #국가폭력, #대한민국잔혹사,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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