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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한도가 줄줄이 확대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와 농협은행은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일반 전세자금 대출한도를 이날부터 종전 1억6천600만원에서 2억2천200만원으로 확대한다. 신한, 우리, 국민, 기업은행은 23일께 확대할 계획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을지로의 한 시중은행에 내걸린 전세자금대출 광고판.
 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한도가 줄줄이 확대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와 농협은행은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일반 전세자금 대출한도를 이날부터 종전 1억6천600만원에서 2억2천200만원으로 확대한다. 신한, 우리, 국민, 기업은행은 23일께 확대할 계획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을지로의 한 시중은행에 내걸린 전세자금대출 광고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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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전세대란이다. 54주 연속 전세가는 올랐고 2013년 8월 현재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중은 60%를 넘었으며 전국 평균 전세가는 1억 원을 돌파(?)했다.

한 부동산전문업체 정보에 따르면, 지난 2008년 8월 당시 2억234만 원이었던 서울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전세가는 2013년 8월 2억 6885만 원으로 평균 6651만 원이 늘었다. 내집마련의 꿈은 고사하고 나는 이제 단란한 신혼집 마련의 꿈도 접어야 할 형편에 놓였다. 그렇게 20대의 꿈을 나는 하나씩 놓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28일 전세대란으로 고통받는 서민을 살핀다며 집 사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 전세 대책을 발표했다. 취득세를 인하해 주택 매매를 유도하고, 돈 없는 서민들에게 주택 대출 요건을 완화해 낮은 금리로 빌려주겠다는 것이다(관련기사 : 정부, 전세대책 낸다더니... 결국 '집 사라').

지난 24일에는 오른 전세가를 부담할 능력이 안 되는 세입자를 위해 집주인이 대출을 받고 세입자가 이자를 내는 새로운 대출 상품 개발 대책도 내놓았다.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당장은 도움이 될 것 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가 않다.

임대료를 보조하거나,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여 소득과 전세가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빚을 빌려주는 것으로 격차를 유지·확대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자·원금 상환의 부담을 확대해 가계의 부담을 악화시키는 고통스러운 결과가 예상된다.

이는 마치 갈증으로 죽어가는 사람에게 물이 아닌 소금물을 주는 것과 같은 꼴이다. 소금물을 마시는 것은 당장의 목마름은 해결할 수 있지만, 체내의 염분농도가 높아져 시간이 지나면 도리어 갈증이 심해져 더욱 고통스러워진다.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단단히 잘못 짚었다. 길을 가는 사람을 잡고 한 번만 물어보면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미 오른 전세대출 이자도, 월세부담도 힘겹다는 것이고 눈씻고 찾아봐도 전세는 없고 월셋집만 즐비하다는 것이다.

소득은 적고 이미 부담하는 주거비도 버거워 날로 삶의 질은 팍팍해져 간다. 내일의 희망을 기약할 수 없는데 또 대출을 받으라는 것인가. 우리 사회가 인정해야 할 사실은 1·2인가구의 중가, 소형주택멸실, 주거비부담 능력 저하라는 객관적 현실이다.

서울시 가구수의 절반인 46.7%, 1·2인 가구에 집중

2010년 서울시 1·2인 가구는 약 350만 가구로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 전체 가구수의  46.7%에 달한다.

 인구수는 외국인을 제외한 내국인수, 가구수는 일반가구수입.
ⓒ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2010.
ⓒ 통계청

서울시 20대 1인가구 중 저소득자(199만원 이하) 63.7%

1·2인 가구의 연령분포는 20~30대 청년가구와 60대 이상 고령가구로 양극화돼 있다. 월평균 소득 기준으로 보면 1·2인 가구의 소득분포 중 저소득(1~4분위, 199만 원 이하) 가구가 압도적으로 높다. 서울시 가구의 절반이 1·2인 가구이며 그중 절반 이상이 저소득가구란 것이다.

이런 문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주택공급정책은 수요자에 맞춤한 저렴한 소형주택 제공과 주거안정지원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는 새롭게 주거취약계층으로 대두되고 있는 주거약자들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

뉴타운, 재개발을 선동하며 중대형주택공급을 고집했다.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저렴한 소형주택은 없어지고, 주거비부담 능력이 취약한 청년층과 고령층은 주거약자로 전락, 집이라는 안락함을 포기해야 했다.

물론 아무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를 대처하기 위해 정부는 도시형생활주택을 도입하였으나 1·2인가구 증가속도에 비해 공급량은 적었다. 민간임대시장에 가격을 맡기면서 결과적으로 저렴한 소형주택은 없어지고 같은 자리에 10~20만 원 더 비싼 방들이 공급되었다.

이로인해 1·2인 가구로 대표되는 청년층과 고령층의 주거비부담이 가중되었으며 20~30대의 임대료 부담은 40만 원을 넘어서게 됐다.

전체 국민들이 살고 있는 평균 전세가와 20-30세 1인가구 청년이 거주하는 소형주택의 평당 전세가를 비교해본 결과, 청년들의 평당 전세가가 더 높아지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실례로 서울 서대문구의 경우 20~35세 청년이 사는 집의 전세가와 서대문구 전체인구 전세가의 차이가 평당 240만 원에 이르렀는데 이는 방값역전현상(소득이나 자산에서 상대적인 약자인 청년들에게 오히려 더 많은 임대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지하, 옥탑, 고시원 등 열악한 주거공간에 사는 청년들이 늘어났다. 서울의 경우, 지난 2010년 청년 1인가구의 주거빈곤율은 36.3%에 달했다. 주거빈곤율은, 2010년 인구총조사 통계를 바탕으로 국토해양부가 최저주거기준 미달주택에 사는 청년의 비율을 조사한 결과나왔다(최저주거기준 미달주택이란 ▲ 고시원처럼 면적이 너무 좁거나 ▲ 한 방에 두 명 이상이 살거나 ▲ 독립세대주인데 부엌과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등 국토해양부가 정한 기준).
결국, 서울에 혼자사는 청년 3명 중 한명은 주거빈곤상태에 노출된 것이다.

서민주거안정 위한 전월세 대책이 절실하다

지난달 관악구에 살고 있는 한 청년이 절망의 벼랑끝에서 민달팽이유니온을 찾았다. 대학생, 청년 30여 명이 모여사는 다가구주택에 사는데, 전세보증금 반환이 안전하다는 집주인을 믿고 전세계약을 맺었다는 것. 그런데 집주인이 사채까지 끌어쓰며 무리하게 집을 매입해 끝내는 경매에 넘어갔다는 것이었다.

뒤늦게 확인해보니 월세는 별로 없었고 모두가 전세 세입자였으며 하나같이 전세보증금을 떼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일을 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전세보증금은 본인의 청춘이자 전 재산이었다.

정부의 매매활성화정책으로 인해 하우스푸어, 깡통전세마저 속출하고 있지만 세입자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합리적인 규제·조절·통제 장치는 찾아볼 수 없다. 이제 '집'이라는 고유명사는 'Live'가 아닌 'Buy'로, '재산'의 다른 이름이 되었다.

변화되는 사회환경을 역주행한 부동산정책의 실패로 인한 고통에는 집주인도 세입자도 예외가 아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 고집스러운 역주행을 중단해야 한다.

집주인이라는 임대인의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전·월세가를 올리는 역주행을 중단하고 세입자를 보호할 합리적인 기준과 우리 사회 현실을 고려한 정상적인 전월세대책이 나와야 한다.

더 이상 대출을 받을 수도 없는, 받아서도 안 되는 사람들을 또 다시 빚이라는 악순환에 갇히게 하는 제도를 끊어야 한다. 소득과 임대료의 격차를 점진적으로 좁혀 나갈 수 있는 저렴한 소형주택을 공익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그리고 임대료 상한제를 도입, 주거취약계층의 임대료 부담 완화를 위한 주거비보조 등 매매시장, 임대시장의 환경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

집이 절망이 아닌 안락함을 주는 곳이 되기 위해서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주거안정을 목표로 하는 정부와 우리 사회 노력이 절실하다. 아직 기대와 희망을 포기하기엔 우린 젊다. 나는 청년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권지웅 민달팽이유니온 대표입니다.



태그:#전세대란, #민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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