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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윤창중 파문에 대해서 한 마디도 없네요. 여자가 미국 시민권자라서 그런가요? 한국인의 피를 가진 사람인데 보호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번 사태에 대해서 한 마디도 없는 거 보니, 여성부 폐지론자들이 왜 그렇게 입에 거품을 물고 폐지하자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나라를 위해 일하는 건지, 권력을 위해 일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지난 17일 여성가족부 누리집 '나눔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여성가족부가 '일언반구'도 없자 한 누리꾼이 올린 것이다. 이에 앞서 14일에는 남아무개씨가 "이유가 뭔가요? 윤창중 사건에 이렇게 과묵한 이유가요? 이건 너무하네요. 여성인 제가 정말 챙피합니다! 여성 대통령이 있으면 뭐하나요? 여성 가족부가 있으면 뭐하냐구요?"라고 따져 묻고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고 적었다.

20일에는 급기야 "민간 여성단체도 규탄하는 윤씨 사건에 한 마디 말도 없는 여성가족부는 뭐하는 곳인가? 그러니 여성가족부 없애야한다고 하지요"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20일로 윤창중 성추행 사건이 터진 지 12일이 지났지만 여성가족부는 단 한 번도 비판 논평을 내지 않았다.

그럼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성범죄에 대해 관심이 없을까? 아니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 4대악 중 하나인 성범죄 척결을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 윤 전 대변인 사건이 터진 다음날인 지난 9일 조 장관은 인천 북부 여성·학교폭력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 개소식에 참석했다.

여성가족부가 이날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조 장관은 "원스톱 지원센터는 병원 내에 설치되어 피해자들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의료 및 무료 법률 상담 지원 등의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으며 앞으로 여성가족부는 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센터 확충을 통해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에 관련부처와 함께 앞장 서겠다"고 말했다.

또 지난 13일 여성가족부(장관 조윤선)와 경찰청(청장 이성한)은 서울대학교 병원(서울 해바라기 여성아동센터)에서 4대 사회악인 성폭력과 가정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조윤선 "4대 사회악 성폭력 척결"..."올해 성폭력 예방교육 원년"

이날 조 장관은 "4대 사회악으로 규정된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을 척결하기 위해서는 예방과 피해자 지원을 담당하는 여성가족부와, 수사와 범인 검거를 담당하는 경찰청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었을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경찰에서 지역사회의 안전을 지키고, 2차 피해 방지 등 피해자 인권 보호를 강화할 수 있도록 여성가족부가 적극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3월 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3·8세계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에 참석해 성폭력 피해여성의 발언을 들으며 눈물까지 흘렸다. 지난 3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업무보고에서 "금년을 성폭력 예방교육의 원년으로 설정하고 교육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등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 구현을 하겠다"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조 장관은 장관이 되기 전에도 성범죄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새누리당 대변인 때인 지난 해 8월 전남 나주 초등학교 여학생 성폭행 사건으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을 때 정부를 향해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당시 조 대변인은 같은 달 31일  브리핑을 통해 "폭우가 쏟아지는 곳에서 고통을 겪었을 아이의 심정을 생각하니 참담하다"면서 "국가가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힘없는 어린이를 지키지 못하면 어른들은 고개를 들 수가 없다"면서 "피해 대책과 성범죄 예방 등을 논의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 "김용민은 성도착증"...8월 "(나주)아이 심정 생각하니 참담"

이에 앞서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서울노원갑)가 과거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 강간"이라는 말을 한 것이 드러나 파문이 일자, 새누리당 중앙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이었던 조 장관은 4월 4일 논평을 통해 "김용민 후보의 방송을 듣고 그가 성도착증 환자가 아닐까 싶었다"면서 "맨 정신으로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가 막혔다"고 맹비난했었다.

이처럼 조윤선 장관은 취임 후 성폭력 예방을 위해 불철주야 일했다. 하지만 윤창중 성추행 사건에서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지난해와 올해 성폭력에 대한 조 장관 발언을 모아보면 '성폭력 척결 전도사'다. 하지만 청와대 대변인이 여성을 성추행했는데 아무런 논평을 내지 않았다.

여성가족부 설립 목적에는 여성,아동,청소년에 대한 폭력피해 예방 및 보호가 있다.
 여성가족부 설립 목적에는 여성,아동,청소년에 대한 폭력피해 예방 및 보호가 있다.
ⓒ 여성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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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설립 목적은 '여성, 아동, 청소년에 대한 폭력피해 예방 및 보호'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 주요업무는 ▲성폭력·가정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 ▲성매매 예방 및 피해자 보호 ▲아동·청소년 등의 성보호 등이다. 그렇다면 청와대 대변인이 저지른 성추행에 대해서는 더 단호하고, 엄격해야 한다.

'윤창중 사건' 침묵은 여성가족부 존재 이유 망각

윤창중 성추행만 아니라 일본 극우 정치인들이 "종군위안부가 필요했다", "일본에는 한국인 매춘부들이 우글거리고 있다"는 망언을 해도 비판 논평조차 하지 않는다. 이런 일은 외교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본 정치인들 망언은 여성인권을 짓밟는 행위로 외교사안이 아니다. 당연히 규탄하고 비판해야 한다.

여성가족부는 대통령과 청와대를 위해 존재하는 부처가 아니라 여성과 청소년 그리고 아동들 권익과 권리 보호를 존재한다. 윤창중 사건에 대해 무려 열흘 이상 침묵한 여성가족부는 스스로 존재 이유를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오블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윤창중, #조윤선, #여성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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