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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파문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국정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청와대는 파문의 조기 수습을 위해 정국 반전 카드 제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인 자신의 '불통 인사' 스타일을 대수술하지 않고, 청와대가 귀국 종용 등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에 대한 진실 규명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급락한 박 대통령 지지율... 청와대의 장탄식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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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상승세를 타던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윤창중 파문'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새누리당 부설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4.6%로 '윤창중 파문' 이후 1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미국 순방 도중 한 때 64.5%까지 올랐던 것에 비하면 큰 폭의 하락세다. 

리얼미터 조사에서에서도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 8일 54.7%, 9일 58.4%로 상승 추세였지만 윤 전 대변인의 성추문이 불거진 10일 56.7%로 하락했다. '윤창중 파문'이 없었더라면 그동안의 상승 추세를 고려했을 때 지지율 60% 돌파는 무난했을 것이라는 게 리얼미터 측의 추정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의 상승 추세와 야당에서도 인정하는 방미 성과를 고려했을 때 이번 사고만 터지지 않았다면 지지율 70% 돌파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윤창중이 20%포인트 이상 까먹어 버린 셈"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14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 직전,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일반적으로 방미 성과로 인해 (대통령의 지지율이) 70%까지 수직상승하는데, 윤창중이 다 까먹었어"라고 한탄했다.

청와대 내에서도 장탄식이 흘러나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번 방미의 성공을 위해 밤낮 없이 준비하고 공을 들였는데 미꾸라지 한 마리가 다 된 밥을 솥째 뒤엎어버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 출범 초기 인사 파동으로 발목을 잡혔던 청와대가 이번 방미 성과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국정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었지만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사과와 방미 성과를 부각을 통해 정국 반전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방미 성과 부각·민생 챙기기... 청와대의 반전 카드

7일(현지시각) 오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7일(현지시각) 오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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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관련 남북회담이라는 카드를 내놨다. 박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두고온 완제품이라든가 또 원자재 등이 하루 빨리 반출돼서 기업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북한측에 회담을 제의하라"고 통일부에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의 뜻을 밝힌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모두 발언에서만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을 언급했을 뿐, 1시간 30분가량 이어진 회의에서는 창조경제, 비무장지대 평화공원, 여성고용 등 각 분야별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한 꼼꼼한 주문을 내놨다. 박 대통령은 이번 주 언론사 정치부장단 간담회를 통한 소통 행보는 물론 다양한 정책 행보도 계획해 놓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도 방미 성과에 대한 여론 환기에 나섰다. 12일에는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13일에는 조원동 경제수석이 춘추관을 찾아 이번 미국 순방 평가 결과를 브리핑했다.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귀국 과정의 의문점 등 관련 보도에 일손이 바쁜 기자들이 방미 성과 브리핑은 뒤로 미루자고 요구했음에도 마련된 자리였다. 방미 성과 부각과 민생 챙기기로 비난 여론을 희석시키겠다는 의도가 묻어나는 행보였다.

특히 청와대는 대통령의 사과와 이남기 홍보수석 사표 수리 등 책임자를 문책하는 선에서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 수습되기를 바라는 눈치다. 이번 사건에 대한 미국 측의 조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것도 정치적 문제와 함께 법적인 문제까지 매듭짓고 싶어하는 청와대의 기대가 담겼다.

정공법 외면하는 청와대... 진실 규명·불통인사 개선 의지 안 보여

박근혜 대통령 미국 방문 기간 중 대사관 여성인턴 성추행 사건으로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 하림각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사건 발생 후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이 "성희롱에 대해서는 변명을 해봐야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귀국을 지시해 따랐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자신은 여성 인턴에게 격려 차원에서 허리를 '툭' 쳤을 뿐 문화적인 차이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 "격려차원에서 툭 쳤을 뿐" 윤창중 '성추행' 부인 박근혜 대통령 미국 방문 기간 중 대사관 여성인턴 성추행 사건으로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 하림각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사건 발생 후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이 "성희롱에 대해서는 변명을 해봐야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귀국을 지시해 따랐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자신은 여성 인턴에게 격려 차원에서 허리를 '툭' 쳤을 뿐 문화적인 차이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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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청와대가 정작 필요한 정공법은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에서는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뿐만 아니라 그의 귀국 과정 및 늑장 보고에 대한 진실 규명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청와대는 제기된 수많은 의문과 문제점에 대해 진실을 규명하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의 귀국 과정에 청와대와 한국문화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고 대통령 보고가 늦어진 과정도 의문점 투성이지만 오히려 숨기거나 어물쩡 넘어가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청와대가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해명 없이 혹은 거짓 해명으로 덮고 넘어갔다가 미국 측 수사 과정에서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다면 청와대의 도덕성과 신뢰도는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빗발치는 비난을 피하려다 나중에 더 큰 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공직기강 해이가 불러온 문제로 축소하려는 청와대의 태도도 문제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번에 공직자의 처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두 다시 한 번 절감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앞으로 각 부처에서 공직자가 국민의 신뢰에 어긋나지 않도록 더욱 공직기강을 확립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공직기강 확립을 주문하는데 그쳤다. 이번 사태를 불러온 근본 원인인 '불통 인사'에 대한 자성도 찾아보기 힘들었고 인사 시스템 개선에 대한 고민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윤창중 파문, 청와대 난맥상 해소 계기 삼아야"

이 같은 청와대의 움직임에 대해 여권 내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청와대 내부의 불통 구조, 인사 시스템 등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 없이, '이남기 수석 경질'로 이번 사태를 마무리하려고 할 경우 같은 불상사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윤창중 파문이 생긴 것은 안타깝지만, 그동안 불거졌던 청와대 내부의 난맥상을 해소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는 진실을 은폐할 어떤 이유도, 어떤 의도도 없다"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엄정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박근혜,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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