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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3일 오후 5시 35분]

CJ대한통운 비상대책위원회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통합당 은수미·장하나 의원이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CJ측에 즉각적인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CJ대한통운 비상대책위원회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통합당 은수미·장하나 의원이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CJ측에 즉각적인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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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일하고 남은 것은 관절염과 벌금, 불평등 계약서뿐입니다." (이권직 CJ대한통운 비대위 부위원장)

불공정한 수·위탁 계약 문제로 불거진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의 파업이 10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CJ대한통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측이 강요한 동의서를 공개했다.

동의서에는 회사 방침에 대해 법적, 행정적,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언론에 제보하지 않으며 이를 어길시 회사 측의 제반 조치를 감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사실상 '갑-을 관계'를 이용한 '노예계약'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택배기사들은 사측이 파업에 참가하는 노동자들에게 협박을 가하고 있다는 증언도 했다. 비대위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통합당 은수미·장하나 의원은 사측이 13일(오늘)까지 즉각적인 교섭에 나오지 않으면 전면적인 파업 투쟁 확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의제기, 손해배상 청구, 인터넷 글 올리기 아무것도 하지마라"

CJ대한통운은 그동안 택배기사들과 계약 시 자사 영업 및 운영정책들과 집·배달 수수료율을 문서로 명시해왔다. 비대위 측에서 이번에 공개한 동의서에는 그에 해당하는 세부적인 내용들과 함께 기사들이 작업에 대해 어떠한 이의도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동의서를 보면 '통합법인의 회사지침, 영업·운영정책에 대해 법적(민·형사), 행정적, 업무적 이의제기 또는 손해배상 청구를 하거나 언론매체·인터넷 등을 통한 회사 비방을 하지 않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통합법인의 제반 조치위탁점 폐점, 업무상 제재, 기타 법적인 대응을 감수한다'고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택배기사들이지만 동의서 내용에 따르면 명백한 '갑-을' 관계인 셈. 은 의원은 "이것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분들은 당장 먹고 살 길이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이권직 비대위 부위원장은 "'을'인 택배노동자는 '갑'인 CJ대한통운에 어떤 불만을 제기해도 계약해지를 당해야 한다"면서 "5명 이상이 모여서 모임을 만들어도 잘릴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판 노예의 삶이 바로 택배 노동자의 삶"이라는 말도 했다.

CJ대한통운 비상대책위원회측이 공개한 동의서. 사진 중단에 택배 기사들의 이의 제기를 막는 조항이 삽입되어 있다.
 CJ대한통운 비상대책위원회측이 공개한 동의서. 사진 중단에 택배 기사들의 이의 제기를 막는 조항이 삽입되어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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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측, 파업 참가 택배기사들에게 협박도"

자사 홈페이지에 '상생경영' 접수창구를 따로 두고 있는 CJ대한통운이 그와는 상반되는 성격의 이같은 '입막음 문구'를 동의서에 삽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장하나 민주당 의원은 "연매출 4조8천억 원의 국내 1위 물류 회사가 건당 택배 수수료를 900원에서 810원으로 인하하고 각 지역의 대리점 운영비마저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J에서 대한통운을 인수한 이후로 택배 기사들의 노동환경이 더욱 악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수수료를 인하하는 대신 더 많은 물량을 준다는 데 이분들은 자는 시간도 없이 하루종일 일을 해야 하느냐"면서 "이같은 행태는 '갑의 횡포'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남양유업의 '물량 밀어내기'를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비대위 측은 CJ대한통운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하 후 택배기사들의 실제 월 수입은 10% 이상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월 3545개의 택배박스를 배달하는 기사의 경우 이전에는 매달 201만 원을 가져갔지만 수수료 인하 후에는 실수입이 177만 원 수준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2분 20초마다 택배 1건씩을 처리해야 하는 노동강도다.

택배기사들은 "이렇게 깎인 월급에서 사측이 정한 벌금을 또 물어야 한다"고 털어놨다. 임의배송이나 불친절, 단순 불만 등으로 고객 민원이 접수될 경우 사실 확인과 관계없이 많게는 건당 10만 원까지 회사 측이 벌금을 물린다는 것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파손, 분실까지 모두 택배 노동자들의 책임이다.

택배기사가 10만 원을 벌기 위해서는 123개의 물량을 소화해야 한다. 택배기사 조 아무개씨는 "사측이 정당하지 않은 벌금을 무조건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면서 "200만 원씩 받고 일하던 직원들이 수수료 깎이고 왜 깎이는지도 모르는 벌금 맞아가면서 밤 10시까지 130~140만 원씩 받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가 파업에 나선 기사들에게 고소, 손해배상 등 협박을 가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택배기사 윤아무개씨는 "(파업 참여 후) 회사에 있는 친한 직원들이 CJ쪽에서 제 신상명세서를 가져갔다고 아파트 명의를 다른 사람 걸로 바꾸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했다"면서 "CJ대한통운이 대놓고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겠다고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택배 차량은 전국적으로 약 1000여 대. 비대위 측은 이날 오후 2시 여의도에 열릴 대규모 집회 이후에도 회사 측이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파업 규모를 늘리고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한편 CJ대한통운 측은 이날 공개된 자사 동의서 문구에 대해 "동의서에 있는 내용들은 고객들에게 일관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조항"이라고 밝혔다.


태그:#CJ, #대한통운, #갑을관계, #택배,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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