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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 앞서 입장한 뒤 박수를 받고 있다. 왼쪽은 조 바이든 부통령 겸 상원의장, 오른쪽은 존 베이너 하원의장.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 앞서 입장한 뒤 박수를 받고 있다. 왼쪽은 조 바이든 부통령 겸 상원의장, 오른쪽은 존 베이너 하원의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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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용사 네 분, 존 코니어스 의원님, 찰스 랑겔 의원님, 샘 존슨 의원님, 하워드 코블 의원님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의원들의 이름 호명이 끝날 때마다 박수가 터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마지막 코블 의원의 이름을 불렀을 때 미 하원 본회의장에 앉아있던 상하원 의원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박 대통령의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나온 첫 기립박수였다.

박 대통령은 8일 오전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했다. 연설 내용 3분의 1 가량은 미국의 한국전 참전에 대한 감사로 채워졌다. 박 대통령이 또박또박한 영어로 참전용사들을 언급하자 미 상하원 의원들은 가장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날 연설에서 첫 번째 박수도 박 대통령이 한국전 참전기념비에 새겨진 비문을 언급할 때 나왔다. 박 대통령이 "워싱턴에 도착해 포토맥 강변에 조성된 한국전쟁 기념공원을 찾았다"며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국가의 부름에 응한 미국의 아들과 딸들에게 미국은 경의를 표한다'는 비문은 매번 방문할 때마다 깊은 감명을 준다"고 말하자 미 의원들은 첫 박수를 보냈다.

이어 박 대통령은 한미동맹이 60주년을 맞았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데이비드 모건 중령 가족 이야기를 꺼냈다. 박 대통령은 "데이비드 모건 중령의 할아버지 고 워렌 모건씨는 6·25 전쟁에 참전해 해군 예비군 지휘관으로 활약했고 아버지 존 모건씨는 미 213 야전포병대대 포병중대장으로 6·25 전쟁에 참전했다"며 "모건 중령도 1992년과 2005년 두 번에 걸쳐 주한미군에서 근무했다, 3대가 함께 한국의 안보를 지켜낸 모건 가족은 한미동맹 60년의 산 증인"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두 번째 기립 박수가 터졌다.

참전용사 칭송에 기립박수... 박 대통령 "미국은 가장 가깝고 좋은 친구였다"

박 대통령은 "1953년 6·25 전쟁의 총성이 멈췄을 때 1인당 국민소득 67불의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은 이제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이자 무역규모 세계 8위의 국가로 성장했다"며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도운 여러 좋은 친구들이 있었는데 특히 미국은 가장 가깝고 좋은 친구였다"고 칭송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한미 동맹 관계의 3가지 비전과 목표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기반 구축, 동북아지역의 평화협력 체제구축, 지구촌 이웃들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를 제시했다. 특히 자신의 '동북아 평화구상'(서울 프로세스)을 설명하고 지지를 부탁했다.

박 대통령은 "미래 아시아에서의 새로운 질서는 역내 국가 간 경제적 상호의존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정치·안보협력은 뒤처져 있는 소위 '아시아 패러독스' 현상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이런 도전들을 극복하기 위한 비전으로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들이 환경, 재난구조, 원자력 안전, 테러 대응 등 연성 이슈부터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고 점차 다른 분야까지 협력의 범위를 넓혀가는 동북아 다자간 프로세스를 시작할 때가 됐다"며 "이런 구상은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이 지역의 평화와 공동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도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또 "여기에는 북한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처럼 공동의 이익이 될 수 있는 부분부터 함께 노력해 나가면 나중에 더 큰 문제와 갈등들도 호혜적 입장에서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무장지대에 세계평화공원 만들고 싶다"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언급하면서 비무장지대(DMZ) 내에 '세계평화공원' 건립 구상도 소개했다.

박 대통령은 "60년 전, 남북한 간의 군사충돌을 막기 위해 설치된 비무장지대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된 지역이 됐고 한반도에서 비무장지대를 사이에 둔 대치는 이제 세계평화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이 위협은 남북한만이 아니라 세계와 함께 풀어야 하고, 이제 DMZ는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진정한 비무장 지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유지해 나가면서 DMZ 내에 세계평화공원을 만들고 싶다"며 "그곳에서 평화와 신뢰가 자라나는 계기가 되고 군사분계선으로 갈라져 있는 한국인들만이 아니라 세계인들이 평화의 공간에서 함께 만나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서도 "북한 지도부는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핵무기가 아니라 바로 국민 삶의 증진과 국민의 행복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아야 한다"며 "북한은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되는 방향으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북한이 스스로 그런 선택을 하도록 국제사회는 하나의 목소리로, 분명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한미 간 현안인 원자력협정 개정과 전문직 비자 쿼터 확대를 위한 미 의회의 협조도 요청했다. 

MB에 이어 6번째로 합동회의 연설... 39차례 박수 받아

박 대통령은 "한국은 확고한 비확산 원칙 하에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추구하고 있다"며 "한국과 미국은 세계 원자력 시장에 공동진출하고 있고 앞으로 선진적이고 호혜적으로 원자력협정이 개정된다면 양국의 원자력 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직 비자 쿼터 관련 법안에 대해서도 "지난해 3월에 발효된 한미 FTA는 한미 동맹을 경제를 포함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현재 미 의회에 계류 중인 한국에 대한 전문직 비자쿼터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양국의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게 되고, FTA로 인해 양국 국민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입는다는 것을 체감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6차례 기립박수를 포함해 39차례의 박수를 받았다. 이 때문에 30분으로 예정됐던 연설 시간은 4분 가량 늘어났다. 한국 대통령이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한 것은 이승만(1954년)-노태우(1989년)-김영삼(1995년)-김대중(1998년)-이명박(2011년) 전 대통령에 이어 박 대통령이 6번째다.


태그:#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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