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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을 때 똥 얘기 하지 마> 책 표지.
 <밥 먹을 때 똥 얘기 하지 마> 책 표지.
ⓒ 보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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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동생! 이러는 거 누구랑 비슷하다. 그렇지?"

막내가 다니는 유치원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고 있었다. 책 속의 주인공 동만이는 형은 있지만 동생이 없다. 그래서 엄마한테 "동생! 동생!"하며 노래를 부른다. 옆에서 책을 보던 아이들이 피식 피식 웃는다. 자기랑 비슷한 행동을 하는 동만이의 모습을 보니 재미있나 보다. 동생 낳아달라고 엄마·아빠한테 조르는 모습은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우리 집 막내도 그렇고.

보리출판사에서 새로 나온 책 <병만이와 동만이 그리고 만만이>는 허은순 선생님이 글을 쓰고, 김이조 선생님이 그림을 그렸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공감할 만한 열다섯 가지 이야기를 시리즈로 엮어서 책을 냈다. 이 책은 그림책을 보다가 동화책으로 책을 바꿔서 읽는 시기의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보통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잃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요즘 글자를 한 참 배우고 있는 막내에게 딱 알맞은 책인 것 같다. 

흔히 영어책으로 많이 나온 리더스북과 책의 형태나 모양이 흡사하다. 아이들이 책읽기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책을 만들었다. 먼저 쉽고 고운 우리말을 사용했고, 아이들의 입말과 의성어와 의태어 등을 살려서 책을 만들었다. 또한 리듬과 반복을 살려서 책읽기에 리듬감을 살렸다. 그리고 같은 뜻을 가진 여러 가지 다른 표현들을 사용해서 다양한 표현들을 아이들이 배울 수 있게 했다.

쉽고 고운 우리말 사용... 리듬과 반복되는 입말 살려

책을 처음 본 막내는 1권인 <밥 먹을 때 똥 얘기 하지 마>의 표지를 보면서 이상한 듯 물었다.

"엄마, 이게 뭐야? 똥 아니야?"
"응. 똥 맞아."
"그런데 왜 똥을 먹어?"
"네가 책 제목 읽어 봐."

아이가 더듬더듬 "밥 먹을 때 똥......."하며 책 제목을 읽는다. 책을 읽어 주니, 막내가 웃는다.

내 동생 동만이, 아니 똥만이
동만이는 내 동생이에요.
동만이는 요즘 똥밖에 몰라요.

책을 읽어도 똥, 그림을 그려도 똥, 노래를 불러도 똥,
입만 열면 똥, 똥 똥, 똥밖에 모르는 동만, 아니 똥만이.
그런데요, 동만이는 왜 밥 먹을 때 꼭 똥이 마려울까요?- 본문 8페이지

키득 키득 웃던 아이는 그림을 가리키면서 또 한 마디 한다.

"엄마 동만이가 방귀 뀌나 봐? 형이 코를 막고 있어. 여기 봐봐. 로봇도 코를 막고 있어. 웃기다 그렇지?"
"어디? 진짜 그러네."

형인 병만은 동만이가 하는 행동이 못마땅하다. 하지만 병만은 동생보다 더 심한 행동을 했단다. 병만이는 어릴 적 기저기에 똥을 싸고는 잠자는 아빠 얼굴에 그리고 자기 얼굴에 똥을 덕지덕지 발랐다. 반전이다. 그 그림을 본 아이는 배를 잡고 웃는다.

병만이가 아빠 얼굴에 똥을 바르는 모습.
 병만이가 아빠 얼굴에 똥을 바르는 모습.
ⓒ 보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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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만한 아이들이 흔히 겪었을 일들이 책에 담겨져 있다. 동생을 낳아주길 바라는 동만이와 동생은 동만이 만으로도 지겨운 형 병만이 모습. 그리고 예방주사를 맞기 싫어서 여러 가지 핑계를 찾는 병만이의 모습. 이 책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다. 그래서 그런지 막내가 이 책을 무척 재미있어 한다. 그림 역시 개구쟁이 아이들의 장난스런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아이가 무척 좋아한다. 병만이의 장난감 로봇이 특히 재미있다.

3권에서는 결국 동만이의 동생이 생겼다. 3권 <동생이 생겼어요>를 보던 아이가 그림을 보며 말했다.

"엄마, 동생 동생하면서 춤추는 거 웃겨."

동생을 낳아달라며 동만이가 엄마 치마를 잡아당기는 그림과 "동생이 필요해요"하며 두 손을 들고 설명하는 장면도 정말 실감나고 웃긴다. 책 속 그림의 병만이와 동만이의 표정을 따라했더니 아이가 더욱 재미를 느낀다. 

결국, 동생이 동생 노래를 불렀던 아이들을 위해서 엄마·아빠는 삽살개를 데려와 키우는 것을 허락한다. 새로 동생이 된 삽살개에게 병만이네 가족들은 '만만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정성껏 돌본다.

책 속 병만이와 동만이의 표정 따라했더니... 아이가 더 재미 느껴

동생이 필요하다고 엄마 아빠를 조르는 모습.
▲ 3권<동생이 생겼어요>의 그림 동생이 필요하다고 엄마 아빠를 조르는 모습.
ⓒ 보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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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병만이네 식구들은 만만이와 함께 계곡으로 놀러 간다. 물놀이를 하던 동만이에게 물뱀이 다가간다. 그 모습을 본 만만이가 목줄을 한 채로 물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산책을 가고 일 년 뒤 한 살이 더 먹은 만만이는 태양이를 만나서 짝짓기를 하고 여덟 마리의 강아지를 낳았다. 그런데 동생 동만이는 잠을 자느라 만만이가 강아지 낳은 장면을 보지 못했다. 만만이의 출산 장면을 직접 본 병만이는 기쁨 마음에 쉬이 잠들지 못한다. 항상 막내인 아이들이 동생이나 돌봐주어야 할 강아지가 생기면서 기특하게도 의젓한 형·언니 노릇을 한다. 아이들의 그런 모습이 <병만이와 동만이 그리고 만만이> 책에는 실려 있다.

이런 새로운 시도 덕분에 우리 아이들이 우리책 읽기 매력에 빠졌으면 더욱 좋겠다.


병만이와 동만이 그리고 만만이 세트 (전15권 + 부모책)

허은순 지음, 김이조 그림, 보리(2013)


태그:#보리출판사, #동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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