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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전자 감시견'입니다. 느닷없이 무슨 생뚱맞은 소리냐고요? 언론학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언론을 흔히 '권력 감시견(watch-dog)'이라고 부릅니다. 전통적으로 언론은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정치권력을 감시-비판하는 규범적 역할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의 힘이 커지면서 경제권력의 힘이 정치권력을 넘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 못지 않게 경제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언론의 숙제가 되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 언론은 '광고'라는 '보이지 않는 손'(경제권력)으로부터 크게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언론에게는 경제권력, 그중에서도 재벌 혹은 대기업집단을 감시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삼성에는 전자와 후자가 있다"

대한민국은 '삼성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힘의 원천은 돈, 곧 자본력입니다.

2013년 정부 예산은 342조 원입니다. 삼성그룹의 지난해 매출액은 303조 원입니다. 정부 예산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증시의 시가총액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절대적입니다. 지난해 시가총액 1263조 원 가운데 삼성의 상장사 시가총액은 338조 원으로 26.8%를 차지합니다. 한국 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뒤집어 말하면 한국 경제가 삼성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이처럼 막강한 삼성에서도 "삼성에는 전자와 후자가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전자'(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삼성 계열사는 모두 '후자'라는 자조 섞인 농담입니다. 삼성이라는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76개 계열사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1개사만 '전자'이고 나머지 75개사는 '후자'이니 삼성이라고 해서 다 같은 삼성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지난 5일 공시된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영업이익 9조5천억원, 매출 57조원에 이르며 사상 최대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홍보관 딜라이트 입구의 갤럭시 S4 LTE-A 모델 광고판 모습.
 지난 5일 공시된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영업이익 9조5천억원, 매출 57조원에 이르며 사상 최대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홍보관 딜라이트 입구의 갤럭시 S4 LTE-A 모델 광고판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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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전자'의 2/4분기 매출은 57조 원, 영업이익은 9조5천억 원입니다. 대한민국의 어떤 기업도 해내지 못한 신기록을 '전자'는 분기 때마다 세우고 있습니다. '전자'의 매출액이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6%에 이릅니다. '전자'의 고용인원은 지난해 삼성그룹 전체 고용인원의 34.8%를 차지했습니다. '삼성에는 전자와 후자가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농담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문제는 한국 경제와 증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고, 삼성그룹 내에서도 '전자'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점입니다. 지난 6월7일 외국 증권사 JP모건이 "삼성전자의 주력상품인 '갤럭시S4'의 판매량이 예상보다 못하다"면서 "3/4분기 이후 영업이익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자 삼성전자 주가가 6% 넘게 빠지면서 무려 시가총액 15조2천억 원이 증발해버린 악몽을 기억할 것입니다.

휴대폰은 삼성전자의 최고 효자 상품입니다. 지난 2/4분기 실적을 보면, IM(무선 네트워크)사업부가 34조 원 매출에 6조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습니다. 삼성전자 2/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의 60~70% 이상을 차지합니다. 뒤집어 말하면, 삼성 휴대폰이 망하면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이 휘청거리고, 나아가 대한민국이 흔들린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점에서 삼성 스마트폰은 한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이자 한국 경제를 침몰시킬 수도 있는 '폭탄'입니다.

언론이 삼성을 감시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이것만으로도 언론이 삼성을 감시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삼성이 잘못되면 대한민국이 잘못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그룹에서 범삼성가(家)와 이른바 '오너'들로 범위를 넓히면 어쩌면 언론의 감시견 역할은 필수불가결한 임무입니다.

알다시피 최근 구속된 이재현 CJ 회장은 삼성의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장남인 이맹희씨의 장남, 곧 삼성가의 장손입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누이동생입니다. 이명희 회장의 아들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병철 회장의 외손자입니다. 범삼성 그룹인 CJ와 신세계는 자산총액 순위 20위 권의 대기업입니다. 두 대기업의 매출액을 합치면 50조 원에 이릅니다.

그런데 최근 이재현 회장이 해외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6200억 원대의 비자금을 굴리며 546억 원의 세금을 포탈해 재산을 불리고 회삿돈 963억 원을 빼돌리고, 개인 부동산을 사면서 회사에 수백억 원대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재벌 총수가 역외탈세 혐의로 사법처리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또 최근에는 신세계 이마트가 노동조합 설립을 막기 위해 직원들을 불법 사찰한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서울노동청은 이에 앞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습니다. 서울노동청이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대기업 총수를 소환조사한 것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정 부회장에게 부당노동행위 혐의가 적용될지 주목됩니다. 

이처럼 처음으로 대기업에 대해 부당노동행위 건으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과 검찰 수사까지 이어진 데는 <오마이뉴스>가 지난 1월부터 단독 보도한 '헌법 위의 이마트' 23회 연속보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오마이뉴스>는 특히 다른 매체가 주목하지 않은 사내하도급과 불법파견의 문제를 끈질기게 파고들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 최대 현안으로 제기된 상황에서, 비교적 표면화되지 않은 서비스유통업계의 고용실태를 최초로 고발한 것이었습니다.

노동의 가치 일깨운 '헌법 위의 이마트' '삼성전자A/S의 눈물' 연속기획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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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이마트는 지난 4월 판매점 진열 전문사원 91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전국 매장의 패션상품 판매직원 165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습니다. 1만 명이 넘는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고용 안정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것은 <오마이뉴스>가 단독보도를 내세우기보다는 사회적 공론화와 문제해결을 위한 기획 보도에 집중한 결과라고 봅니다.

관련 기사가 보도된 후 <오마이뉴스>에는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노동자들의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지난 6월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 논란을 다룬 '삼성전자A/S의 눈물' 10회 기획보도가 그것입니다. '고객만족도 1위'라는 삼성전자서비스의 자부심 뒤에는 장시간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위장도급 노동자들의 아픔이 있었습니다. <오마이뉴스> 보도 이후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 의혹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자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4일부터 한달 동안 수시근로감독에 돌입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도급업체 직원들은 <오마이뉴스> 보도 이후 즉각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 들어갔습니다. 전체 6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도급업체 직원들 가운데 500여 명이 이 소송에 1차로 참여했고, 추가인원이 2차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온 삼성에서 두 번째 노조 결성을 추진해 지난 14일 정식으로 노조를 설립했습니다. 이들은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원청인 삼성이 사용자로 인정됩니다.

삼성전자의 제품을 하나도 안 쓰는 국민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국민 1인당 1개가 넘은 휴대전화도 절반은 삼성전자 제품입니다. 그러니 삼성전자서비스를 찾거나 기사를 불러 제품수리를 맡겨보지 않은 국민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A/S 기사들이 삼성의 직원이 아니라는 것은 대부분이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한여름 에어컨을 고치기 위해 아파트 베란다에 매달린 '기사 아저씨'가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결국 '초일류 기업 삼성', '고객만족도 1위 삼성'이라는 이름 뒤에는 그들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는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기업에 쏠린 부의 편중현상을 법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통칭하는 '경제 민주화'가 최대의 쟁점이었습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경제 민주화를 기치로 내걸고 정책공약 대결을 벌였습니다. 경제 민주화가 헌법적 가치임을 감안하면 어쩌면 뒤늦은 정책 대결이었습니다. 늦었지만 지난 5월 말에는 소위 '경제민주화 1호 법안'이라고 불리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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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중소하청업체의 동반성장과 비정규노동자 차별금지는 최근 논란이 된 갑을(甲乙) 관계의 해묵은 사례입니다. 그런 점에서 '헌법 위의 이마트'(23회 연속기획)와 '삼성전자A/S의 눈물'(10회 연속기획)은 한국 사회에서 노동의 가치를 다시 일깨우는 보도라고 평가합니다. <오마이뉴스>가 경제권력인 대기업으로 상징되는 '전자'의 감시견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오마이뉴스>를 후원하는 '10만인클럽'의 지원 덕분입니다. 10만인클럽은 <오마이뉴스>가 경제권력으로부터 독립의 토대를 쌓는 벽돌입니다.

정치권력의 감시견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 또한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검찰이 찾아낸 '국정원 인터넷 공작' 2120페이지 전문공개' 특별면 제작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를 통해 오마이뉴스는 국민이 꼭 알아야 할 인터넷 여론조작의 '전모'를 알렸습니다. 지난 1월부터 나온 국정원 여론조작 실태의 종결판이었습니다. 이를 본 네티즌 수사대는 호남 및 여성 비하 댓글을 추가로 찾아내는 등 전문공개 자체가 시민참여를 촉발시켰습니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독립 언론의 벽돌을 쌓아주십시오. 담벼락을 향해 욕하고도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오마이뉴스>에 힘을 보태주십시오. 지난 대선 이후 2천여 분께서 10만인클럽에 힘을 보태 현재 8천 명이 월1만원(1년10만원) 이상씩 <오마이뉴스>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10만인클럽 후원회원 1만명이 올해 목표입니다. 

혹여 서울광장 촛불집회에서 10만인클럽 깃발이 보이면 들러서 회원 가입하시길 부탁드립니다. 때마침 10만인클럽이 새로워졌습니다. 스마트폰으로도 쉽게 10만인클럽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서울광장에 나갈 짬이 안 나면 지금 10만인클럽 배너를 꾹 눌러주셔도 됩니다. 1만번째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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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10만인클럽, #삼성전자, #삼성전자서비스, #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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