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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어디서 취재했는지 모르겠다. 남북이 굉장히 어려운 대치국면인데 어디서 들었는지도 모르는 말이 팩트처럼 보도되면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

15일 청와대 춘추관 기자실을 찾은 김행 대변인은 강한 톤으로 <문화일보>의 익명 보도에 불만을 쏟아냈다. 발단은 이날 <문화일보>의 "청와대 '북에 더이상 양보안 없을 것'"이라는 제목의 보도였다.

<문화일보>는 이날 북한이 박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거부한 것에 대해 익명의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지금 상황에서 청와대는 무엇인가의 양보안을 더 내놓지는 않을 것이다", "비굴하게 하는 일은 없으며 떳떳하고 당당하게 가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행 대변인은 "이렇게 기사가 나오면 정말 힘들다, 차라리 실명을 밝히고 써달라"며 "나도 모르는 사실이 언론에 나가는데 넥스트 스텝(다음 단계 대응방안)이 정해지면 정식으로 브리핑하겠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이 같은 익명 취재원의 발언을 인용한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격하게 반응하고 나선 것은 최근 정부의 대북 메시지가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한 부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북 메시지 오락가락... 강경 기류 전환 하루만에 침묵 속으로

청와대는 14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정부의 대화 제의에 대해 "빈껍데기에 불과하다, 대화는 남한 당국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밝힌 것을 '대화 제의 거부'로 단정했다.

청와대는 주요 일간신문 마감 시간이 지난 시점에 긴급 브리핑이라는 형식으로 이 같은 정부의 공식 입장을 내놨다.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직접 브리핑에 나섰고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고 강조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전만해도 조평통 성명에 대해 정부는 신중한 태도였다. 조평통 성명 발표 직후 통일부는 "북한의 반응을 대화 제의 거부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고 청와대도 즉각적인 입장 발표를 하지 않는 등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다가 태도를 180도 바꿔 강경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안보 문제에 있어 불필요한 혼선을 줄이기 위해 청와대가 내세웠던 '원 보이스'(one voice) 원칙은 허물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11일에도 통일부는 북한에 개성공단 문제를 풀기 위한 대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해 놓고도 공식적인 대화 제의는 아니라고 부인했다가 청와대가 밤 늦게 "대화 제의가 맞다"고 뒤집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

청와대 숨고르기... 통일부는 "대화 제의 여전히 유효"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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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전날(14일) 박 대통령의 뜻이라며 대북 강경 메시지를 내놓은 청와대는 북한의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인 이날 곧바로 침묵 모드로 전환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직접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기 활성화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안과 기업투자 활성화 방안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추가 메시지는 내놓지 않았다. 김행 대변인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주철기 외교안보수석도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침묵 속에 숨고르기에 들어간 청와대는 주무부처인 통일부를 통해 여전히 대화 제의는 살아 있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통일부는 이날 우리 정부의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 입장은 여전히 유효하고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의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노력에 일종의 찬물을 끼얹는 북한의 행동에 강력한 유감을 재차 표명한다"면서도 "우리 정부의 대화제의는 유효하며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해 무겁게 내린 결정인 만큼 북한도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 달라"고 밝혔다.


태그:#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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