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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을 통제하고 북한노동자들을 출근시키지 않아 공장 가동이 전면중단된 가운데 지난 9일 오후 개성공단 직원들을 태운 차량들이 돌아올 때가 되자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군인들이 바리케이드를 치우고 있다.
▲ 바리케이드 치우는 군인들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을 통제하고 북한노동자들을 출근시키지 않아 공장 가동이 전면중단된 가운데 지난 9일 오후 개성공단 직원들을 태운 차량들이 돌아올 때가 되자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군인들이 바리케이드를 치우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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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이 군사적 위협을 넘어 개성공단의 잠정 폐쇄를 선언했다.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120여 남녘 기업체가 도산하게 되며 해외자본 탈출·주식시장 동요·국제교역 감소로 경제가 내리막길로 가게 될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군사적 대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미국과 중국에 외교를 통해 힘을 거들어달라고 요청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사대주의다. 남은 자신들의 내재된 역량도, 위세도 인식하지 못한 채 북을 망하게 해달라고 두 대국에 조르고 있는 모양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남을 잘 이용해 기뻐하고 있을 테고, 중국도 남의 속성을 잘 아는지라 통일될 이 나라가 어느 쪽에 붙을지 저울질하고 있을 터이다. 미국과 중국이 남의 청을 들어준다면, 그들은 앞으로 받아낼 반대급부를 차분히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미국은 북에 관해 중국에 부탁과 압력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북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별로 없다. 중국은 유엔이 미국의 의도에 따라 북을 제재하는 데 국익에 따라 협조해왔다. 중국도 북에게서 얻어내야 할 것이 많다. 하지만, 북은 중국이 원하는 대로 응한 적이 없다. 또한 북이 중국에 한미합동 대북전쟁연습을 못하게 해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다. 북은 안보리 제재결의에 동의한 중국에게 "대국으로의 본래 모습을 잃고 미국에게 끌려다니는 쓸개도 배알도 없는 나라"라고 비난했다.

둘째, 미국에게 북과 대화하도록 촉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미 종속외교에 길든 남이 늘 해온 그대로다. 핵 주권도, 군사 주권도 없다는 생각 때문인지 이런 문제에는 낄 생각도 하지 않고 미국이 북과 협상해줘야 한다는 자세다. 사실 이것은 북-미-남 관계의 현주소다. 이번에 북은 6자회담은 더 이상 없다고 했는데, 남은 어서 재개해야 한다며 4대국에 '구걸 외교'를 하고 있다. 남녘 사람들은 국제역학관계를 통달했는지 남북통일을 원하는 주변 4대국은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그렇다면 4대국이 우리 겨레에 좋은 일을 해 줄 것이라고 자꾸 6자회담을 하자고 하는 걸까.

셋째, 북이 미국만 아니고 남에도 위협을 하고 있으니 남이 북과 직접 대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옳은 말이다. '우리민족끼리'를 부르짖는 북이지만, 사실 북은 평화체제에 관한 한 모든 주도권을 미국에 맡겨놓은 남과 상대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하기에 미국과 담판지으려 하고 있다. 그렇다고 남이 당장 군사작전권을 되찾아 와야 상대한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요는 남이 어떤 진정성과 내용을 가지고 북에 접근하느냐다. 이에 따라 북은 반응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북을 움직일 수 있는 상대는 오직 남뿐이다.

사실 북의 이번 소동도 남과 이런 대화를 하자는 것으로 읽힌다. 남이 이런 북의 속내를 받아들인다면, 자존심 깎이는 남-미-일 공조나 남중 외교에 매달리는 간접적 방법을 택할 필요가 없다. 북과의 직접 대화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

북, 진정성 없다면 대화 제안 받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남녘 정부의 대북 자세가 많이 바뀌어야 한다. 아니면 미국의 영향권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미국은 남과 북을 무척 좋아한다. 북은 미국의 말을 잘 듣지 않아 좋고, 남은 너무 잘 들어 좋아한다. 이런 삼각관계가 없으면 중국을 어떻게 견제해 동아시아에서 자신들의 국익을 챙길 것인가. 북은 미국에게 없어서는 안될 적성국이기에 평화협정을 해서는 안 된다. 평화보다는 전쟁이나 전쟁 위협이 적당하게 상존하는 상태가 그들의 국익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오바마의 대북정책은 전 국가안보회의 베이더(J. Bader) 국장의 저서 <Obama and China's  Rise>에 나온다. '궁극적으로는 북 정권 붕괴와 남의 흡수통일을 목적으로 하고,  단·중기적으로는 근본적 해결 아닌 협상과 대화를 통해 시간을 지연시킨다'는 입장으로 이는 '전략적 인내'라고 표현돼 있다. 이렇게 된다면 미국의 의도대로 북이 붕괴될까. 아니면 남이 흡수통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태평양 건너 밖에서 조국을 보면 남의 전 정부와 현 정부가 북을 너무나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은 치졸한 기 싸움을 계속할 때가 아니다. 지난 11일 박근혜 대통령이 북에 대화를 제의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대화 제의에 앞서 "위기를 조성한 후 타협과 지원. 악순환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느냐"는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북이 위기를 조성한 뒤 남이 뭘 지원했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혹자들은 남이 북에 퍼줬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퍼온 게 훨씬 더 많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국제규범과 약속을 어기고 개성공단 운영을 중단시킨다면 북한에 투자할 나라와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투자 가능한 다른 나라에 대한 걱정은 말고 남이 전적으로 투자해 경제를 회복시킬 생각을 하는 게 더 현명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릇된 행동을 멈추고 한민족 전체의 미래에 도움이 되도록 올바른 선택을 하기 바란다"는 말도 했는데, 진정성 있는 제의를 다시 하지 않으면 북의 화답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 위기에 여야 없어야... 나서야 할 주체는 남녘뿐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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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픈 분단국의 전쟁 위기 상황에서 여야의 구분은 있을 수 없다. 현 정부가 앞장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동시에 북과 접촉·대화·협상·합의·실행을 해왔던 전 정부의 통일부 장관들이 박 대통령을 돕길 바란다. 6·15남측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또한, 지난해 국민 48%의 지지를 받았던 문재인 의원도, 새 정치를 펴겠다는 안철수 교수도 나서야 한다. 박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경륜과 경험이 있는 전임 관료들과 시민사회 지도자들의 민족적 봉공정신을 받아들여 이 위기를 여야 구별 없이 극복한다면 통일에 있어서는 역대 최고의 공로자가 될 것이다.

남과 북은 민족사상 최고에 이른 역량과 위세를 자각하고 만나 진솔하게 대화하며 평화체제 수립에 집중하면 된다. 이 천혜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게 바로 남북 사이의 신뢰의 시작이다. 이렇게 꿈 같은 남북관계의 변화로 미국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더 이상 거부하거나 기피할 수 없게 돼도 미국은 평화협정 서명자로 나서지 않을 것이다.

이쯤 되면 북의 주권과 정체성을 미국이 인정할 필요도 없다. 평화와 통일의 당사자가 직접 나서자는 이야기다. 남북이 6·15선언의 정신을 따라, 10·4합의에 따라 남북경제공동체 운영을 제도화해서 남북연합방(남 연합-북 낮은 단계 연방)을 합의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오인동씨는 재미동포 정형외과 의사입니다. 저서로는 <평양에 두고 온 수술가방>(2010) <통일의 날이 참다운 광복의 날이다>(2010) <꼬레아, 코리아>(2008) 등이 있습니다.



태그:#전쟁위기, #남북문제, #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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